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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규제의 역설'과 경동전자-경동나비엔 분할합병 마법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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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경동나비엔 로고./출처=경동나비엔 홈페이지

일감몰아주기 증여세에 모든 이유가 있습니다. 경동전자가 경동원에서 분할한 이유도, 경동전자가 경동나비엔과 합병하게 된 이유도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때문입니다. 경동원그룹 계열사간 시너지 강화 목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계기는 그룹 오너가 매년 납부해야 할 증여세 부담을 덜기 위해서입니다.


경동원그룹은 일감몰아주기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그룹이죠. 오너 일가가 소유한 경동원의 매출 70% 이상이 상장회사인 경동나비엔에서 올려주는 매출을 기반으로 나와, 사실상 상장회사의 부(富)가 오너 일가에게 증여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의제가 성립했죠. 이전 정부에서도 압박을 받았겠지만 경제민주화를 특히 강조한 현 정부에서 받는 압박감은 훨씬 더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분할합병을 1년 반만에 일사천리로 진행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국내 재계를 시끄럽게했던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이슈는 전(前)·현(現) 정부의 의도였던 ‘일감나눠주기’ 효과를 내기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감감추기’ 형태로 진화하게 됐습니다. 기업들은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대상이었던 기업을 경동원처럼 분할하고 합병해 내부사업으로 전환시켜버리거나 아예 매각해 매각차익을 보는 방식을 선택하게 됐죠.


경동원그룹의 사정을 돌이켜보면 그룹 오너가 왜 이런 결정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경동전자가 경동원에서 따로 떨어져 나오기 이전과 이후, 경동원그룹 오너일가가 납부해야 할 증여세를 추정해보면 오너 일가가 규제가 더 강화되기 전에 서둘러 작업을 진행해야 했던 이유가 보입니다.


국세청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정의와 ‘증여의제 이익 계산법’을 사용했습니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개요./사진=국세청 공식 블로그

먼저 경동원은 법(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일감몰아주기 수혜법인이고,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조건을 모두 충족합니다. 법은 수혜법인이 △세후영업이익(기업의 주된 영업활동에서 발행하는 이익=영업이익*(1-법인세율))이 있을 것 △수혜법인의 사업연도 매출액 중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에 대한 매출액 비율이 5%(중소기업 50%, 중견기업 20%)를 초과할 것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및 그 친족의 직·간접 보유지분율이 0%(중소기업 10%·중견기업은 5%)를 초과할 것 등 3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합니다.


경동원은 세후영업이익이 있고, 특수관계 법인에 대한 매출액 비율이 20%를 초과(중견기업 적용)하며 지배주주 및 그 친족의 직·간접 보유지분율이 5%(중견기업 적용)를 초과합니다. 2018년 기준 세후영업이익(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93.17억원(117억원*(1-20.37%)), 특수관계 법인에 대한 매출액 비율은 74.63%, 지배주주 및 그 친족의 직·간접 보유지분율은 93.72%에 달했습니다.

증여의제 이익 계산법./자료=국세청 공식 블로그

증여의제 이익 계산법을 적용하면, 경동원은 중견기업이므로 ‘세후영업이익x(특수관계법인 거래비율-20%)x(주식보유비율-5%)’ 공식이 적합합니다.


2018년 기준 2019년에 내야 할 증여세는 ‘93.17억원x(74.63%-20%)x(93.72%-5%)=45.16억원’으로 계산됩니다. 법인세율 등은 추정 및 어림치로 계산했고 이미 낸 배당소득세 등은 증여세 계산에서 공제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2019년에 오너 일가는 45억원 규모의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납부해야 했을 겁니다. 아무리 재벌가라도 상당히 큰 부담이죠.


그런데 2019년 1월 경동전자를 별도법인으로 물적분할하면서 2020년부터는 이 부담이 경감됩니다. 2019년을 기준으로 2020년에 내야할 증여세를 계산하면 ‘10.04억원x(44.34%-20%)x(93.72%-5%)=2.17억원’ 입니다. 45억원에서 약 2억원으로 세금 부담이 크게 줄어들죠.


게다가 이번에 경동전자와 경동나비엔이 합병하면 최소한 내년부터는 기존 경동전자 일감몰아주기 때문에 내야할 증여세 부담은 사라지게 됩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됐다”고 했던가요. 아무리 좋은 의도의 정책이라도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규제의 역설’이라는 말도 있죠. 원래의 의도가 그 의도와 다른, 심지어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 경우를 말합니다. ‘규제’가 ‘징벌적 과세’ 형태로 집행될땐 ‘역설’이 더 심화되는 사례를 종종 봅니다.


경동전자 분할합병 사례를 보면 도대체 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부과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재벌 오너 일가에게 증여세 몇푼 받으려고 이 복잡한 규제 체계를 만들지는 않았을 거라고 믿습니다. 공정한 경쟁과 부의 부당한 이전을 막자는게 이 제도의 목적이었을 겁니다.


경동원그룹 뿐만이 아니죠. 오뚜기그룹 등 많은 그룹들이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너 일가가 가진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대상이 된 수혜기업 지분을 주력 계열사가 사들였죠. 수백억원을 들여서요. 오너 일가는 일감몰아주기 수혜기업 지분을 팔아 수백억원의 돈을 챙겼습니다.


참고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는 지금 정부가 만든 제도는 아니고 2011년말 도입된 제도입니다.


By 에디터 문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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