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숫자'로 본 LG화학 배터리 성장기

조회수 2020. 8. 31. 17: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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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올해 상반기 전기차(EV) 업계에서 ‘핫’한 소식이 있었는데요. LG화학의 전기차용 2차전지가 최초로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위(SNE 리서치 기준)를 기록했습니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각각 4위와 6위였습니다.

LG화학 배터리 출하량./사진=SNE 리서치

시장조사기관 SNE 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의 EV 배터리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이 24.6%에 달했습니다. 이는 전기차 수요가 매년 빠르게 늘어난 영향 때문인데요. 2016년 시장에서 LG화학의 배터리 점유율은 4.3%였는데 4년 동안 점유율이 5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올해 주요 배터리 업체들의 성장세는 한풀 꺾였는데, 국내 배터리 3사(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는 성장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LG화학은 올해도 눈부신 성장세를 이어갔는데요. 전지사업부의 성장은 사업보고서에 담긴 ‘숫자들(Numbers)’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LG화학이 배터리 개발에 나선 건 2018년 작고한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선견지명’ 때문입니다. 구 회장은 1992년 배터리 개발을 지시했습니다. 배터리 사업은 2010년 성장기에 접어들었고,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1555억원)을 냈습니다. 그동안 이 사업에 수조원이 들어가면서 ‘돈먹는 하마’란 오명을 쓰기도 했는데요.


들어가기에 앞서 배터리 출하량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수치는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얼마나 공급했는지를 나타냅니다. LG화학은 2016년 1.8GW(1847 MW)를 출하했는데요. 올해 상반기 출하량은 10.5(1만5000 MW)에 달했습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1.6배 가량 커진 셈입니다. LG화학의 성장을 물론 전기차 시장이 얼마나 커졌는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업보고서의 수치들은 LG화학의 괄목할 성장을 더욱 잘 보여줍니다. LG화학이 사업보고서에 전지사업부를 별도로 표기한 건 2012년부터입니다. 지난 9년 동안 LG화학 전지사업부의 실적과 자산 규모는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LG화학 배터리 실적 추이./사진=사업보고서

2010년 전지사업부의 매출은 1조5946억원이었습니다. 당시 LG화학 연간 매출은 20조원에 달했는데 2차전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8.2%였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전지사업부는 올해 상반기 5조839억원의 매출을 냈습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7.2%로 불어났습니다.


올해부터 전지사업부의 영업이익 규모가 늘어나면서 위상도 달라졌습니다.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이 처음으로 흑자를 낸 건 2017년 2분기 때였습니다. 사업을 시작한지 22년 만에 첫 흑자가 나왔는데,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을 정도로 흑자 규모가 작았습니다. 이마저도 2019년 1·2·4 분기 때는 적자가 계속됐습니다.

LG화학 사업 비중 추이./사진=사업보고서

전지사업부의 영업이익 비중은 마이너스(-)이거나 한자리대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13.3%를 차지했습니다.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일 정도로 위상이 높진 않지만, 전지사업부의 위상이 달라진 건 분명합니다.


LG화학 전지사업부의 자산 규모는 눈에 확 띕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LG화학 전지사업부의 자산 규모는 14조원을 넘었습니다. 지난해 말 12조원에 달했는데, 상반기 동안 규모가 18% 커졌습니다. 지난 5년 간 자산 규모는 연 평균 23.3%씩 불어났습니다. 2012년 전지사업부 자산 규모는 3조원에 불과했습니다. 2015년부터 규모를 키우더니 5년 만에 14조원을 넘은 것인데요. LG화학이 이 사업에 얼마나 많은 역량과 재원을 쏟았는지 알 수 있겠죠.

LG화학 배터리 자산 현황. /사진=사업보고서

현재 전지사업부는 LG화학 자산 중 38.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8년 본업이던 석유화학(28.6%)을 넘어섰습니다. 첨단소재 사업의 자산 비중은 9.3%, 생명과학은 4.9%입니다.


자산 규모가 커진 만큼 생산 능력도 비약적으로 커졌습니다. LG화학은 올해까지 배터리 캐파를 100GWh로 확대할 계획인데요. 올해부터 전기차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만큼 생산능력도 대대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LG화학 생산능력 추이./사진=사업보고서

현재 전지사업부의 캐파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9조원에 달합니다. 2010년 약 2조원, 2015년 6조원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었는데, 생산 능력이 비약적으로 커진 겁니다.


LG화학은 무리하게 생산 능력을 키우고 있는 걸까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수요를 고려한 투자로 볼 수 있습니다. 현재 LG화학은 전기차의 ‘왕좌’에 앉은 테슬라를 비롯해 △폭스바겐 △현대자동차 △BMW △지엠 △벤츠 △포르쉐 △포드 등 유수의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납품합니다.


주요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생산대수가 늘어나는 만큼 LG화학의 배터리 수요도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2018년 전기차는 약 180만대 팔렸는데, 2025년에는 1200만대 가량 팔릴 전망이 나옵니다. 배터리 수요도 올해 110GWh로 전망되는데, 2025년에는 800GWh 가량으로 집계됩니다. 전기차 시장의 ‘공급사슬’에 있는 업체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이유입니다.


LG화학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2차전지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약 15조원 이상입니다.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기에 접어든 만큼 LG화학은 투자금을 회수하는 일만 남은 셈입니다.


By 리포터 구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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