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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KCC, 모멘티브 사업부 ‘실란트’ 매각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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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KCC 및 모멘티브 로고./사진=각사 홈페이지

범현대가인 KCC가 최근 해외 자회사의 사업부 매각 계약건으로 체면을 구긴 사건이 있었는데요. 사건의 맥락을 따라가보니 KCC가 대주주로서 체면을 구길만 했습니다.


사건은 대략 이렇습니다. KCC는 지난 7일 한국거래소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KCC의 자회사인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스'(이하 모멘티브)는 지난달 30일 북미 지역의 실란트 사업(2427억원상당)을 독일 헹켈(Henkel)에 매각하기로 했었죠.


자본시장법(161조)에 따라 자산 양수도를 결정한 경우 다음날까지 주요사항에 대해 한국거래소에 신고해야 합니다. 외국법인도 마찬가지인데요. 해당 내용이 담긴 서류가 해당 국가 정부에 제출한 경우라면 최대 5일 이내 신고해도 무방합니다.


KCC는 영업일 기준 6일이 지나서야 모멘티브의 자산 양수도 거래를 공시했는데요. 뒤늦게 공시한 때문에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통보를 받은 것입니다.


불성실공시는 상장법인이 한국거래소의 공시규정에 따라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이미 신고한 내용을 번복한 경우에 해당하는 됩니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경우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벌점이 기준치를 넘을 경우 상장 자격을 심사받을 수 있습니다.


주로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이 불성실공실법인으로 지정되는데요. 자산 규모가 10조원이 넘는 KCC와 같은 대기업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입니다. KCC는 1973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이후 47년 간 상장사로서 공시 의무를 다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KCC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미지정됐습니다. KCC는 8월19일 한국거래소에 이의를 제기해 공시가 늦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고, 거래소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7월30일부터 공시 당일까지의 ‘타임라인’을 살펴보면 KCC가 뒤늦게 공시한 이유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KCC가 모멘티브의 실란트 사업부 매각 사실을 몰랐다는 추측도 가능해집니다.

샘 코존 모멘티브 CEO./출처: 모멘티브 홈페이지

모멘티브가 이사회를 열고 북미 실란트 사업을 매각하기로 한 건 7월30일(목요일)입니다. 모멘티브의 본사는 미국 동부에 위치해 있어 동부표준시(EST TIME)인 것을 고려하면 7월29일(수요일) 이사회가 열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멘티브는 이달 5일(수요일) 대표이사 설명이 담긴 보도자료를 통해 실란트 사업 매각 사실을 공표합니다.


샘 콘존(Sam Conzone, 사진) 대표이사는 “헹켈에 사업부를 매각해 고급재 실리콘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모멘티브의 역량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KCC는 모멘티브가 보도자료를 배포한 지 하루가 지난 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사업부 양도 사실을 공시했는데요. 사건을 시간순으로 정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모멘티브는 현지 언론을 대상으로 5일 오후 2시(현지시간 기준) 보도자료를 배표했습니다. 동부표준시와 한국 시차를 고려하면 14시간. 우리 시간으로 6일 오전 4시에 공표했습니다. KCC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한 시각은 7일 오후 3시6분이었습니다. 현지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지배기업인 KCC가 공시하기까지 35시간이 걸린 것인데요.


타임라인을 살펴보면 의문점은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KCC가 의도적으로 공시를지연했거나 현지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전까지 계열사의 사업부 양도를 까맣게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블로터>의 추측으로는 후자에 무게가 실립니다.


1970년 상장한 이후 현재까지 수십년 간 공시의무를 지켜온 KCC가 계열사의 사업부 양도 사실을 알면서 공시를 안 할리는 없습니다. 게다가 모멘티브의 사업부 매각은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공시를 지연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KCC는 왜 모멘티브의 사업부 양도 사실을 몰랐을까요. KCC는 모멘티브의 독자 경영 체제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KCC는 지난해 4월 컨소시엄을 구성해 모멘티브 매각을 위한 특수목적법인(MOM HOLDING COMPANY)을 인수했는데요. 이후 모멘티브의 기존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모멘티브의 최고 경영자와 최고재무책임자(에릭 어즈무센)가 KCC 출신이 아닌 모멘티브 출신인 것도 이 때문인데요. 경영은 기존대로 모멘티브 경영진이 맡아서 하되 주요 경영현안은 KCC가 관할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모멘티브와 KCC 간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시를 지연하게 됐다는 추측이 가장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KCC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지 않으면서 이 사건은 ‘해프닝’으로 마무리 됐습니다. 그렇다고 문제가 끝난 걸까요. 모멘티브는 재무상태가 불안정해지면서 자산을 추가로 매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모멘티브는 세계 곳곳에 해외법인과 생산기지를 두고 있습니다. 일부 사업은 KCC와 겹쳐 자산 효율화가 필요합니다.


KCC의 2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모멘티브의 모회사 맘홀딩컴퍼니(MOM HOLDING COMPANY )의 부채비율은 713.8%를 기록했습니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넘을 경우 재무구조가 불안한 것으로 봅니다. 부채총액은 3조4479억원에 달했습니다. 이중 유동부채는 7538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모멘티브의 부채는 KCC 컨소시엄의 인수금액보다 크고 이중 7000억원은 1년 내 갚아야합니다.

모멘티브 인수 전인 2018년 말 KCC의 부채비율(연결)은 56.1%였는데 올해 상반기 149.0%까지 3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KCC는 본업인 페인트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2위의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를 인수했던 겁니다. 인수대금은 3억 달러(한화 3조2000억원)가 넘는 초대형 M&A였습니다. 모멘티브를 인수해 기존 실리콘 사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려는 원대한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수 규모가 워낙 큰 데다, 모멘티브의 재무구조가 불안정해 KCC의 경영마저 불안정해지는 상황입니다.


정몽진 KCC 회장은 모멘티브 인수 후 “실리콘 분야에서 글로벌 메이저 업체로 부상하고, 실리콘 중심 첨단소재 회사로 위상이 변화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인수한 지 1년이 넘은 지금 KCC와 모멘티브 간 ‘불협화음’은 수면으로 부상한 모양새입니다.


앞으로 모멘티브의 구조조정이 KCC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면 양사 간 협업체계는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By 리포터 구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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