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HDC현산 Vs 한앤코' 항공업 극과극 자세, 누가 옳을까

조회수 2020. 8. 26. 22: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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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 정몽규 회장/ 사진 한앤컴퍼니 홈페이지 및 HDC현대산업개발 보도자료 참조

항공업을 바라보는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한앤코)와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의 상반된 행보가 눈길을 끕니다. 올해 초 창궐한 코로나19 여파로 비행기가 거의 뜨지 않는 현 시국에서 한앤코는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부를 사들인 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인 HDC현산은 인수 포기로 가닥을 잡았는데요. 사실 둘 중 누가 더 이득이 되는 결정을 내린 건 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코로나19의 제2 유행으로 비행기가 다시 언제 뜰지 모르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한앤코는 과감하고 용기있는 베팅을, HDC현산은 소극적이고 조심스런 판단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앤코는 정말 위험한 레이스를 하고 있는 걸까요. HDC현산은 옳은 결정을 한 걸까요.


한앤코의 대한항공 기내식 및 기내면세품 판매 사업 영업양수도를 ‘위험한 베팅’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밸류에이션 때문입니다.


대한항공의 기내식 사업부는 올 초부터 코로나 직격탄으로 좀체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기내식 사업부 실적 비중이 큰 대한항공 기타사업(기내식, IT 서비스, 항공기엔진수리, 인터넷 통신판매)부문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938억원으로, 1년 전 1397억원에서 33% 쪼그라들었습니다. 영업이익도 작년 상반기 153억원에서 1년 만에 8억 5000만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습니다.


아무리 업황이 어려워도 비행기만 띄우면 연간 100억원 이상의 이익을 꾸준히 내던 모습과는 거리가 먼데요. 코로나 여파로 국제선이 사실상 붕괴되고, 기내식이 거의 제공되지 않는 국내선으로만 연명했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런 업체를 1조원 가까운 돈을 주고 산다는 것은 한앤컴퍼니가 지난해 대한항공 기내식/면세품 판매 사업 실적을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대한항공의 기내식 사업 매출액은 910억원이었고 당기손익은 228억원 가량으로 추정됩니다.(추정 근거는 사진 참조.)

단순 밸류에이션을 내볼까요. 한앤코와 대한항공은 새로 설립할 기내식/면세품 판매 사업체의 밸류에이션을 당기손익 대비 대략 30배 내외의 멀티플 상수를 대입해 지분을 취득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여기에 사용된 수치들은 정확한 자료가 제공되지 않아 추정했습니다.


한앤코와 대한항공이 적용한 멀티플상수가 과도하게 보일 수 있는 이유는 아시아나항공이 게이트고메코리아(유)의 지분을 취득할 때 적용한 멀티플상수 추정치(약 5배~33배)의 상단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은 게이트고메코리아 지분 40%를 인수하면서 858억원을 지불했습니다. 게이트고메 100% 지분 가치를 대략 2145억원으로 추정한 거죠. 그런데 이 100% 지분 가치는 게이트고메가 내는 당기순이익의 5배~33배 사이에 위치합니다.


게이트고메는 초기 설립 비용으로 2019년 65억원의 이익을 냈으나 올해 상반기에만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200억원이 넘는 이익을 낸 것으로 파악됩니다. 기내식 사업만의 정확한 당기손익 수치를 구하기 어렵지만 대략적인 멀티플상수 범위가 5배~33배일 것으로 보이죠. 한앤코의 과감한 베팅이 자칫 위험한 레이스일수도 있어 보이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한앤코의 산업분석이 틀렸다고만 할 수 있을까요. 항공업계에서 보는 시각은 엇갈립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나면 기내식 사업이 다시 호황을 맞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식음료 사업에 진출, 시너지 효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항공사의 기내식 사업부는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분명 알토란 사업입니다. 정부의 승인 없이는 기내식 사업 진입이 어려워 독보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고, 그만큼 높은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지난 2003년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사업부를 프랑스 국적항공사 루프트한자 자회사에 매각할 때 매각가가 당시 연매출의 10배에 달했던 것도 바로 이런 매력이 부각됐기 때문입니다. 아마 한앤코도 이런 점을 노리고 투자에 나섰을 겁니다.


한앤코의 이같은 행보는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접기로한 HDC현산과 대조됩니다. HDC현산은 한앤코와 마찬가지로, 그나마 좀 나은 아시아나항공의 작년 실적을 바탕으로 2조 5000억원에 인수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더 나빠진 재무상태를 보고 결국 인수를 포기하기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자칫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죠.


역대급 최악이라는 항공 업계를 두고 한앤코는 공격을, HDC현산은 수비를 택했습니다. 누가 더 나은 선택을 한 걸까요.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해집니다.


By 에디터 이승연

By 에디터 문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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