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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창’ 네이버는 지금③] 네이버와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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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반열에 오른 네이버. 우리나라 벤처의 상징이자 선망의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 회사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이커머스, 부동산 등 소상공인의 사업영역을 집어 삼기는 공룡. 실질적인 뉴스 권력으로 정치 이슈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구글, 페이스북, 카카오 등과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른지 오래다. 이번 기획에서는 한국 시장에서 네이버라는 기업이 풀어야 할 과제와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네이버의 어제-오늘-내일
2) 네이버와 이커머스
3) 네이버와 금융
4) 네이버와 콘텐츠
5) 네이버와 뉴스

어릴 적 백화점에 가는 게 좋았던 건 실내 키즈카페(당시엔 ‘정글짐’이란 이름이었다) 때문이었다. 엄마와 누나가 쇼핑하는 동안 나는 볼풀과 그물, 미끄럼틀에서 한참을 놀았다. 쇼핑이 끝나면 함께 구내식당으로 가 돈가스를 먹고 콧노래 부르며 집으로 돌아갔다. 내게 백화점은 먹고 노는 공간 그 자체였다. 머리가 크고도 잘 잊히지 않는 추억이다.

키즈카페는 플랫폼으로서의 백화점을 상징하는 점포다

출처롯데백화점

생각해 보면 그 시절부터 백화점이 표방하던 게 바로 ‘플랫폼’이었다. 쇼핑하고 밥 먹고 장 보고 차 마시고 영화도 보는 ‘종합 엔터테이닝’ 공간이다. 쇼핑하는 데 지장 없도록 아이도 맡아준다. 이 모든 일은 입점 사업자들이 한다. 백화점 소유자는 장소만 내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자주 간과되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심플한 사업 방식이다.


최근 코로나19로 백화점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바이러스 확산 초 월간 기준 국내 초대형 백화점 매출이 전년 대비 80% 급감했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카드 결제는 그만큼 줄지 않았다. 사용처가 온라인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쇼핑하는 ‘언택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네이버 백화점’은 어떻게 돈을 벌까


언택트 시대 한국의 최대 온라인 플랫폼은 단연 네이버다. ‘네이버 백화점’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다. 메일 보내고 뉴스 보고 쇼핑하고 ‘랜선친구’들과 소통하고 질문 할 수 있다. 책 읽고 음악 듣고, 웹툰이랑 영화도 보고 예능이나 스포츠 영상도 본다. 기술의 도움으로 물리적 한계에서 벗어나니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졌다.


여기서 질문. 플랫폼으로서의 백화점은 입점 사업자들에게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돈을 번다. 그럼 네이버는 어떻게 돈을 벌까, 우선 광고를 띄워주고 광고료를 벌 것이고, 또한 네이버에서 사업하는 업체들에게 수수료도 받을 것이다. 실적발표 자료를 보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지난 2분기 네이버는 매출로 1조9025억원을 벌었다. ‘네이버 사업부문’에서 1조2116억원, ‘라인(LINE)과 기타 사업부문’에서 6908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306억원이었다. 라인 부문에서 1083억원을 까먹었지만 네이버 부문에서 3389억원을 벌었다. 라인이 일본을 비롯한 해외 사업에 편중됐으니 사실상 국내에서만 돈을 버는 셈이다.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비즈니스 플랫폼’ 부문이다. 네이버의 쇼핑 파트인 ‘스마트스토어’가 포함된 이곳의 분기 매출은 7772억원이었다. 연 환산 시 3조원을 훌쩍 넘는다. 쿠팡의 지난해 연 매출이 7조1531억원이었지만 이것만 놓고 네이버가 열세라고 보기 어렵다. 쿠팡은 대부분의 물건을 직접 사입해 빠르게 배송하는 데 사활을 거는 유통 업체고, 네이버는 남의 상품을 대신 내걸어주는 플랫폼 업체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측은 쇼핑 부문 별도 거래액을 따로 제공하지 않다. 하지만 네이버페이의 월간 거래액이 6조원에 육박할 정도니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올해부터 네이버가 투자하는 물류회사를 스마트스토어 사업자에게 소개하는 간접적 ‘풀필먼트’를 도입했다고 한다. 막대한 투자로 자체 유통망을 구축한 쿠팡과는 또다른 전략이다.

지난 1분기 네이버페이의 과금 사용자 수와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 46% 늘었다

출처네이버 2분기 실적 발표 자료 갈무리

네이버페이가 속한 ‘IT플랫폼’ 부문의 지난 2분기 매출은 1482억원이었다. 여기서 매출은 결제액이 아니라 수수료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9.4%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네이버페이 과금 사용자 수는 지난 1분기 1250만명, 거래액은 분기 5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3%, 46%씩 증가했다. 네이버파이낸셜 출범 초 증권사들이 3조원의 몸값을 매긴 건 이처럼 막대한 성장성 때문이다.


네이버의 금융 사업을 조명하기 위해선 당연히 커머스를 먼저 볼 수밖에 없다. 네이버의 금융 수익 대부분은 결제에서 발생하며, 그 앞단에는 쇼핑의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에 상품 판매 수수료를 받는다. 그리고 사용자가 네이버페이를 통해 결제하면 결제 수수료도 받는다. 판매와 결제 양쪽에서 모두 수수료를 받는 사업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2009년 네이버는 네이버 아이디로 제휴사와 쇼핑할 수 있는 ‘체크아웃’ 서비스를 선보였다. 2015년엔 네이버페이를 출시하며 결제 사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었다. 네이버페이의 성공이 담보되자 2019년 미래에셋과 결제부문을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출범했다. 그리고 네이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고 있다.


금융을 하지만 금융을 하진 않는다


지난 7월 28일, 네이버파이낸셜 기자간담회가 있었다. 이날 최인혁 대표는 네이버파이낸셜의 첫 서비스로 ‘SME(소상공인) 대출’과 ‘빠른 정산’ 서비스를 각각 선보였다.


화제가 된 쪽은 ‘SME 대출’이었다. 네이버에 입점한 업체 가운데 갓 사업을 시작해 금융·사업 이력이 부족한 분들에게 사업자금을 빌려주는 서비스다. 간담회에서 ‘네이버가 드디어 대출에 나선 것이냐’라는 질문이 나왔다. 최 대표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 7월 28일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SME 대출에 대해 ‘금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출처네이버파이낸셜

SME 대출에 대해 이해해보자. 대출 주체는 미래에셋캐피탈이니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다. 대신 대출 심사는 네이버파이낸셜에서 맡는다. 일반적 심사론 대출이 안 나오는 만큼 네이버 자체 대안 신용평가시스템, 일명 ACSS로 대체한다.


네이버가 대출업을 한다고 볼 수 있을까. 아니다. 네이버는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업자들에게 대출을 중개해주는 역할을 하며, 돈을 빌려주는 쪽은 금융사다. 최 대표의 말처럼 사업자들은 대출을 다른 데서 받아도 되고, 여기서만 할 이유도 없다.


간담회에선 네이버가 법인으로 출범한 NF보험서비스 관련 질문도 나왔다. 역시 ‘네이버가 보험을 팔 것이냐’라는 물음이었는데, 이에 대해 최 대표는 “SME를 하다 보니 관련 보험이 많은데, 신용정보를 잘못 다루면 벌금이 있어 이들에게 보험을 가입시키고 관련 교육을 할까 해서 법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NF보험서비스를 통해 네이버는 자동차보험이나 생명보험 같은 일반적 보험상품을 팔려는 건 아닌 듯하다. 오히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이 사업상 생길 문제(예컨대 부정거래)를 막는 차원에서 관련 교육을 하고 이와 관련된 보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대표도 “자동차 보험 같은 걸 파는 데는 굳이 별도의 법인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미 자동차 보험을 파는 회사는 많고 네이버는 이미 플랫폼으로서 그들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네이버가 보험으로 하려는 건 법인영업대리점(GA)처럼 보험을 팔아 이익을 얻는 것과는 맥락이 다르다.


SME 대출과 NF보험서비스, 그리고 네이버페이는 금융을 대하는 네이버의 일관된 자세를 보여준다. 네이버는 금융업을 하는 게 아니다. 네이버페이는 쇼핑에서 번거롭던 결제를 쉽게 하기 위함이고, SME 대출과 NF보험서비스는 입점 사업자들에게 금융적 편의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한성숙 대표는 네이버페이를 출시한 2015년 당시 “저한테 네이버가 ‘페이라는 사업을 하냐’ 라고 물으면 ‘안 한다’라고 답할 겁니다. 하지만 ‘결제 기능은 없나요’라고 물으면 있다는 거죠”라고 말했다. 한 대표의 말은 최소한 지금까진 맞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네이버가 ‘진짜 금융’을 하는 날


다만 ‘네이버가 금융을 안 한다’는 말과 ‘금융으로 돈을 벌고 있다’라는 말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네이버는 이미 금융으로 막대한 돈을 벌고 있고, 금융을 자신들의 가장 뛰어난 ‘무기’로 쓰고 있다.

P2P금융사 ‘넥펀’의 돌려막기 사태에 대해 판매사인 네이버는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P2P금융사 ‘넥펀’ 사태를 보자. 지난 7월 벌어진 이 논란에서 네이버는 판매사였다. ‘넥펀 가입하고 1만원 투자하면 네이버페이 포인트 5000원+투자지원금 5000원’이란 타이틀로 고객 몰이를 했다. 그리고 넥펀은 투자금 돌려막기 혐의로 경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투자자들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사람들이 넥펀을 보고 가입했을 리는 없다. 네이버페이에서 이 상품을 팔지 않았다면 넥펀에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태가 불거지자 금융위원회는 금융상품 문제 발생 시 판매사에도 책임을 묻겠다고 발표했다. 상품을 팔아주고 수수료를 챙긴 네이버는 이 문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통장과 카드, 보험을 중개한다. 돈에 있어 네이버의 또다른 면모가 엿보이는 지점이다.


한 발 더 나가보자. 금융당국은 조만간 네이버를 비롯한 간편결제 사업자들에 후불 결제를 허용하는 내용을 검토 중이다. 신용 결제는 그간 신용카드사업자와 휴대폰 결제사업자만 할 수 있었는데 그 간편결제 사업자들에게까지 그 빗장이 풀리는 것이다. 여기서 ‘동일 산업-동일 규제’ 논란이 제기된다.


신용공여 사업을 하려면 200억원의 자본금이 필요하며, 보안을 위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전산 구축 비용도 든다. 반면 간편결제 사업자의 자본금 규제는 있던 것조차 하향(최대 50억→20억원)했다. 만약 당신이 신용공여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간편결제 사업자가 더 낮은 허들로 시장에 진입하려 한다면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형평성 논란이 벌어지는 지점이다.

문제는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 기업과 기존 금융권 간 이처럼 잠재된 갈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에서의 정보 비대칭 문제,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전달업) 사업에서의 금융권 고객층 이탈 등이 가장 크게 예상된다. 레거시 사업자들의 반발이 크자 당국은 갈등 봉합을 위해 민관합동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금융소비자 편의’라는 명분 아래 네이버가 금융업 ‘비슷한 것’에 진출할 기반은 만들어진 듯하다. 규제 산업이라는 이유로 일견 매력적인 인터넷전문은행에서도 빠졌던 회사다. 규제의 울타리가 낮아진 상황에서, 과연 네이버는 어느 수준까지 금융업의 선을 넘게 될까. ‘고객 편의 증대’와 ‘수익성 강화’, ‘금융권과의 갈등 봉합’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By 리포터 이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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