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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ON] "내 휴대폰에는 의사가 산다"..해외에서 아플 땐 '링거'

조회수 2020. 8. 24. 18: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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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나오고 있다. 언젠가 가치를 인정받고 우뚝 서는 그날을 위해 창업자들은 오늘도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드림ON]에서는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아이템과 각종 이야기를 조명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무대에 설 때까지 거침없이 질주할 유망 스타트업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2> 외국에서 아플 때도 걱정 끝 – 케어팩토리 김순용 대표 


“누구에게나 가까운 의료인 친구 한 명은 필요하다. 특히 해외에서는 더욱더.”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을 위한 의료상담 서비스 앱 ‘링거(Ringer)’를 선보인 케어팩토리는 지난해 5월 창업했다. 링거의 가장 큰 차별점은 해외에서 무료로, 스마트폰을 통해 24시간 의료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해외에 있다면 공간적, 언어적, 비용적인 문제로 인해 의료 문제로 골치를 앓을 수 있다. 한국에서라면 쉽게 갈 수 있는 약국이나 병원도 이용을 주저하기 마련. 그러나 링거를 이용하면 모든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 링거는 해외 교민을 대상으로 ‘병원 진료를 받기 직전 단계’의 의료 상담 서비스를 스마트폰을 통해 제공하는 앱이다. 당장 병원에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되는 순간에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서비스다.


의료 상담 서비스이기 때문에 진료나 구체적인 약물 처방 등은 하지 않는다. 다만 증상에 따라 빨리 병원에 가야 하는지, 어디에 응급실이 있는지, 무슨 과에 가면 좋은지 등의 질문에 답을 해준다. 해외 체류 시 새벽에 배탈이 났을 때,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날 때 등 사소하지만 건강이 걱정될 때 언제든 링거로 의료상담을 받을 수 있다. 상담진은 한국에 있는 의사와 간호사로 구성돼 있고 24시간 상담요청을 할 수 있다.

출처: 케어팩토리 제공
링거 앱의 장소 표시 화면

링거를 선보인 김순용 케어팩토리 대표는 현 응급의학과 전문의다. 링거의 시작은 답답함에서 비롯됐다. 김 대표가 근무하는 병원에는 응급실을 급히 찾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그들은 대부분 본인의 증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안타깝고 답답했던 김순용 대표는 ‘반대로 해외로 떠난 우리 국민이 아프면 얼마나 곤란할까’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링거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해외여행자보험을 들고 떠나더라도 현지에서 쓰고 온 비용을 보전해줄 뿐 아픈 순간의 어려움을 바로 해결해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해외여행객을 위해 카카오톡에 플러스채널을 개설하고 여행 커뮤니티에 홍보를 한 것이 출발이었죠”


지난해 처음 상담 서비스를 선보였을 때는 시험삼아 여러 커뮤니티나 여행 카페에 글을 올렸다. 의외로 상담이 곧잘 들어왔다. 해외에서 문제가 발생한 이들은 카카오톡 채팅을 통해 김 대표와 상담할 수 있었다.


모든 상담은 100% 무료로 진행했다. 비용이 없으니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했고 조기에 올바른 처치를 받거나 안심할 수 있었다. 의외로 상담은 간단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아기가 아픈데 낮에 먹인 해열제를 또 먹여도 되는지’, ‘약을 많이 가져오긴 했는데 대체 이럴 때는 뭘 줘야 하는지’, ‘감기 기운이 있는데 병원을 가봐야 하는지’ 등 여행 중 누구나 겪을 만한 것들이었다. 답은 간단하지만 병원에 가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정보였다. 실제로 서비스를 경험한 이들의 평가는 극찬 일색이었다.

출처: 케어팩토리 제공
워드 클라우드로 구성한 링거의 사용 후기들

“카톡 상담 내용을 보고 무척 놀랐습니다. 막상 상담을 해보면 사소한 문제가 90%에 달했어요. 의사가 보면 딱 5초 만에 답할 수 있는 문제가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여행 일정 포기를 고민할 정도로 걱정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별 것 아닌데도 조언을 해주면 다들 너무나 고마워하는 겁니다. 충격을 받았죠. 응급실에서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도 고맙단 말 한 마디 듣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뿌듯했고 좀 더 해보자고 생각했죠”


이후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케어팩토리 법인을 세웠다. 9월에는 ‘2019 한국관광공사 예비창업패키지’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사업에 탄력을 얻었다. 서비스를 시작한 후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지만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용객이 늘었다. 이용해본 이들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자체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서비스 출범 초반에 하루 2건에 불과하던 상담건수는 현재 30건에 달할 만큼 늘었다.


“처음에는 혼자서 상담을 맡았지만 일이 늘면서 동료 의사와 간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간호사의 경우 인턴 시절 직접 눈으로 확인한 실력파 간호사들께 참여를 부탁했습니다. 의사와 달리 친절하고 따뜻한 상담을 해주시는 게 장점이죠. 그렇게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응급실 근무 경험이 있는 간호사들의 참여로 빠른 대응이 가능해졌습니다. 죄송한 것은 모든 의료진이 자원봉사나 다름없이 함께 하고 있는 것이죠.”


지난해 5월 첫 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카카오톡을 통한 상담건수는 2200건에 달한다. 또한 올해 6월 출범한 링거를 통한 상담건수는 1300여건에 이른다. 현재는 기존 카카오톡 상담을 종료하고 지난 6월 새로 출시한 링거 앱으로만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이용을 원하는 사람은 링거 앱을 다운받아 가입하고 초기 화면의 상담 버튼을 누르면 대화창으로 옮겨서 상담을 할 수 있다.



링거의 상담 서비스는 해외 교민만 대상으로 한다. 재외동포 숫자는 총 180개국 749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에 있지만 언어소통이 어렵거나 수준 높은 한국 의료진의 조언을 구하려는 교민들이 주로 링거를 찾고 있다. 이제는 해외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도 교민에게 알려줄 정도의 서비스가 됐다.


“그저 한국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는다는 분들도 많아요. 증상을 들어보고 병원을 가야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전문 의학용어로 증상을 표현하는 방법이나, 현재 위치에서 가까운 병원 연락처나 위치가 어디인지 알려주는 일도 하죠. 특히 의료 서비스가 발달하지 않은 국가에서 상담하는 경우가 많아요. 정부 기관도 저희를 알고 있더군요. 상담자에게 어떻게 연락하셨냐고 물었더니 현지 대사관에서 알려줬다는 분도 계셨어요. 저희가 민간 업체라 공식 홍보는 못하지만 그만큼 신뢰한다는 뜻이겠죠”


아쉬운 점은 현행법에선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원격의료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링거 서비스는 ‘병원에 가기 전 단계’의 조언에만 그치고 있다. 바꿔 말하면 법이 바뀔 경우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순용 대표의 눈도 그 이후를 주목하고 있다.

김순용 케어팩토리 대표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지금보다 훨씬 자세하고 전문적인 상담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어디서나 의료진에 연결되는 것이죠. 해외에 있는 국민 모두가 24시간 수준 높은 의료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혁신입니다. 또한 의료 취약지역, 후진국 환자 대상의 비대면 의료봉사도 가능할 것입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준비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링거를 병원에 가기 전 필수적으로 거치는 서비스의 대명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By 에디터 김명상

terr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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