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없는 애플은 어떻게 시총 2조달러 기업이 됐나

조회수 2020. 8. 22. 10: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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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없다. 매번 애플에 쏟아지던 언론의 레토릭이다. 그리고 애플은 19일(현지시간) 시총 2조달러(약 2373조원)를 돌파했다. 1조달러를 돌파한 지 2년 만의 일이다. 혁신이 없다던 애플은 어떻게 시총 2조가 넘는 기업이 됐을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과 애플의 서비스 생태계 중심 비즈니스에 주목한다.


애플은 19일(현지시간) 오전 뉴욕증시에서 장중 1.4% 상승한 주당 468.65달러를 기록하며 시가총액 2조달러를 돌파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시총 1조9790억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시총 2조달러 돌파는 미국 상장 기업으로는 처음이다. 애플은 2018년 8월 2일(현지시간) 시총 1조달러를 넘어섰다.

팀 쿡 애플 CEO (사진=애플)

1주 만에 시총 2배…배경은 코로나19?


애플은 시총 1조달러에 이르기까지 42년이 걸렸지만, 2조달러까지는 불과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또 1조달러에서 2조달러 고지에 오르는 데 걸린 실질적인 시간은 21주에 불과하다. 애플의 시총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3월 중순 1조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처럼 가파르게 애플의 시총이 상승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있다. 미국 주식 시장은 올 초만 해도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폭락했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채권 무제한 매입 등 시장에 돈을 푸는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펴면서 애플을 비롯해 구글(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거대 기술 기업으로 돈이 몰렸고, 이들의 주가가 크게 치솟았다.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수혜주로 IT 기업을 꼽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대되고 IT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해당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고, 경기 침체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이 같은 투자 안전처로 몰려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과 구글(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 등 5개 기업의 가치는 현재 약 3조달러에 이른다. S&P500 지수에 포함된 이들 다음 50개 기업 가치를 모두 합친 것에 맞먹는 수준이다.


<뉴욕타임스>는 “투자자들은 막대한 규모와 힘을 가진 거대 테크 기업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 국면에서 피난처 역할을 해줄 거라는 데 기대를 걸고, 이들에게 수십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라고 짚었다.


서비스 중심으로 지대 구축한 애플


애플의 안정적인 사업 구조도 주목받고 있다. 애플은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올해 2분기(미국 회계연도 기준 3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거뒀다. 전분기 대비 11% 증가한 596억9000만달러(약 71조원)를 기록했다. 특히 서비스 부문의 성장세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서비스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131억6000만달러(약 15조5880억원)를 기록했다.

애플은 서비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애플은 최근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량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팔린 아이폰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 생태계 확장에 힘써왔다. 과포화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 장사만으로는 더는 먹고살 수 없다는 계산이다. 아이폰을 그릇 삼아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애플은 애플 뮤직(음악 스트리밍)을 비롯해 애플 아케이드(게임), 애플TV 플러스(동영상 OTT), 애플 뉴스 플러스(뉴스 제공) 등 구독형 서비스를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통합을 강조하며 이용자들을 애플 생태계에 가두는 전략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애플이 혁신이 없다는 비판에도 매년 성장하는 이유다.


트럼프 세제개혁의 나비효과


트럼프 정부의 2017년 세제개혁이 애플 주가 상승에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7년 말 세제개혁을 단행하면서 법인세 최고 세율을 기존 35%에서 21%로 낮췄고,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비축한 수익을 송환할 때 일회성 세금을 매기는 ‘본국송환세’를 도입했다.


기존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미국 내 수익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번 수익에도 법인세를 매겨왔다. 이를 본국으로 들여오기 전까지는 세금을 유예해줬는데 이에 미국 기업들은 과세를 미루기 위해 해외에 수익을 비축해왔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에서 번 돈에만 과세하는 속지주의로 전환하면서 법인세율(21%)보다 낮은 15.5%의 세금만 매기는 송환세를 도입했고, 기업들은 해외 이익잉여금을 미국으로 들여왔다.


이 과정에서 애플은 2520억달러의 해외 수익을 되찾으면서 해당 자금을 이용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주식 환매를 늘렸다.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일반적으로 기업의 주가가 오르게 된다. 주식 유통 물량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또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하면 배당처럼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해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회사 임원급이나 큰손 주주가 아닌 이상 혜택을 받기는 힘들다.


By 리포터 이기범

spirittiger@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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