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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촬영의 보편성은 기기의 진화와 플랫폼의 발전에서부터 왔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사람들에게 동영상 촬영에 있어서 얼마나 큰 편리함을 줬는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죠. 사실 스마트폰 카메라만큼이나 영상 문화에 큰 기여를 한 것은 바로 ‘유튜브‘ 플랫폼입니다. 내가 촬영한 무언가를 전 세계인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경험, 그리고 내 방 안에 누워서도 해외 어딘가의 현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경험은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의 전환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재난 상황이나 테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유튜브는 이러한 동영상 문화의 변화를 두드러지게 보여줬습니다. 현장에 있는 개인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통해 리포터 역할을 대신했죠. 정제된 형태가 아니더라도, 현장의 심각성을 외부에 알리는 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이를 보는 시청자들의 태도도 유사했는데요. 사람들은 언론사의 보도를 기다리기보다는 유튜브를 통해 직접 현장을 찾아 나섰습니다. 당시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몸소 체험하기를 원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현장감에 대한 욕구와 자극에 대한 호기심은 한데 섞여 역효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유튜브의 오픈 플랫폼적 특성이 음모론자들의 타깃이 된 거죠. 지난 10월1일(현지시간) 발생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사건에서도 유사한 문제점이 발생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콘서트 공연장 현장에서 발생한 만큼 현장에 있었던 관람객들의 스마트폰에 담긴 영상이 수없이 많이 노출됐습니다. <CNN>, <ABC>를 비롯한 주요 방송국들의 뉴스 속보에도 대부분 제보 영상들이 사용됐습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플랫폼에서 더 많은 현장 영상을 검색했을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합니다.

<버즈피드>에 따르면 사건 직후 ‘라스베이거스 총격(Las Vegas shooting)’을 검색하면 3번째 검색 결과물로 음모론을 주로 다루는 채널인 ‘AMTV’의 동영상이 게시됐습니다. 해당 비디오는 범인이 미국 정부 또는 특정 기관을 대표해서 사건을 주도했을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또한, 총기난사범의 이름인 ‘스티븐 패덕(Steven Paddock)’을 검색하면 범인이 반트럼프 계열의 좌파 운동가라는 주장을 담은 영상이 검색 결과물의 2번째로 게시됐습니다. 이밖에도 사건과 관련한 여러 가지 음모론 성향의 영상들은 검색 상단에 위치했고,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튜브 측은 “우리는 유튜브 뉴스 채널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으며, 특정 사건에 대한 영상은 유튜브 홈페이지의 ‘속보(Breaking News)’에 게재된다”라며 “특히 검색 결과에 있어서는 검증된 언론사의 콘텐츠를 ‘톱뉴스(Top news)’로 별도 분류해 검색창 최상단에 위치시킨다”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문제는 ‘톱뉴스’ 표시가 붙은 콘텐츠 검색 결과는 2개까지만 첫 번째 화면에서 보여진다는 점입니다. 물론 톱뉴스에 대한 검색 결과를 ‘펼쳐보기’를 통해 더 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검색창을 마주한 사용자의 시선에서는 3번째 콘텐츠에서부터 무분별한 동영상을 바로 접할 수 있게 됩니다. 음모론 성향의 콘텐츠들은 썸네일과 제목에서부터 사용자들을 유혹하는 자극적인 장치를 누구보다 잘 활용하는데요. 때문에 ‘톱뉴스’의 콘텐츠들은 사용자들의 유입이 낮을 확률이 높습니다.

유튜브 특유의 알고리즘 시스템이 음모론 콘텐츠의 확산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유튜브의 ‘다음 동영상’이나 ‘인기 동영상’은 주로 비슷한 주제의 콘텐츠 중에서 화제가 된 동영상들을 리스트에 올립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트랜디한 콘텐츠’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것에 대한 끊임없이 연구를 지속했기 때문입니다. 시청률 급증은 유튜브 알고리즘이 가장 눈여겨보는 지점이 됐습니다. 자극적인 내용을 담아 많은 조회수를 이끌고 있는 음모론 콘텐츠들은 쉽게 유튜브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아 해당 리스트에 올라가게 됩니다.

유튜브는 이번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월5일(현지시간) 유튜브가 라스베이거스 총격에 대한 검색 결과 상위 5개 동영상을 중요한 정보성 영상으로 조정 조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이 ‘라스베이거스 총격(Las Vegas shooting)’이라는 특정 검색어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검색 결과를 주요 언론사의 영상으로 변환했습니다. 유튜브는 사건에 대해 정보를 찾고자 하는 사용자들에게 잘못된 사실, 음모론 정보를 퍼뜨리려는 동영상을 배제하고, 권위 있는 정보성 플랫폼에 대한 권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 음모론 콘텐츠에 대한 유튜브의 논란은 가짜뉴스의 확산과 결을 같이 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유튜브 관계자는 “유튜브의 ‘다음 동영상(Up next)’ 알고리즘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신뢰도 있는 결과를 내놓기 위해 변경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튜브는 그동안 가짜뉴스 논란과 관련해 수개월 동안 검색 결과 문제에 대해 연구를 지속해왔지만, 이번 라스베이거스 사건과 관련한 콘텐츠 논란으로 인해 검색 결과에 대한 변경 일정을 앞당겨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