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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메타버스'의 재탄생..거품 아닌 현실인 이유

조회수 2021. 3. 21. 11: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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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 단어가 IT산업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바로 ‘메타버스’입니다. 여느 날 혜성처럼 등장한 이 단어는 오늘날 세간을 뜨겁게 달구는 화두가 됐습니다.


메타버스는 과연 무엇일까요. ‘초월’이라는 의미의 ‘메타’, 그리고 세계라는 의미의 ‘유니버스’가 합쳐진 말이라는데, 이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그 윤곽을 잡기 쉽지 않습니다. 메타버스가 무엇인지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드리려 합니다.


혹시 가상세계에서 살아가는 상상을 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밥 먹고, 일 하고, 돈 벌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을 모두 가상공간에서 하는 겁니다. 기존의 가상공간은 현실과 괴리된 방식으로만 가능했는데, 메타버스는 현실의 연상선상에서 이 모든 일이 가능해집니다. ‘현실이 결부돼었는지’ 여부가 가상공간과 메타버스의 차이를 구분합니다.

‘네오’가 몸을 뒤로 젖혀서 총알을 피하는 명장면을 낳은 영화 매트릭스는 메타버스의 ‘인버전’이다.

메타버스를 말할 때 자주 회자되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매트릭스>입니다. 주인공 네오가 그간 현실인줄 알고 살아온 곳이 매트릭스고, 그가 ‘빨간약’을 먹고 나온 곳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현실 세계였던 것이죠.


매트릭스 속 사람들은 그곳이 현실이라 믿고 살아갑니다. 반면 빨간 약을 먹은 네오는 기계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 매트릭스 시스템을 사수하려는 ‘앤더슨’들과 치열하게 싸웁니다. 하루하루가 전쟁같은 삶이죠. <매트릭스>는 메타버스의 ‘뒤집힌 버전’입니다. 우리가 지금 우리가 사는 삶이 혹여 메타버스일지도 모른다는 게 매트릭스가 주는 시사점입니다.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는 메타버스를 비롯해 아바타, 세컨드라이프 등 다양한 용어가 태동한 작품이다.

‘메타버스’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지금으로부터 약 30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2년 닐 스티븐스의 SF소설 <스노우 크래쉬>가 그 시작이죠. 근미래의 디스토피아를 뜻하는 ‘사이버펑크’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현실의 연장선인 메타버스에서 생기는 범죄를 풀어나가는 게 그 줄거리입니다.


소설 속 용어 중 다들 아시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아바타’입니다. 메타버스 속 자아를 뜻하는 이 단어는 동명의 2009년작 영화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소설 속에서 자주 쓰이는 ‘세컨드 라이프’라는 용어도 2003년 게임으로 탄생했죠. 그리고 코로나19가 퍼지며 바깥 활동이 어려워진 2020년, 소설 속 메타버스란 단어도 비로소 시대의 조류로 떠오르게 됩니다.


그렇다면 현실 세계에서 메타버스는 과연 어떻게 나타날까요. 게임 ‘포트나이트’가 좋은 예시가 될 겁니다. 한국인들에겐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게임인데 글로벌 가입자 3억5000만명, 동시접속자 수도 1000만명을 넘기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지난해 5월 ‘파티로열’이라는 이름으로 뮤지션 공연과 영화 상영을 선보입니다. 물리 공간이 아닌 디지털 공간에서 말이죠. 이후 방탄소년단(BTS)도 여기서 안무를 공개하고요, 랩퍼 트레비스 스캇도 힙합 공연을 열었습니다. 현실 세계였다면 코로나19라는 물리적 제약으로 참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가상 공간이기 때문에 물리적 장벽이 사라진 겁니다. 포트나이트는 메타버스를 가장 영리하게 쓰는 기업으로 손꼽힙니다.

출처: (사진=포트나이트)

최근 갑자기 핫해진 게임도 있습니다. 바로 로블록스입니다. 로블록스 게이머들은 그 안에서 또다른 게임을 만들고, 타인과 교류합니다. 로블록스는 사람들이 놀 수 있는 자리(샌드박스)만 마련해주죠. 로블록스를 샌드박스 기반의 오픈월드 메타버스 게임이라 부르는 게 바로 이 의미입니다. 월 활성 사용자 수는 약 1억 5000만 명. 최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로블록스의 몸값은 무려 40조원에 달합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떠오릅니다. 왜 메타버스는 ‘게임’에서만 활발히 나타나는 걸까요. 통상 디지털 공간이 현실을 연장하는 것을 메타버스라 부르긴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게임이 부각되는 건 아마 메타버스를 즐기기 가장 좋은 환경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게임은 2000년 밀레니엄 이후에 태어난 ‘MZ세대’에 가장 익숙한, 공간이기도 하죠.


게임과 메타버스는 과거엔 상상하기 힘들었던, 비즈니스적 결합도 이뤄냈습니다. 일찌감치 리그오브레전드와 손잡은 명품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자사 로고를 활용한 게임 스킨, 그리고 게임 마크가 새겨진 가방과 신발을 출시한 것이죠. 두 회사의 협업이 메타버스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12월부터 이뤄졌으니 ‘미래를 보는 눈’이 있었나 싶습니다.


루이비통은 왜 LoL과 손 잡는 전략을 택했을까요. 2025년까지 세계 명품시장의 절반을 MZ세대가 차지할 것이란 한 시장 조사가 눈에 띕니다. 루이비통이 LoL과 협업한 건 머지않은 미래 ‘잠재 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전에 없이 새로운 전략인 거죠. 게임이 아닌 것에 게임을 접목하는 이 같은 방식을, 바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라고 합니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LoL과 협업해 만든 게임 캐릭터 스킨.

물론 메타버스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보입니다. 여느 유행가처럼 사람들에게 회자되다 어느 날 물거품처럼 사라지지 않겠냐는 겁니다. 여러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다만 이걸 생각해봅시다. 불과 30년 전 우리는 인터넷이란 용어를 전혀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에게 공기같은 존재가 됐죠. 플랫폼이란 개념도 마찬가집니다. 그 전까진 없던 단어가 2010년대 들어 현대 산업을 관통하는 시대적 키워드가 됐죠.


그리고 기술의 발전과 함께, 메타버스도 이들과 같은 지위가 될 것이라 예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 소프트뱅크의 수장 손정의 같은 사람들입니다. 두 CEO는 지난해 11월 ‘소프트뱅크 월드 컨퍼런스’에서 원격으로 회담하며 메타버스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출처: (사진=소프트뱅크 유튜브 갈무리)
지난해 11월 손정의(왼쪽) 소프트뱅크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원격으로 회담을 나누는 모습.

기술의 발전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끌고 있는 시대입니다. 윤곽이 없는 메타버스도 우리 삶의 일부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AR이나 VR과 같은 확장현실 기술이 그 시대를 도와줄 최고의 조력자가 될 것도 확실해보입니다.


블로터 IT흥신소, 이번 시간도 재미있으셨나요. 앞으로도 저희는 여러분들이 궁금해하시는 IT이슈를 취재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의견, 언제든 댓글로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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