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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왜 '현토부' 논란을 자처할까

조회수 2021. 3. 22. 13: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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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각사 홈페이지 및 보도자료)
왼쪽) 테슬라 모델3, 오른쪽) 현대차 아이오닉

현토부…


요즘 자동차 커뮤니티 등 온라인 웹 상에서 자주 보이는 단어 중 하나죠. 현대차와 국토부를 합친 말인데 국토부가 현대차와 마치 한 몸인 양 오직 현대차만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에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정부 기관이 현대차를 밀어줘도 너무 밀어주고 있다는 건데요.


논란에 불을 지핀 건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친환경차 보조금 개편안입니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을 통해 6000만원 미만 전기차 차량은 국고 보조금 800만원 한도 내에서 100% 지원하고, 6000만~9000만원 미만은 50%지원하며 9000만원 이상은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는데요.


800만원씩 일괄 지급하던 기존 방식에서 비쌀수록 보조금 지급을 줄이는 차등 지급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보니 정부가 상대적으로 비싼 테슬라를 저격하고, 현대차를 의도적으로 도와주려 한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특히 보조금 100%와 50%를 나누는 기준을 6000만원으로 정했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 가중됐는데요. 지난해 국내 전기차 붐을 일으킨 테슬라의 ‘모델3’ 롱 레인지 트림 가격이 6479만원이기 때문입니다. 해당 모델은 이번 정책 개편으로 보조금이 341만원으로 쪼그라들뻔 했는데요.(이에 테슬라는 해당 모델의 가격을 5999만원으로 낮췄습니다.)


반면 대부분 가격이 6000만원 이하인 현대차 전기차 모델은 모두 보조금 100%의 혜택을 누리게 됐습니다.


사실 쉐보레 볼트EV(4593만~4814만원)나 르노삼성의 조에(3995만~4395만원) 모두 6000만원 이하이기에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딱’ 현대차만을 도와주고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차가 아이오닉5의 가격을 5200만~5750만원으로 책정하면서 여러 의구심을 낳았습니다. 아이오닉 5의 가격이 정부의 보조금 개편안 발표 이후 공개된 것이라는 하나, 이미 출시 전부터 아이오닉5의 가격이 5000만원 선일 거라는 소문이 돌았던 만큼 정부가 이를 의식해 6000만원을 기준점으로 잡은 게 아니냐는 것이죠.


살짝 억지 주장 같기도 하지만, 그런 의도가 아니라면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 가격이 거의 5000만원 이하에 몰려 있는 만큼 보조금 지급 기준점을 6000만원이 아닌 5000만원으로 잡았어야 했다는 의견 또한 충분히 설득력은 있어 보입니다.

출처: (현대차그룹 보도자료)
지난 2월 경기도 화성시 소재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왼쪽)와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오른쪽)이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 5를 시승하고 있다.

정부의 현대차 밀어주기 논란은 여기서 그치치 않습니다.


일각에선 정부가 하다하다 이제 현대차의 전기차까지 홍보해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지난 2월 정세균 국무총리가 아이오닉5를 시승한 게 문제가 된 모양새입니다. 전기차 사업이 어느 덧 국가 정책 사업이 됐다고 해도 아직 출시하지도 않은, 그것도 엄연한 민간 기업 차를 정부가 나서서 시승을 통해 홍보한다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인데요.


정부가 제시한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해서라면 앞서 출시된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도 시승을 하거나 출시 행사에 참석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오로지 현대차 전기차만의 대중화를 위해서가 아니라면 말이죠.


르노삼성, 한국GM 등도 매년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르노삼성은 조에와 트위지를, 한국GM은 볼트 EV 등의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인기 모델은 아닙니다만 꾸준히 팔리는 모델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출시 행사에 정부가 참석한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트위지의 경우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공장을 방문한 적은 없죠. 두 회사 모두 외자계이긴 해도, 엄연한 국내 완성차 회사인데 말이죠.


문제는 이같은 정부의 차별 논란이 단순히 업계를 바라보는 제3자 뿐만 아니라 자동차 업계 안에서도 일고 있다는 점입니다.

출처: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업계 내부에선 특히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산정하는 데 있어 현대차에게만 너무 우호적이라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정부가 저온 주행거리가 우수한 차량에 인센티브를 최대 50만원까지 부여하기로 한 부분에 문제를 삼고 있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판매 중인 전기차 기준으로 상온 주행거리가 가장 긴 차는 모델3(퍼포먼스)로, 414.8Km에 달합니다. 2위는 쉐보레의 볼트EV로 414Km, 3위가 406Km인 현대차 코나(히트펌프) 순인데요. 반대로 저온 주행거리에선 코나(히트펌프)가 366Km로 1위로 올라섭니다. 모델3(퍼포먼스)와 볼트EV는 각각 250Km, 266Km로 줄어들면서 순위가 내려가는 데요.


성능과 효율이 좋은 차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만…


업계 논리는 이렇습니다. 자신들 역시 저온에서 주행거리가 긴 차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는 겁니다. 다만 화재 사고를 감안해 배터리 안전 마진을 자체적으로 높게 잡고 있어 이를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안 만들고 있다는 것이죠. 안전 마진이 낮으면 그만큼 화재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저온 주행거리가 긴 현대차에게 가산점을 부여함으로써 오히려 안전을 지키고 있는 자신들이 정부로부터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잠깐! 배터리 안전 마진이란 배터리 안전을 위해 전체 용량 중 8~12% 정도를 쓰지 않고 남겨두는 것을 말합니다. 100% 완충해도 실질적으로는 90%만 운용하는 건데요. 배터리의 과부하를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고로 안전 마진이 낮으면 안전성이 낮아지는 반면, 주행거리는 더 길어지게 되는데요.

지난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국회에 제출한 코나EV 화재 사고 법안 감정서에 따르면 코나EV의 배터리 안전 마진이 3%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8~12%에 달하는 경쟁 차종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인데요. 그만큼 상대적으로 화재 사고 발생 확률이 높다는 거겠죠.


그럼에도 정부는 그런 차에 가산점을 부여해 더 많이 팔릴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고요.


친(親)현대차 정책을 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정부 스스로 제시한 전기차 판매량을 달성하기 위해선 현대차 전기차의 판매량이 관건이 될 테니 말이죠. 또 세금으로 운영되는 전기차 사업상 보다 안정된 회사를 통해 정책 사업을 벌이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 단계에 들어선 사업에 정부가 너무 한쪽만을 일방적으로 편들며 업계 간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소비자의 선택권도 침해하는 행위고요.


P.s 전기차 보조금을 관여하는 곳은 국토부가 아니라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라고 합니다. 논란의 타겟이 잘못된 것이죠. 별명부터 잘못된 거 ‘현경부’나 ‘현통부’ 로 옮겨 갈게 아니라 별명도, 차별 논란도 이제는 마무리 됐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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