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캠핑장에서 겨울의 끝자락을 보다

조회수 2021. 3. 6.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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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은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인간의 본능이 발현된 여행이다. [캠핑일기]는 초보자의 캠핑 체험기를 다루는 코너다. 복잡한 세상사에 찌든 몸과 마음을 씻어줄 캠핑의 세계로 들어가 봤다.
마장호수 주변 카페에서 본 풍경 /김명상 기자

봄비가 지나가면서 자연에 생기가 감돌고 있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도 기지개를 켠다. 하지만 춥고 힘들었던 겨울이 막상 끝나간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아쉽다. 잔잔한 물과 어우러진 쓸쓸한 풍경을 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캠핑에서는 봄과 겨울의 경계선을 찾아 호숫가로 떠나기로 했다.


호수와 편의시설이 가까운 캠핑장

기산골캠핑장 주변. 대형 카페와 편의점 등이 가까이에 있다. /김명상 기자

기온이 오르면서 얼어붙었던 물이 녹아 버렸다. 아직 날은 스산하지만 곧 새싹이 움틀 것이다. 겨울 끝자락에 방문한 곳은 경기 양주시 소재의 ‘기산골캠핑장’이다. 파주 마장호수 시작점에 있어서 캠핑과 호수 주변 길 산책, 카페 탐방이 모두 가능하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방문 후 첫 느낌은 도심 속 캠핑장에 온 듯했다. 호숫가에 자리한 캠핑장이라 한적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주변에 편의점부터 대형 카페, 식당을 비롯해 심지어 모텔 등 일반 숙소도 있다. 언제든 필요한 것이 있다면 쉽게 구하러 나갈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편의 시설과 너무 가깝다는 것이 캠퍼에 따라 선택의 고민 요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캠핑장이 마장호수 공영주차장과 가까이 붙어 있지만 울타리로 분리돼 있어서 외부인이 들어오기는 힘들어 보였다.


캠핑 초보에 딱…방갈로와 캠핑을 동시에 

캠핑장 내부의 방갈로 /김명상 기자

선택한 사이트는 방갈로 바로 앞에 텐트 칠 공간이 마련된 곳이었다. 요금은 일반 사이트의 2배가 넘지만 이용객의 성향에 따라 무척 편리하게 쓸 수 있을 듯했다.


오두막처럼 생긴 방갈로는 냉난방 시설이 완비돼 있어서 특히 계절이나 날씨에 상관없이 방문하기에 좋다. 낮에는 캠핑 사이트에서 일반 캠핑을 즐기고, 잘 때는 안락한 실내로 들어가면 그만이라 초보 캠퍼에게 추천할 만하다. 실제로 퇴실하는 날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전날 미리 텐트를 정리하고 방갈로에서 잠을 청했다. 비를 맞으며 텐트를 걷어야 하는 불편을 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했다.

방갈로 내부 /김명상 기자

방갈로 시설은 깨끗하지만 낡은 편이다. 내부 구성은 에어컨, 선풍기, 환풍기 정도이며 침구류는 없다. 놀라운 건 벽에 달린 에어컨이다. LG전자의 전신인 ‘금성’ 로고가 박힌 것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유물을 접한 듯 신기할 지경인데 겨울이라 켜보진 못했다. 여름에 올라온 리뷰를 보면 우려와 달리 작동이 잘 되고 시원했다는 평이 많았다. 에어컨을 보고 걱정했던 바닥 난방은 화끈함 그 자체다. 온도 조절 장치를 30도 이상으로 두면 찜질방처럼 더워져서 잠을 이루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 25~30도 정도로 세팅하면 추운 겨울에도 충분히 안락하게 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갈로 4~5번의 경우 캠핑 사이트가 약 10m 정도 떨어져 있으니 선택할 때 참고하자.


철저한 매너타임…좁은 사이트 간격은 아쉬워

캠핑장 전경 /김명상 기자

전체적으로 일반 캠핑 공간은 다닥다닥 붙어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사이트 자체 크기는 6m X 7~8m 정도로 작지는 않다. 하지만 텐트 옆에 차를 세우는 공간을 제외하면 옆 동과의 간격이 좁은 편이다. 프라이빗한 느낌보다는 다 같이 어우러져서 캠핑한다는 느낌이 강하니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이곳 매점은 무인으로 운영된다.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장부에 적고 자유롭게 가져가면 된다. 퇴실할 때 한꺼번에 정산하는 시스템이다. 직원이 상주하지 않을 경우 매점 문을 걸어 잠그던 캠핑장만 봐서 그런지 신선하게 다가왔다. 매점 옆에는 앉을 수 있는 공용 테이블이 있고 그 외에 전자레인지, 공용 냉장고 등의 편의 시설도 갖춰져 있다. 샤워기는 4개 정도라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들어가기 어렵다. 뜨거운 물은 잘 나오지만 수압이 좀 약하다는 느낌이었다.

관리동 /김명상 기자

관리 측면의 점수는 높게 줄 만하다. 지금까지 다닌 캠핑장 중에서 이렇게 운영자를 많이 마주친 적은 없었다. 수시로 점검하기 때문에 개수대, 화장실이 항상 깨끗했고 불편한 점은 바로 해결이 됐다.


오후 11시 매너타임도 엄격히 적용된다. 매너타임을 넘긴 뒤에 계속 시끄럽게 하면 112에 신고한다는 무서운 경고문도 곳곳에 붙어 있다. 경험해보니 오후 10시 반부터 운영자가 텐트를 돌며 TV나 음악 소리를 낮춰달라고 요청했고, 11시가 되면 아예 볼륨을 꺼달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화하며 밤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소근거리는 수준이어서 불편하지 않았다. 매너타임과 숙면을 중시한다면 고려할 만한 부분이다.


여행과 캠핑을 동시에 하고 싶다면

마장호수 전경 /김명상 기자

전체적으로 장단점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캠핑장이다. 우선 공간적 여유가 부족한 것이 아쉽다. 사이트 간격과 길이 좁다 보니 밤에는 대화 소리나 바닥에 깔린 파쇄석 밟는 소리가 가까이서 들렸다. 반대로 이동할 때는 다른 이들을 생각해서 조용히 걷느라 신경을 써야 했다. 방문객이 서로 배려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불만이 발생할 만하다. 캠핑장 운영자가 매너타임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다행이지만 간격 문제는 개선 과제로 꼽을 만하다. 편의 시설이 가깝고 도로 옆에 있는 캠핑장의 입지 때문에 자연 속에서 사색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도 맞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단점을 상쇄하는 것은 주변 환경이다. 마장호수 초입에 자리해 있어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호숫가 산책을 할 수 있다. 나무 데크로 꾸민 산책로는 평탄해서 아이들도 편히 걸을 수 있을 정도다. 탁 트인 호수 주변에는 멋진 카페도 많다. 캠핑장을 벗어나 잔잔히 일렁이는 물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하거나 잘 꾸민 카페 자체의 매력을 즐기고 돌아올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마장호수의 명물인 출렁다리는 방문 당시 코로나19 여파로 폐쇄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길이 혼잡할 정도로 사람이 꽤 많았다. 방문객들은 출렁다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거나 전망대 매점에 들러 간단히 식사하는 등 각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기산골캠핑장에 가고 싶다면 먼저 방문객들의 취향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소음에 민감하고, 넓은 공간이나 최신식 시설을 선호하거나, 늦게까지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심과 다름없는 다양한 편의시설을 누리면서 캠핑도 하고, 마장호수 여행과 SNS에 올릴 만한 카페 방문까지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근교에서 여행과 캠핑을 모두 경험하고 싶다면 다른 곳보다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행 정보

장소 기산골캠핑장

주소 경기 양주시 백석읍 기산로 413

예약 방법 네이버에서 실시간 예약하기 이용

이용 시간 오후 1시~익일 오전 12시

비용 1박 5만원부터


※[캠핑일기]는 뒷광고 기사를 작성하지 않습니다.

※[캠핑일기]는 매너 있고 안전한 캠핑문화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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