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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곳 잃었던 코미디언들..'유튜브'에 무대 세웠네

조회수 2021. 3. 5.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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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무대가 사라졌다. 작년 6월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 KBS 2TV <개그콘서트>가 막을 내리면서, 지상파에선 더 이상 개그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설 자리를 잃은 코미디언들은 다른 길을 찾았다. 새로운 무대엔 새로운 기회가 있었다. “개그는 코미디언이 가진 기술인데, (기술로) 돈을 가장 쉽게 벌 수 있는 구조를 유튜브에서 만들었다고 봐요. 방송·행사·공연이 코미디언의 수익모델이었는데 유튜브로 다변화된 거죠.(피식대학 정재형)”

4일 유튜브는 이런 코미디 유튜버들을 모아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행사를 열었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정재형, 이용주, 김민수) △일주어터(김주연) △빠더너스(문상훈) 등이 참석해 관객(구독자)들과 소통하기 위한 각자의 고민과 성장전략을 공유했다.

‘피식대학’은 코미디언 김민수, 이용주, 정재형 씨가 만든 유튜브 채널이다. 처음에는 스탠드업 코미디 (Stand-up comedy)를 하기 위해 뭉쳤지만 주위의 조언을 듣고 유튜브에 무대를 세웠다. ‘빠더너스’ 문상훈 씨도 유튜브에는 문외한이었다. 콩트를 촬영해 기업들에게 무작정 보내던 와중에 MCN 회사인 트레저헌터로부터 “채널을 만들어 운영해보라”는 제안을 받아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


유튜브는 ‘기회의 땅’이었다. 우선 주도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아졌다. 코미디가 관객에게 닿기까지 거쳐야 하는 과정이 많았는데, 유튜브에선 코미디언들이 원하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일주어터’ 김주연 씨는 “지망생 기준에서 말하자면 극단생활을 할 때 선배, 관객, PD·작가까지 3, 4단계를 통과해야 코미디를 선보일 수 있다”며 “유튜브는 내가 PD이자 작가다. 중간과정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문상훈 씨도 “편집권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의도한 바를 좀더 잘 드러낼 수 있게 됐다”며 “(유튜브는)포트폴리오이자 이력서이자 연습장”이라고 말했다.


대신 소통 방식이 달라졌다. 이들은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아니라 유튜브 댓글로 재미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김주연 씨는 “무대에서 개그를 할 때 관객 반응은 웃거나, 안 웃거나 둘 밖에 없다”며 “유튜브는 단순히 웃지 않고 끝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피드백을 준다. 상처도 받지만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출처: 사진=피식대학 유튜브 갈무리.
이달4일 기준 67만 구독자를 보유한 피식대학은 ‘05학번 이즈백’을 비롯해 ‘B대면 데이트’, ‘한사랑 산악회’ 등의 상황극 콘텐츠로 인기를 얻고 있다.

반응에만 그치는 건 아니다. 댓글은 콘텐츠를 풍부하게 하는 재료가 되고 있다. 이용주 씨는 “우리가 콘텐츠를 만든 게 80%라면 구독자들이 만드는 게 20%다”라며 “댓글이 하나의 콘텐츠가 돼 우리 콘텐츠를 더 재미있게 해주고 있다. 이 점을 활용해 일부러 ‘이스터에그’처럼 콘텐츠에 흘려 놓는 것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또 “특히 유튜브 최초공개를 통해 우리가 생각한 웃음 포인트에서 대중들도 공감하는지 확인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장전략은 제각각이다. 피식대학은 앞서 언급한 댓글·최초공개 등처럼, 유튜브가 가진 플랫폼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집중했다. 일례로 ABC마켓·스타벅스·올리브영 등 ‘알바생 성대모사’ 콘텐츠는 단기적으로 구독자를 늘리는 데 효과적이었다. 정재형 씨는 “성대모사, 프랭크 등 스낵 콘텐츠가 구독자를 늘리는 데는 효과적이다. 반면 콩트는 구독자를 크게 늘려주지는 않지만 우리의 ‘오리지널’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콘텐츠를 주 2회만 올려야 한다는 ‘불뮨율’이 있었지만, 2000년대 패션·문화를 재현한 ‘05학번이즈백’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피식대학은 이를 과감히 탈피했다. 일주일에 너댓개씩 콘텐츠를 올렸던 이유다. 김민수 씨는 “우리가 만드는 하이퍼리얼리즘 코미디가 익숙한 게 아니기 때문에 (시청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두 개로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재형 씨는 “시행착오 시간을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깜짝카메라’ 등 다른 콘텐츠도 80여편 올렸는데, ‘05학번이즈백’을 올리면서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들어가니까 기존 80편도 같이 흥행하는 효과가 생겼다”고 말했다.

문상훈 씨는 구독자를 모으려면 일단 ‘한 편만 봐도 이해할 수 있는 개그’를 올리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문상훈 씨는 “전략을 촘촘히 짜진 않았지만 유튜브를 하면서 터득한 건, 꾸준히 안 본 사람들이나 갑자기 유입된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영상이 구독자가 늘어나기에 좋은 것 같다”며 “구독자를 늘리고 이들과의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고, 다시 구독자를 늘리고 또 단단하게 만드는 식으로 채널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일주일 다이어트’라는 콘셉트에 맞춰 김주연 씨는 명절이 지나고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찍어 올리는 전략을 짰다. 명절 직후 ‘다이어트’ 검색량이 늘어난다는 데 착안해 이 같은 아이디어를 구상했다고 한다. 김주연 씨는 이외에도 성실성을 강조했다. 반드시 주 1회, 화요일 오후 5시에 영상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계속 하다 보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는데, 그때까지 지치지 않고 버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들의 목표는 같다. 구독자들에게 꾸준히, 신선한 웃음을 주는 것. 행사 말미, 정재형 씨는 유튜브 시작을 고민하는 동료 코미디언들을 향해 이렇게 조언했다. “이제 막 시작됐다. 지금이 저점이다. 고점에는 들어오기 어려우니 저점일 때 들어와라. 장기를 못 보여준 개그맨들, 능력 있는 코미디언들, 숨어 있던 이들이 많이 도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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