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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더는 왜 2조원에 아자르를 샀을까

조회수 2021. 2. 11. 18: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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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토종 동영상 채팅 앱 ‘아자르(Azar)’를 아시나요. 전세계 230개 국가에서 19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는 글로벌 앱입니다. 다운로드 수만 해도 5억건을 훌쩍 넘겼고요. 전체 매출의 95%도 해외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스타트업이 만든 앱이지만 중동 지역에서 특히 인기가 높아 ‘중동의 카카오톡’이라고도 불립니다.


10일 아자르가 ‘잭팟’을 터트렸습니다. 미국 매치그룹이 아자르 개발사인 하이퍼커넥트의 지분 100%를 17억2500만달러(약 1조9330억원)에 사기로 한 겁니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 1조원이 넘는 매각 사례는 2019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이 4조7500억원에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팔린 이후로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하이퍼커넥트는 이번 합의 이후에도 독립적인 경영 체제를 그대로 이어갈 계획입니다. 거래 종결 시기는 올해 2분기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아자르가 뭐길래


2014년 설립된 하이퍼커넥트는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을 노렸습니다. 구글이 2011년 공개한 ‘웹RTC(Real-Time Communication·실시간 통신기술)’ 기술을 업계 최초로 모바일로 옮기는 데 성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앱에서 서버를 거치지 않고 빠른 영상통화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해 대표 서비스인 ‘아자르’를 만들었죠.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면 국가·문화·언어·성별 등과 관계없이 유사한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과 영상으로 대화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환경이나 단말기 사양이 좋지 않아도 안정적인 대화가 가능하도록 구현한 덕분에 2014년 첫 출시 이후 아시아에선 대만, 중동에선 터키·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대박을 터뜨리면서 사용자를 폭발적으로 끌어 모았습니다.


이용자의 99%는 해외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독일·터키·인도·일본 등 전세계 8개 국가에 현지 법인과 사무소도 세웠죠. 직원의 20%도 20개국 출신의 외국인으로 꾸렸습니다. 영상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본에선 자회사 무브패스트컴퍼니를 두고 소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하쿠나 라이브’를 선보였는데요. 한국을 비롯해 일본, 북미, 인도, 중동 등에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출처: 사진=하이퍼커넥트

틴더에겐 ‘영상’이, 아자르에겐 ‘북미’가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매치그룹은 ‘틴더’ 등 40여개 글로벌 소셜 앱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북미, 유럽, 일본 등 글로벌 시장 비(非)게임 앱 부문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죠. 시가총액은 약 47조원에 달합니다. 이 회사가 하이퍼커넥트의 문을 두드려온 건 오래된 일입니다만, 지난해 상반기 하이퍼커넥트가 본격적으로 투자 유치를 진행하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왔습니다. 인수 이후에도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죠. 물론 매치그룹이 인수합병을 자주 하는 기업이긴 합니다만, 지금까지 했던 ‘딜’ 중에 가장 큰 규모라고 하네요. 그 정도로 매치그룹에겐 하이퍼커넥트가 필요했단 얘기겠죠.


두 회사의 거래, 궁합이 좋습니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죠. 매치그룹은 2년여 전부터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딱히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이퍼커넥트도 지난해 북미 지역에서 데이팅 앱 ‘슬라이드’를 출시했지만 고전 중이고요. 이번 인수를 계기로 매치그룹은 아시아 시장을, 하이퍼커넥트는 북미 시장을 공략하는 데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대표는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환경에서 북미, 일본 등 거대 시장을 공략하고 더 큰 규모의 글로벌 성장을 위해 매치그룹과 손을 잡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빅딜’에는 코로나19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만남이 어려워지자 각종 소셜 앱들은 서비스에 동영상을 앞다퉈 접목했습니다. 이미지 기반 서비스가 중심이었던 매치그룹 입장에선 하이퍼커넥트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게 시급한 과제였다는 후문입니다. 하이퍼커넥트가 치고 나가면 되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이 일지도 모르지만, 이 회사에겐 일종의 무기였던 영상 채팅을 너도나도 도입하게 되니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규모 면에서 밀리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소셜 앱 시장에선 북미 지역을 잡는 게 중요한데, 토종 스타트업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출시 당시부터 하이퍼커넥트는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애썼지만 압도적인 강자인 매치그룹의 입지를 흔들기엔 역부족이었던 듯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슬라이드도 부침을 겪었고요.


매치그룹 최고경영자(CEO) 샤르 듀베이(Shar Dubey)는 “온라인에서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사람들은 더 풍부하고 깊이 있는 경험을 원한다”면서 “하이퍼커넥트의 라이브 영상·오디오 기술은 글로벌 전역의 이용자들이 새로운 사람, 새로운 문화와 연결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하이퍼커넥트가 설립부터 줄곧 집중해 온 혁신 기술 개발은 놀랍도록 인상적인 결과를 만들어 왔다”며 “회사가 갖춘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글로벌 시장 입지는 매치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완벽히 보완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닌 북미, 일본 등 빅마켓에 대한 글로벌 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이퍼커넥트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속화하고 하이퍼커넥트의 기술을 매치 그룹의 서비스들에 적용해 나가는 등 상호간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상일 대표도 “작은 스타트업도 혁신 기술만 있다면 글로벌에서의 사업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하이퍼커넥트가 증명해내고, 기술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매치 그룹을 파트너로 맞이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든든한 ‘뒷배’를 뒤로 하고 올해 하이퍼커넥트는 엔터프라이즈 사업에 나섭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영상의 중요도가 높아진 만큼 지금까지 서비스해온 일대일영상, 그룹영상,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등 기술을 접목시켜 기업을 공략할 계획입니다. 매치그룹의 40여개 관계사에 기업용 서비스를 우선 제공한다고 하네요. 글로벌 기업들을 이미 고객으로 확보했으니 앞으로 보폭을 넓혀 가기도 편하겠죠.


영화 'HER'을 빼닮은 ‘AI 휴먼’도 만들 예정입니다. 서버를 거칠 필요 없이 모바일 기기 상에서 바로 동작하는 딥러닝 기술 개발에 집중해 ‘차세대 소셜 서비스’를 올해 안에 글로벌에 출시한다는 구상입니다. 하이퍼커넥트 관계자는 <블로터>에 “하이퍼커넥트는 궁극적으로 글로벌 소셜 컴퍼니가 되는 게 목표다. 연결을 통해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한다”라며 “서비스 안에서 돌아다니면서 대화할 수 있는 AI 휴먼을 만들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매치그룹이 “하이퍼커넥트의 혁신 기술에 대한 투자도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한 만큼, 가까운 미래에는 이들의 소셜 앱에 AI·AR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우아한형제들에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토종 스타트업의 가치가 조 단위로 인정 받은 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글로벌에서 국내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일까요. 가능성을 인정 받아 잭팟을 터뜨리는 제3, 제4의 스타트업이 꾸준히 탄생해 국내 창업 생태계가 건강한 성장을 이루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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