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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은 왜 '스마트홈'을 직접 제조할까

조회수 2021. 2. 6. 12: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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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모든 사물이 기술과 서비스를 담는 그릇이 되고 있습니다. 전문 용어로 ‘플랫폼화’라고 하죠. 구글과 애플이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고, 네이버와 카카오가 생활 가전을 파고드는 이유입니다.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스마트홈’이 건설 시장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버튼을 일일이 누르지 않아도 편리하게 집 온도와 조명을 조절하고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등 가전 기기를 제어하는 모습은 오래된 미래입니다. 누군가에겐 이미 도래한 현실이기도 하고요. 건설사들은 스마트홈을 아파트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최근 스마트홈 시장에서 감지되는 변화의 기류는 건설사가 자체 플랫폼을 들고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GS건설은 자체 스마트홈 플랫폼을 구축한 대표적인 국내 건설사입니다. 기존에는 ‘홈’은 건설사가 ‘스마트’는 IT·전자 업계가 책임지는 형태의 협력이 활발히 이뤄졌습니다. 통신사나 삼성전자, LG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과 스마트홈 구축 관련 업무협약(MOU)이 유행처럼 번졌죠. GS건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GS건설은 2017년 8월 카카오의 인공지능(AI) 플랫폼 ‘카카오 아이(i)’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홈 MOU를 맺었습니다. 그러나 2019년 11월 GS건설은 자회사 자이S&D와 함께 ‘자이 AI 플랫폼’ 구축을 완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자이 AI 플랫폼은 2021년까지 약 10만 가구에 적용될 예정입니다. 왜 GS건설은 직접 스마트홈을 만들기로 한 걸까요?

출처: (출처=GS건설)
GS건설은 자체 스마트홈 플랫폼을 강조하고 있다.

커가는 스마트홈 시장, 플랫폼 종속 우려


우선 스마트홈 시장의 규모가 해마다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홈 시장은 2020년 773억달러(약 86조4600억원)에서 2025년 1757억달러(약 196조52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정착되고,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주거 공간에 대한 변화와 함께 스마트홈 공급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같은 추세는 세계 최대 국제 가전·IT 전시회 ‘CES2021’에서 가시적으로 나타납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로봇청소기, 가정용 로봇 등 스마트홈 환경을 구축하는 가전제품과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이처럼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그동안 주거 시장을 주도했던 건설사들은 단순 시공사 역할에 그치고 있습니다. 기존처럼 아파트를 만들고 거기에 IT·전자 업체의 AI 스피커와 통신 설비를 설치·매립하는 식입니다. 여기에 사물인터넷(IoT) 기능이 들어간 가전제품을 연동하는 게 지금까지의 스마트홈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는 반쪽짜리 스마트홈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음성명령이나 스마트폰으로 IoT 기기를 제어하는 게 전부입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능동적으로 집을 관리해주는 스마트홈 개념과는 거리가 있죠. 그렇다고 이 같은 시스템 전체를 총괄하는 AI 플랫폼을 IT·전자 업체에 맡길 경우 스마트홈 주도권은 완전히 넘어가게 됩니다.


스마트홈을 넘어 스마트시티까지 확장된 생태계를 그릴 경우 플랫폼 종속에 대한 우려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지금 추진되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서도 건설사는 전통적인 시공자 역할에 그치고 있습니다. 현재 국가 시범도시 민간사업자 선정에서도 대표사 자격을 스마트 서비스 구축 및 운영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자로 규정하고 있어 건설사는 제한적으로만 참여하고 있습니다.

출처: (출처=GS건설)
GS건설의 스마트홈 시스템 ‘자이 AI 플랫폼’ 개념도

GS건설이 개발한 자이 AI 플랫폼은 스마트홈 주도권 경쟁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이 AI 플랫폼은 주거 환경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세대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입주민 생활 패턴에 맞춰 외출 시 알아서 조명을 꺼주고,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고, 로봇 청소기가 청소를 하게 만드는 식입니다. 또 공기 청정 시스템과 연계해 실내 공기 질을 최적화해주고, 방별로 온도를 알아서 맞춰주는 등 에너지 관리와도 연동됩니다. 데이터 기반으로 이상 징후나 설비 고장을 감지할 수도 있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자이 AI 플랫폼은 완전한 형태의 스마트홈 구현에 필요한 데이터 주도권을 건설사가 가져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GS건설 관계자는 “당초 3개 현장에 카카오 스피커 설치를 계획했으나,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고객의 다양한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AI 플랫폼을 구축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카카오와의 협력 관계는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다각도로 협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불안정한 건설 경기와 스마트홈 브랜드 전략


스마트홈의 이면에는 불안정한 건설 경기와 치열한 분양 시장 경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건설업은 경기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 산업입니다. 기존 시공 위주 건설 산업의 성장은 둔화됐고,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 상황이 겹쳐 지난해 건설사들의 성장은 역주행했습니다. GS건설도 악조건 속에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하락세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10조 1229억원, 영업이익은 7504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82%, 2.2% 줄었습니다. 그나마 영업이익률이 7.41%로, 업계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는 점이 긍정적 요소입니다.

이처럼 건설 경기가 좋지 않고 프리미엄 아파트 시장을 둘러싼 분양 경쟁이 심화되면서 스마트홈은 브랜드 차별화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곧 건설사가 당면한 현실인 수주와 연결됩니다. 브랜드 경쟁력과 선호도가 높을수록 시공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고, 또 브랜드 선호도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갈립니다. 비싼 이름값은 다시 수주 경쟁력으로 이어집니다.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가 건설사 기업 가치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셈이죠.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거의 디지털화 흐름 속에 스마트홈이 건설사에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면, 단기적인 관점에서 스마트홈은 아파트 브랜드 차별화를 위한 생존 전략인 셈입니다.


또한, 스마트홈은 성장이 정체된 건설사의 신사업이 될 수 있습니다. 잘 구축한 스마트홈 솔루션을 자사 브랜드뿐만 아니라 타사에도 판매하는 수익 사업으로 확대할 수 있습니다. GS건설 자회사 자이S&D는 모회사 외에도 서울교통공사, 효성중공업, 대원 등을 대상으로 스마트홈 시스템, 환기형 공기청정기 생산·판매, 시설물 유지 관리 등 홈 임프루브먼트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해당 사업 매출 규모는 2018년 1288억원에서 2019년 157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1128억원으로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됩니다. GS 건설 관계자는 자이 AI 플랫폼 외부 판매 계획에 대해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는지 검토 중에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건설사 자체 스마트홈 플랫폼의 한계는?


문제는 호환성, 개발 인력 및 투자 비용의 한계입니다. 스마트홈 서비스의 관건은 호환성입니다. 얼마나 많은 IoT 기기와 연동되느냐가 서비스의 성패를 가릅니다. 스마트홈이라는 껍데기(플랫폼)는 있는데 그 안에서 실제 작동하는 스마트 가전 기기와 서비스가 제한적이라면 효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다행히 GS건설의 자이 AI 플랫폼은 네이버 클로바, 카카오 아이, SK텔레콤 누구, KT 기가지니, LG 클로이, 아마존 알렉사 등 국내 주요 음성 엔진과 연동되며 통신사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GS건설 측은 “국제 규격인 OCF 기준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모든 디바이스 연결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 개발 인력 및 투자 비용은 스마트홈 사업에 뛰어드는 다른 플레이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미흡한 수준입니다. 스마트홈 시스템의 플랫폼을 개발하는 자이에스앤디의 연구개발 조직은 총 17명 규모입니다. 이 중 스마트홈과 관련된 개발 인력은 10명입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2019년 기준 0.69% 수준(총 연구개발비용 19억900만원)입니다. GS건설 전체로 살펴도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는 2019년 기준 0.49%에 불과합니다.


스마트홈에 대한 접근법은 업계마다 다릅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확산을 목표로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스마트홈 등 건설사 제휴도 그중 하나일 뿐”이라며 “지속해서 다양한 형태의 제휴사를 늘려가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IT 업체는 이용자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 기회 확장, 전자 업체는 자사 스마트 가전 판매 확대, 건설사는 아파트 브랜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각각의 목적을 갖고 스마트홈 시장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스마트홈 시대,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스마트홈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은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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