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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휴대폰은 멈춰도 기술력은 남는다

조회수 2021. 1. 30. 14: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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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 철수 여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큽니다. 최근 LG전자의 휴대폰 사업 철수설이 돌자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0일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사업부문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MC사업부문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하지말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회사가 MC사업부문의 운명에 대해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MC사업부문의 실적만 놓고 보면 회사가 사업 철수에 대해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LG전자의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MC사업부문은 지난 2015년 이후 2020년까지 6년째 적자행진을 이어갔습니다. 2014년엔 311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선전했지만 2015년 48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이후 2020년까지 흑자전환을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2016년과 2019년에는 영업손실 규모가 1조원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TV를 맡고 있는 HE사업부문과 백색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부문이 영업이익을 꾸준히 냈지만 MC사업부문이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다보니 회사 입장에서 고민이 컸을 것입니다.

출처: (자료=LG전자 실적발표)

LG전자는 최근 6년간 휴대폰 사업에서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지만 꾸준히 프리미엄과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에서 신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삼성전자가 워낙 독보적이긴 하지만 LG전자도 토종 휴대폰 제조사로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LG전자는 피처폰 시절에는 싸이언 시리즈를 내세워 삼성전자와 팬택 등과 경쟁을 펼쳤습니다. 지난 2009년 한국에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3GS’가 들어오며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자 LG전자는 옵티머스 시리즈로 대응했습니다. 이후에도 G시리즈와 V시리즈 신제품을 출시하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2020년에는 ‘LG 윙’과 ‘LG 벨벳’을 내놓으며 기존 스마트폰과 다른 스마트폰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올해 1월 온라인으로 열린 ‘CES2021’에서는 디스플레이가 돌돌 말리는 스마트폰 ‘LG 롤러블’의 시제품을 영상으로 선보이며 업계의 기대를 모으기도 했죠. LG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도 갖췄습니다. LG전자는 K·Q·W 시리즈를 각각 내놓으며 북미와 인도 등의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이 전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LG전자 스마트폰의 존재감은 갈수록 줄어들었습니다.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 등 중국 제조사들도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중저가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내며 LG전자를 위협했습니다. 지난 2019년 4월부터 5G가 상용화된 이후에도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에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 ‘갤럭시 S10 5G’로 5G 시장을 주도한 가운데 애플도 자사의 첫 5G 스마트폰 ‘아이폰12’를 2020년 하반기에 출시했습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비해 스마트폰 판매량은 뒤졌지만 모바일 기술력까지 뒤진 것은 아닙니다. LG전자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특허분석기관 테크아이피엠의 분석 결과 LG전자는 LTE·LTE-A 표준특허부문에서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연속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핵심기술인 ‘Cellular-V2X’ 규격을 세계 최초로 제안해 표준화하며 이동통신 분야의 글로벌 기술력도 보유했습니다.


LG전자는 5G에서는 2019년 한국에서 ‘LG V50S ThinQ’를 선보였습니다. 2020년 8월에는 5G 중저가 스마트폰 ‘LG Q92’도 출시하며 5G 대중화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LG전자는 2019년 1월에는 카이스트 INSTITUTE(이하 KI)에 ‘LG전자-KAIST 6G 연구센터’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LG전자는 KI의 연구 인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양한 산학과제들을 함께 수행하며 5G에서 6G로 이어지는 차세대 이동통신 기반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출처: (사진=LG전자)
LG전자가 지난 CES2021에서 선보인 ‘LG 롤러블’의 시제품 영상.

이러한 LG전자의 모바일 기술력은 꼭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도 인공지능(AI)·스마트홈·자율주행 등 미래 사회를 이끌 서비스에 필수적입니다. LG전자가 적극 추진 중인 전장 사업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서동명 LG전자 MC경영관리담당은 29일 열린 2020년 4분기 및 연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사의 핵심 모바일 기술은 단말뿐 아니라 스마트 가전, 전장사업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사물인터넷(IoT)과 V2X 등에 적기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의 표준연구소와 MC사업부문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운명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서 담당은 “MC사업부문의 사업 운영 방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 중이며 사업 방향성의 최종 결정 시점도 현 시점에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접는다고 해도 앞서 휴대폰 시장에서 사라졌던 토종 제조사 팬택과는 사정이 많이 다릅니다. LG전자는 모바일뿐만 아니라 TV·가전·전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종합 전자기업이기 때문입니다. 팬택은 많은 특허를 보유했었지만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는 과정에서 이를 모두 매각해버려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만약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접는다고 해도 모바일 기술력은 회사의 전장·스마트홈·AI 등 미래 사업에 녹아들어 회사의 미래를 책임지는 기술의 자양분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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