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었니?" 이모가 사다 준, 블루베리 롤케이크와 딸기 한 팩
의도가 없고 기준도 없고 전문성도 없는 파격 기획.
아무거나 골라잡아 내 맘대로 분석하는 10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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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의 일이다. 외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빈소가 마련된 청주와 외갓집이 있는 괴산에 다녀왔다.
병상에 계시던 어머니를 여읜 지 8년. 어머니의 영면 이후 외갓집과는 왕래는 거의 끊어진 상태였다. 딸만 넷을 두셨던 외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잃어버린 당신들의 첫째 딸을 꼭 닮은 기자의 얼굴을 볼 때마다 못내 묵혀둔 설움과 그리움이 올라오는 듯, 늘 울먹였다. 되려 찾아가는 게 죄를 짓는 기분이 들어 괜스레 명절이다 생신이다 하는 날에도 연락을 망설이다 ‘다음’으로 미루는 건 어느덧 일상이 됐다.
비슷한 이유로 이모들과도 멀어졌다. 반대였지만, 기자로서는 떠나보낸 어머니와 목소리, 말투까지 빼닮은 이모들과 연락을 할 때마다 떠난 사람이 아직 세상에 남아 당신의 딸에게 안부를 묻는 것 같아 종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게 되고, 그런 마음이 영 불편했다.
며칠 전 서울에 방문할 일이 있었던 막내 이모가 기자의 집을 찾았다. 조카에게 주려고 청주서부터 들고 온 딸기와 케이크를 잠시 내려놓고, 기자를 향해 활짝 웃으며 “우리 주리 한 번 안아보자”라고 말하곤 다 큰 조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품에 안았다.
밥은 잘 챙겨 먹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기자의 안부를 묻는 이모와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내 시간은 흘렀고 이모는 떠날 채비를 챙겼다.
맛있게 먹으라며 제철 딸기와 롤케이크를 건네주며 “고기라도 사줘야 하는데”라며 이모는 못내 미안해했다.
“다음에 만날 때는 더 맛있는 거 사줄게”라고 말하고는 다시 한 번 ‘밥 잘 챙겨먹으라’는 당부를 하고 이모는 문을 나섰다.
청주에서 올라 온 사랑 먹은 딸기 한 팩, 평소 즐기지 않는 블루베리 롤 케이크.
리뷰합니다. 고기보다 맛있었습니다.
청탁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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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추천곡-George Winston(조지 윈스턴)이 연주한 ‘Canon(캐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