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계열 스노우, '분사 후 키우기' 전략 먹힐까

조회수 2021. 1. 5. 13: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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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서비스 컴퍼니 빌더' 전략으로 잼라이브, 크림 등 5개 회사 독립적인 분사 진행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네이버 계열사인 ‘스노우(Snow)’가 연말연초 자회사 대출과 서비스 독립법인 분사를 함께 진행했습니다. 이 같은 행보는 스노우가 공공연히 밝혀온 ‘서비스 컴퍼니 빌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자사 서비스를 인큐베이팅한 뒤 분사해 독립 경영권을 주는 방식입니다. 이 같은 전략으로 스노우는 그간 5개 회사를 독립시켰습니다.


신생 회사를 인큐베이팅해 독립 법인으로 내는 전략인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자금 출혈’과 ‘외부 수혈’도 보입니다. 가시적 성과를 낸 서비스는 카메라앱 ‘스노우’와 라이브커머스 ‘잼라이브’밖에 없고, 초기 성장을 위해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성공을 답보하기 어려운 만큼 지금껏 스노우에 3270억원을 투입한 네이버로서도 회사의 성장성 측면에서 고민이 클 듯 합니다.

출처: (사진=스노우)
스노우는 2020년 12월 31일 자사 언어교육 앱 ‘케이크’에 자금을 대출했고 지난 1월 1일에는 자사 스니커즈 판매 플랫폼 크림을 분사했다.


스노우의 자회사 케이크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2020년 12월 31일 스노우로부터 15억원의 자금을 차입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차입 기간은 2020년 12월 30일부터 오는 3월 29일까지 약 3개월이며 이자율은 연 환산 기준 4.6%입니다. 케이크는 이 돈을 운영자금으로 쓸 것이라 밝혔습니다.


2018년 3월 처음 탄생한 케이크는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적으로는 영어교육 앱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회사입니다.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유튜브 크리에이터 영상, 강연 등 원어민의 대화 영상을 숏 클립 형태로 된 영어공부 콘텐츠로 만들어 제공해 2020년 8월 기준 3500만 다운로드를 넘겼습니다. 네이버는 이 회사가 2023년까지 글로벌 언어학습 앱 1위로 성장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큰 규모의 투자도 유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2월 24일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마일스톤그로쓰파트너스’가 케이크에 200억원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마일스톤그로쓰파트너스는 2019년 세워진 IS지주 계열 투자회사입니다. 비교적 업력이 짧은 회사가 네이버 계열에 수백억원을 투자했다면 주목할 만 합니다.


이번 차입 말고도 스노우는 지난 1일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을 분사해 신설회사를 설립했습니다. 2020년부터 케이크를 포함해 떼어낸 서비스만 네 개(제페토, 잼라이브(네이버에 매각), 케이크, 크림)입니다.


‘서비스’로 고객몰이는 성공, 수익화는 ‘숙제’


스노우의 자회사 분사와 투자 유치는 2020년부터 진행된 스노우의 ‘글로벌 서비스 컴퍼니 빌더’ 행보로 풀이됩니다. 서비스 회사를 만든다는 직역처럼, 스노우는 자체 서비스를 법인 형태로 분사해 글로벌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주된 업무로 삼은 것으로 보입니다.


스노우는 2015년 동명의 모바일 기반 카메라 앱 ‘스노우’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난해까지 카메라 앱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습고, 2016년 네이버 자회사 ‘캠프모바일’에서 분사했습니다.

앞서 언급한데로 스노우는 최근 들어선 자사 서비스를 키워 고객을 확보한 뒤 분사,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분사한 ‘네이버 Z 코퍼레이션’은 스노우가 카메라 앱에서 쓰기 위해 기술 개발한 증강현실(AR) 서비스로 만든 제페토 앱으로 파생됐죠.


제페토의 가입자 수는 2020년 10월 기준 1억8000만명으로 사용자들이 제페토에서 만든 2차 창작 콘텐츠만 9억 건에 달한다고 합니다. 네이버Z의 경우 AR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0년 11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YG인베스트먼트, YG플러스, JYP엔터테인먼트 등 엔터 회사들로부터 총 170억원의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죠.

출처: (사진=네이버)
2020년 8월 스노우의 ‘잼라이브’를 인수한 네이버는 같은 해 12월 잼라이브 호스트 ‘리코’가 등장하는 라이브쇼핑콘텐츠 ‘리코의 도전’을 선보였다.


라이브커머스 회사 ‘잼라이브’도 돋보입니다. 2018년 2월 출시한 이 앱은 보상을 주는 라이브퀴즈쇼라는 신선한 방식으로 고객 몰이에 성공했습니다. 스노우는 잼라이브를 2020년 8월 모회사 네이버에 150억원에 매각했고, 네이버는 이 서비스에서 파생된 ‘리코의 도전’을 최근 선보이며 쇼핑콘텐츠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스노우는 같은 해 10월 케이크를, 지난 1월 1일에는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을 각각 분사해 신설회사를 설립했습니다. 2017년에는 웹드라마제작사 ‘플레이리스트(PLAYLIST)’와 화장품 회사 ‘어뮤즈(AMUSE)’도 세웠죠. ‘분사 후 법인 설립’이라는 전략은 마치 작은 회사를 찍어내는 회사 ‘공장’과도 같은 느낌이 듭니다.

출처: 2017~2019년 네이버 계열사 스노우 영업수익-비용. (자료=스노우 감사보고서)


다만 스노우의 이 같은 전략이 현재까지는 그다지 유효하지 못한 분위기입니다. 지난 몇 년간 제페토와 잼라이브를 빼곤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껏 손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노우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스노우의 영업수익은 111억원, 영업비용은 978억원으로 영업손실 86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676억원 마이너스인 가운데 재무활동현금흐름 648억원으로 사실상 외부 수혈 자금으로 비즈니스를 꾸리는 모양새입니다. 스노우는 2018년과 2017년에도 각각 609억원, 725억원의 영업손실을 쌓았죠.


네이버의 자금 수혈 액수도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네이버는 2020년 4월 이 회사에 7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했는데 이는 2019년 8월(700억원)과 2018년 10월(800억원), 2018년 3월(500억원)에 이어 네 번째입니다. 초기 출자액을 포함해 누적 증자액은 3270억원에 달합니다.


플레이리스트(누적증자액 144억원)와 어뮤즈(75억원) 등은 여전히 스노우와 네이버웹툰 등 특수관계인의 자금 투입에 크게 의존하는 모양새입니다. 2018년 20억원에 인수한 ‘하트잇’은 몇 차례 증자 끝에 2020년 12월 주식회사 ‘해브잇’에 13억원에 양도했습니다. 20억원에 인수해 29억원을 증자한 뒤 13억원에 팔았으니 3년간 스노우는 약 36억원을 손해본 겁니다.


장기간 투자를 통해 고정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익화에 나서는 건 최근 IT 회사의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 트랜드와 맞물립니다. 스노우의 모회사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대표적이고, 최근엔 토스와 같은 회사들도 비슷한 전략으로 몸집을 키웠죠.


네이버의 ‘초특급’ 지원을 받는 스노우가 몇몇 서비스를 통해 고객 확보에는 성공하고 있는 만큼, 결국 어떤 식으로 집객효과를 낼 수 있을지가 네이버와 스노우의 향후 고민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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