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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택시승차앱 S-택시를 아시나요?

조회수 2019. 6. 14. 18: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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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골 때리네. 그래서 지금 어디에 계세요?”


전화 너머로 택시기사의 당혹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S-택시’ 호출을 수락한 택시가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길래 전화를 걸었더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택시기사는 티머니 단말기에 위치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아 길을 헤매게 됐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네, 참. 여기서 거기 가려면 차를 돌려서 가야 되는데 다른 택시를 부르실래요, 기다리실래요?”


지난 6월1일 시범운영을 시작한 서울시택시승차앱 S-택시를 지난 4일과 5일 양일간 이용해봤다. S-택시는 ‘빈차’인 택시를 앱으로 확인하고, 승객이 택시를 직접 지정해 호출할 수 있다. 출시 전부터 기대보다는 우려가 높았다. 뚜껑을 열자 ‘혹시나’는 ‘역시나’가 됐다. 호출거부를 하는 경우도 많았고, S-택시에 대한 정보 자체가 미흡해 택시기사가 이용에 혼란을 겪기도 했다.


기자는 호출 거부가 극심하다는 소문을 듣고, 약속 시간보다 미리 나와 호출을 시도했다. 앱에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설정하자 주변 300m, 500m, 1km 이내에 있는 택시가 표시됐다. 택시를 골라 호출을 보냈다.

첫 시도는 실패였다. 기사의 사정으로 요청에 응답할 수 없다는 문구가 떴다. 택시 방향을 확인하고 이쪽으로 올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택시를 한 번 더 불러봤다. 바로 호출 수락. 악명(?)에 비해 빠른 배차 속도에 놀랐다. 2분 거리에 있던 택시를 여유롭게 기다렸다. 그런데 금세 올 것 같던 택시가 오지 않았다. 앱을 확인하자 택시는 이미 기자가 있던 길목을 지나쳐간 뒤였다. 세 번째 시도 끝에 첫 호출에 성공했다.


지브로 앱의 업그레이드(?) 판이라고?

이용방법은 어렵지 않다. 앱에서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정하면 주변 1km 이내 ‘빈차’로 다니는 택시(최대 20대)를 확인할 수 있다. 법인택시와 개인택시는 따로 표시된다. 택시가 향하는 방향을 보고 ‘올 법한’ 택시를 골라 호출하면 된다. 탑승 택시 정보와 실시간 위치를 가족, 친구에게 공유하는 기능도 지원된다. 하차하고 택시기사에 대한 단순 평가를 남길 수 있다. 좋았거나, 싫었다고.


택시기사의 승차거부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다만 콜 거부를 누르면 승차거부로 간주될 수 있다는 알림창이 뜬다고 한다. 승객은 앱에서 신고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택시기사가 티머니 단말기에서 ‘꺼짐(OFF)’ 버튼을 누를 경우 아예 호출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서울시와 티머니는 S-택시가 과거 출시됐던 지브로 앱의 업그레이드판이라고 말한다. 지난 2017년 목적지 미표시 택시호출앱을 표방하고 나온 지브로는 빈차 조회와 빠른 호출 등이 특징이었다. 승객에게 ▲차종(개인/법인) ▲주행방향 ▲예상 요금 및 시간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안심귀가서비스(택시 탑승 시 안심 메시지 발송)를 지원했다.


S-택시는 지브로와 비교해 빠른 호출 기능이 사라진 것 외에는 차이가 없다. 새로워진 게 없다는 의미다.


시 관계자는 “S-택시는 지브로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라며 “빈차정보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건 실시간 정보를 가지고 있는 서울시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특징을 살려보기로 했다. 플랫폼사에서도 지원하는 빠른 호출은 빼고 빈차를 직접 고르는 것만 가지고 시스템을 수정하는 정도로 업그레이드했다”라고 말했다.


S-택시 앱을 개발에 관여한 티머니 측은 “이번에는 빈차를 호출하는 하나의 기능에만 집중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빈차를 직접 호출하는 건 재미있었다. 게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8차례 시도해 2회 성공했다거나 7차례 호출 끝에 겨우 택시를 불렀다고 했지만 기자는 서너 번 시도에도 쉽게 잡혔다. 호출을 시도한 시간을 모두 합하면 5분여 정도. 괜찮은 편이었다.


다만 앱 자체는 완성도가 낮았다. 디자인만 개선돼도 만족도가 올라갈 텐데, 2019년에 쓸 법한 앱으로 보이지는 않아 아쉬웠다. 앱내에서 바로 결제할 수도 없어 불편했다. ‘빈차호출’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했다고 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무엇이 나아졌다는 건지 알기 어려웠다.

일례로 다른 앱처럼 화면 일부분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려 하자 화면이 보이지 않거나 기존 크기로 돌아가는 등 앱 조작이 어려웠다. 그래서 택시가 한 곳에 여러 대 엉켜 있을 땐 택시 방향을 확인할 수 없었다. 반대 방향으로 가던 택시를 잘못 호출하기도 했다.


탑승요청 취소는 가능하다. 단, 배차완료 5분 이후 2회 취소 시 24시간 동안 탑승 요청을 할 수 없다. 기사들이 호출에 응하지 않는 경우 승객은 난감하다.

불편한 점 하나 더. iOS 앱은 정식 운영 시부터 지원된다. 시범운영 기간 동안 아이폰 사용자는 S-택시 앱을 이용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택시기사 입장에서도 사용성은 좋지 않다. 일단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콜을 선뜻 수락하기 어렵다. 또 승객과 통화하려면 티머니 단말기에서 번호를 보고 따로 전화를 걸어야 한다. 단말기 내비게이션도 문제다. 택시기사들에 따르면 승객 위치를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고, 위치 정확도도 떨어진다.


개인택시기사 최아무개씨는 “승객이 있는 곳이 뜨긴 뜨는데 차를 세워놓고 한참 기다려 확인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상암동에서 호출에 응한 법인택시기사 김아무개씨도 “시에서 만든 거라 그런지 카카오나 티맵보다 기술적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 목적지까지 길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 같지도 않다”라고 말했다.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 택시기사는 모르는 택시호출앱

S-택시의 가장 큰 문제는 콜을 수락한 택시기사들조차 이용방법을 모른다는 데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S-택시를 이용하게 된 택시기사들도 있었다. 택시에 이미 설치된 결제 단말기에서 별도 설치 없이 이용동의만 거치면 S-택시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택시조합과 먼저 합의를 이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택시기사들은 단말기에서 ‘갑툭튀’한 콜에 당황스러워했다. S-택시를 이용해본 동료 기자는 “기사가 전화해서 호출을 취소해달라고 하더라. 탑승했을 때도 뭔지 모르는데 억지로 잡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라며 “관련 공지가 전달되지 않은 탓에 기사의 짜증을 (승객이) 들어야 했다”라고 전했다.


법인택시기사 김아무개씨는 “회사에서 이거로 콜이 오면 받으라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처음 받아봤다. 교육을 따로 받은 적은 없어서 어떻게 하는지는 몰랐다”라며 “회사에서 내가 처음으로 콜을 받았을 거다. 회사에 가서 알려주겠다”라고 말했다. 광화문에서 만난 개인택시기사들은 “얘기는 들었는데 잘은 모른다. 활성화되면 괜찮겠지만 지금은 초창기라 그런지 택시기사 중에 모르는 사람이 많다”라고 말했다.

S-택시는 아직 시범운영기간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홍보가 미흡한 상태에서 운영에 돌입한 점은 의아했다. 택시기사에게 교육과 안내 등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운영하면 기사와 승객 양쪽으로부터 불만을 듣게 될 텐데, 급할 것 없는 일을 왜 이렇게 급히 추진한 걸까.


시 관계자는 “언론보도가 먼저 나가게 돼서 서비스를 조금 서둘러 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계속 미루다 보면 사실 한정 없죠. 저희도 문자도 보내고 메일도 보내고 충전소도 방문해가며 홍보를 했는데, 전파 속도가 이렇게 느릴 줄은 몰랐어요. 여유를 가지고 (추진)했으면 좋았겠지만 사실 완벽하게 준비를 했더라도 생길 잡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승차거부’ 근절하려 했다지만…고민 안 보여

지브로나 S-택시나, 목표는 하나다. 디지털 승차거부로 불리는 ‘콜 골라잡기’를 해소하겠다는 것. 하지만 택시 입장에서는 출발지와 목적지가 확실한 카카오T, 티맵택시 콜을 뒤로 하고 승객의 목적지를 알 수 없는 S-택시 콜을 받을 이유가 없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개정한 ‘여객자동차운송사업 개선명령 및 준수사항 공고’를 통해 공공승차 앱(S-택시)을 의무설치 및 사용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택시운송사업자는 공공 승차앱에 운행이 가능하다고 표시한 차량을 승객이 호출할 경우 운수종사자가 의무적으로 승객을 태우도록 지시, 교육, 관리하여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사업자에게 120-360만원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20일-60일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


강제성이 짙어 보이지만 시 관계자는 “강제적으로 이용하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개인택시 평균연령을 생각하면 고령자가 상당히 많다. 앱을 강제로 쓰라고 하면 단말기 화면이 딱히 큰 것도 아닌데 안전사고 위험도 있고 강요하는 방향은 아닌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호출료가 답이 될 수 있을까. 2017년 당시 지브로로 지정호출을 할 경우 승객은 주간 1천원, 야간 2천원의 호출료를 내야 했다. 당시 보도에서 택시기사들은 1, 2천원 더 받자고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콜을 받지는 않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만약 이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호출료를 책정할 경우 시민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일부 시민들은 “승차거부는 안 되는 건데 왜 당연한 서비스를 해주면서 돈을 받으려 하냐”고 항의한다. 그러나 ‘콜 거부’는 현행법상 승차거부가 아니다. 가령 앱으로 택시를 불렀는데, 택시가 반대편 길로 가던 중이면 태우지 않아도 되는 손님을 태워야 한다. 길에서 건너편 택시가 안 태워준다고 해서 이를 승차거부라 말하기는 어렵다. 시 관계자는 “콜 거부를 처벌하려면 법적 근거가 분명해야 한다. 여객법상 법적 근거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카카오 등 플랫폼사에 목적시를 표시하지 말라고 서울시에서 얘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시범운영 이후 시민위원회를 통해 세부적인 운영방안을 정할 방침이다. 인센티브나 시 관계자는 “인센티브나 페널티는 기사뿐 아니라 시민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인센티브를 이야기하는데 그것도 승객 부담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앱 상에서 내비게이션이 느리고 불편한 것은 티머니가 커버해야 할 부분이고, 조합은 자발적인 참여자 위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조합과는 현재 대책회의 중이다”라며 “시범운영기간을 한 달로 잡았지만 운영이 안정화될 때까지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정식 출시를 미루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브로는 실패한 서비스다. 실패한 물건을 다시 들고 나오려면, 최소한 ‘옆그레이드’는 했어야 했다. 빈차 지정호출은 괜찮은 기능이다. 빈차로 다니는 택시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시민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수년 전 단점으로 지적됐던 부정확한 내비게이션, 불편한 사용성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서비스 자체에 대한 고민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실상 S-택시는 지브로가 점만 찍고 새롭다고 나온 꼴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유혹에 성공했지만 지금의 S-택시는 그 누구도 유혹할 수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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