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보니] '에어팟 2세대', 틀린 그림 찾기

조회수 2019. 5. 17.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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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일종의 종교처럼 보였다. 애플 사용자는 간증한다. 애플 기기가 얼마나 편리한지. 그리고 이 생태계에 발을 디뎠을 때 얼마나 자연스럽게 젖어 들게 되는지. 마침내 애플은 사람들 귓구멍에 콩나물처럼 생긴 무선 이어폰을 심는 데 성공했다. 우스꽝스러운 생김새를 비웃는 것도 잠시.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지하철에서, 길거리에서, 일상에서 ‘에어팟’을 끼고 다닌다. 그리고 나 역시 1년 반째 귀에 콩나물을 파종 중이다. 기쁨을 아는 몸이 됐다. 주변에 간증을 시작했다.


그만큼 사람들이 ‘에어팟 2세대’에 거는 기대가 컸다. 애플은 자사 서비스 발표 행사에 앞서 에어팟 2세대를 조용히 발표했다. 기대감은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1세대 제품과 차이를 느끼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겉으로 봤을 때 디자인이 너무 똑같았다. 실제로 마주한 에어팟 2세대는 나의 인지능력을 의심하게 했다. 마치 ‘틀린 그림 찾기’를 마주했을 때처럼 당혹감이 밀려왔다.

| 에어팟 1세대와 2세대는 겉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달라진 점은 무선 충전 케이스와 애플이 새롭게 설계한 H1 칩이다. 무선 충전 케이스가 추가돼 케이스를 선 없이 충전할 수 있게 됐다. H1 칩은 높은 효율의 성능과 더욱 빨라진 연결, 낮은 지연 시간, 더 긴 통화 시간, 소음 환경에서 더 좋은 통화 품질, 시리 음성 호출 기능을 제공한다. 추가로 블루투스 4.2를 지원했던 1세대 제품과 달리 에어팟 2세대는 블루투스 5.0을 제공한다.


겉으로 봤을 때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케이스다. 에어팟 2세대는 두 가지 충전 케이스로 구성됐다. 기존과 같은 기본 충전 케이스 모델을 19만9천원에 사거나 무선 충전 케이스 모델을 24만9천원에 살 수 있다. 무선 충전 케이스만 9만9천원에 구매할 수도 있다. 케이스는 1세대 제품과도 호환된다.

| (왼쪽부터) 에어팟 2세대, 에어팟 1세대

무선 충전 케이스는 말 그대로 Qi-호환 충전기를 통해 선 없이 충전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유선 충전도 가능하다. 외관상 무선 충전 케이스를 쉽게 구분할 방법은 충전 상태를 나타내는 LED 표시등 위치다. 기존에 케이스 뚜껑을 열면 볼 수 있었던 LED 표시등은 무선 충전 과정에서 충전 상태를 알 수 있도록 케이스 전면으로 옮겨갔다. 또 뒷면의 페어링 버튼이 조금 더 위쪽으로 이동하고, 뚜껑 경첩 부분이 유광에서 무광으로 바뀌었다.

이어폰 유닛은 겉으로 봤을 때 1세대 제품과 구별하기 힘들다. 애플도 이점을 고려했는지 충전 케이스에 1세대와 2세대 제품이 섞여 들어갈 경우 iOS 기기 화면에 이를 표시해준다. 케이스가 호환되는 만큼 1세대 유닛을 모두 무선 충전 케이스에 넣을 경우에는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세대와 2세대 이어폰 유닛이 뒤섞였을 때는 당황하지 않고 케이스에 넣어 보면 된다. 외관상으로 구분할 방법도 있다. 에어팟 2세대는 1세대보다 유닛 안쪽에 적힌 글자가 더 많다. 글씨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노안이 찾아왔다면 번거롭더라도 케이스에 넣어서 구분하는 게 쉽다.

무선 충전 케이스는 편리하다. 선을 번거롭게 뺐다 끼우지 않아도 Qi-호환 충전 패드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 유선 방식보다 충전 시간은 더 길지만, 의식하지 않고 패드에 올려놓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충전을 깜빡하는 일은 줄어든다. 최신 스마트폰에 포함된 무선 충전 기능과 같다. 유·무선 케이스 모두 24시간 이상 사용 시간을 제공한다.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에어팟의 무선 경험과 직결되는 내부 칩 설계 변화다. 애플이 새롭게 설계한 H1 칩은 헤드폰과 이어폰 전용으로 개발됐다. 이전에는 애플워치에 적용된 W1 칩을 사용했다. 애플은 전용 칩 설계를 통해 무선 이어폰의 성능 효율을 높이고 연결성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애플에 따르면 기기 연결 시간은 2배 빨라졌다. 이를 통해 아이폰이나 애플워치, 아이패드 등에서 음악을 듣는 중에도 끊김 없이 기기 간 전환을 할 수 있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실제로 에어팟을 착용할 때 기기 연결 시간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기존 1세대 제품을 쓸 때는 이어폰 양쪽을 다 귀에 끼울 때쯤 ‘띠링’하는 연결음이 들렸지만, 2세대는 한쪽을 끼우자마자 빠르게 연결된다.

다른 기기로 전환할 때 연결 속도 차이는 생각보다 체감하기 힘들었다. 에어팟은 기본적으로 한쪽 기기에만 물려있기 때문에 아이폰에서 노래를 듣다가 아이패드에서 영상을 보려면 에어팟 연결 설정을 따로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부 스피커로 소리가 나온다. 설정에 들어가지 않고 제어 센터에서 음악 컨트롤러를 통해 에어팟 연결을 쉽게 할 수도 있지만, 자동으로 전환되지 않고 중간에 연결 과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연결 시간이 조금 줄어들어도 번거롭기는 마찬가지다. 참고로 애플워치만 아이폰과 에어팟 연결 전환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게임 지연도 최대 30% 줄었다. 게임 화면과 소리가 따로 놀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1세대 제품에서도 소리가 밀린다는 느낌은 없었기 때문에 기존 제품과 크게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소음 환경에서 통화 품질도 개선됐다고 하지만, 기존에도 통화 품질에서 크게 문제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이 역시 체감하기 힘들었다. 에어팟은 콩나물 줄기처럼 기다란 디자인과 빔포밍 마이크를 통해 무선 이어폰 중에서는 최고 수준의 통화 품질을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H1 칩은 통화 시간을 늘렸다. 에어팟 1세대보다 최대 1시간 더 긴 3시간의 통화 시간을 제공한다. 에어팟은 콩나물 구조 설계를 통해 무선 이어폰치고 긴 배터리 시간을 제공했지만, 처음 출시된 지 3년 가까이 되면서 경쟁 제품보다 배터리 시간이 뒤처지기 시작했다. 이 점에서 배터리 시간이 늘어났다는 점은 환영할만한 요소지만, 통화 시간 외 음악 재생 시간은 5시간 그대로라 아쉽다. 본격적인 제품 설계 변경 없이 칩 설계 변경만으로는 배터리 효율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 제품 패키지 안 쪽에 라이트닝 케이블이 있다. 확인하고 버리자.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지만, 사용자에 따라 체감할 수 없는 변화는 ‘시리야’ 기능 추가다. 시리를 음성으로 호출할 수 있는 이 기능은 시리의 사용 폭에 따라 효용성이 달라진다. 길거리에서 시리를 부를 수 있는 용기 있는 자만이 제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비서는 흔해졌지만, 음성 UX는 집 밖에서 여전히 낯설다. 기존에는 이어폰 유닛을 두 번 두드려 시리를 부를 수 있었다. 손을 움직이는 조작을 최소화한 에어팟 구조 특성상 이중 탭 기능에 시리 호출을 빼고 다른 기능을 부여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에어팟 2세대는 전작과 큰 변화 없이 내부 성능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외관상 변화가 거의 없으며, 콩나물 디자인도 그대로다. 디자인이 그대로인 만큼 기존 에어팟이 가진 장점도 그대로다. 차음성은 취약하지만 오픈형 디자인을 통해 낀 듯 안 낀 듯 편리하게 일상 속으로 녹아든다. 음악을 틀어놓지 않고도 그냥 에어팟을 끼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에어팟은 높은 연결성과 탁월한 사용자 경험을 통해 선 없는 편리함을 널리 퍼뜨렸다.

2세대로 넘어오면서 변화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약간의 연결 시간 개선과 시리 음성 호출 기능, 무선 충전 케이스 추가만으로는 1세대와 큰 차이점을 느끼기 어렵다. 수적천석이라고 했던가.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 오래 쓰다 보면 소소한 변화가 크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에어팟 2세대는 일종의 쉬어가기다. H1이라는 헤드폰 및 이어폰 전용 칩 설계를 통해 다음 기기로의 초석을 다진 제품이다. 에어팟 1세대 사용자가 2세대를 구매할 요인은 적다. 당신의 에어팟이 운명을 다해간다면 제품 교체를 해볼 만하다. 아직도 중력에 혼을 빼앗겨 무선의 편리함을 모르고 지내고 있다면 더 이상 선택을 망설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장점

더 빨라진 연결성

편리한 무선 충전

“시리야”를 통해 늘어난 이중 탭 기능 옵션


단점

새 제품 샀다고 자랑하기 힘든 외관

모두의 귓구멍에 맞지 않는 설계

오픈형 이어폰이 갖는 취약한 차음성


추천 대상

운명을 다한 에어팟 보유자, 무선의 편리함을 모르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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