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 카풀, 어디고 탔더니

조회수 2019. 4. 12. 0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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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동안 기다렸지만, 카풀은 잡히지 않았다. 중간에 한 드라이버가 수락했지만 금세 취소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취소 알림을 나중에야 발견하는 바람에 급히 지하철을 타러 나가야 했다.


지난 3월13일 위츠모빌리티는 예약 기반 카풀 ‘어디고’를 출시했다. ‘2세대 카풀’을 내세우기에, 기존 카풀과는 무엇이 다른지 궁금했다. 아직 확보한 드라이버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면 출퇴근과 동떨어진 경로만 제시했던 걸까. 첫 시도 이후로 두어 번 장거리 카풀을 시도했지만, 연결에 실패했다.

| 어디고 앱에 카풀을 요청하면 이런 화면이 뜬다.

그러다 며칠 전, 드디어 어디고 카풀을 타봤다. 이 과정도 수월하지 않았다. 오후 7시 카풀을 점심에 예약했다. 앱은 또 묵묵부답. 그렇게 예약 시간이 됐다. ‘오늘도 안 됐네….’ 5분쯤 지났을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어디고 드라이버인데요, 어디 계세요?”


헉. 부랴부랴 짐을 싸서 카풀 차량을 찾았다. 드라이버는 연락했다는데, 보냈다는 문자는 온데간데 없었다.

| 차에 탑승하자 어디고 드라이버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뒤늦게 떴다. 나중에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이날 테스트를 진행해 앱이 불안정했다고 한다. 알림이 제대로 전송되지 않은 이유인 듯했다.
택시와 카풀, 차이는 ‘뒷자리’

“혹시 뒷좌석에 앉아도 되나요?”

“네, 괜찮습니다.”


카풀이 한창 뜨던(?) 시절 카풀을 처음 이용했다. 카풀을 ‘영업’한 친구는 “옆자리 착석이 매너다. 유념해라”라고 귀띔했다. 카풀을 택시처럼 여겼다가는 ‘비매너’ 라이더로 별점이 깎일 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뒷자리에 타고 싶으면 카풀 앱에서 뒷자리 옵션을 미리 택해야 했다.

| 풀러스 앱 화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인수한 카풀 앱 ‘럭시’도 뒷자리 타기, 조용히 가기 등의 옵션을 지원했다.

그런데 어디고 앱에는 자리 설정이 따로 없었다. 이번에 양해를 구하긴 했지만 어디고 카풀을 탈 땐 뒷자리에 자유롭게 탈 수 있는 걸까? 지난 3일 위츠모빌리티가 개최한 어디고 드라이버 설명회에서는 “라이더 탑승위치, 뒷자리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만들어 달라”라는 요구가 나왔다고 한다. 카풀 드라이버 풀은 대개 겹친다. 보통 풀러스 드라이버가 카카오T 카풀 드라이버로, 또 어디고 드라이버로도 활동한다. 때문에 어디고에도 자리 지정 옵션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 자신의 집, 회사, 자주 가는 곳 등을 미리 설정해 놓을 수 있다.

어디고 앱 화면은 카카오T 택시, 타다, 풀러스 등 여느 이동 서비스 앱과 비슷하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면 소요시간과 예상요금이 표시된다. 다른 카풀 앱처럼 인원수를 입력하게끔 돼 있으며 ‘조용히 가고 싶어요’ 옵션을 제공한다. 사용성은 평범했다.


호출 시 미리 인원수를 써넣도록 하고 있어, 여럿이 탈 때 유의해야 한다. 택시처럼 다른 사람이 대신 호출해 태워주는 ‘대리탑승’도 안 된다. 드라이버는 별점, 라이더의 사진, 옵션 등 라이더의 다양한 정보를 보고 카풀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타 카풀 앱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점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사실 카풀은 택시보다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다. 카풀 매너를 잘 모르고 탔다간 나도 모르는 새 별점이 낮은 라이더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

| 이번에 매칭된 드라이버는 굉장히 친절했다. 카풀 드라이버이긴 하지만 차를 두고 나오면 카풀을 자주 탄다며, “카풀에 재미가 들리니 택시를 못 타겠더라”라고 말했다.

카풀은 택시보다 저렴하다. 택시로 2만5천원(네이버 지도 앱 기준)을 지불해야 하는 거리였는데, 어디고로는 2만원 안팎의 요금이 나왔다. 카풀로 얼마나 버는지 묻자 어디고 드라이버는 “한 달 기름값 정도는 나온다. 그렇게 해도 차량 유지비도 빼고 나면 시간당 최저임금이 안 나온다”라며 “택시보다 요금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이 수익만으로는 살 수 없게 구조가 짜여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걸로 돈벌이를 하느니 그 시간에 다른 알바를 하거나 택시를 모는 게 수익이 더 나을걸요?”


이번에 만난 어디고 드라이버는 풀러스 라이더로부터 어디고를 추천받았다고 말했다. 드라이버 입장에서 풀러스와 어디고의 차이점은 요금이다. 풀러스는 현재 무상카풀을 채택하고 있다. 라이더가 드라이버에게 팁(0원~5만원)을 제시하는데, 0원을 올리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이에 반발해 풀러스를 떠나는 드라이버도 많다고 그는 전했다. 위츠모빌리티 관계자는 “어디고는 수수료를 제외하고 실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드라이버에게 보여주기 때문에 더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디고의 차별점

어디고는 드라이버와 라이더가 앱에 자신의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하면, 경로가 맞는 라이더를 드라이버에게 먼저 알려준다. 위츠모빌리티 관계자는 이를 통해 더 빠른 매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여성 드라이버와 여성 라이더끼리 매칭해주는 여성전용 옵션도 타 카풀과의 차별점이다. 위츠모빌리티 관계자는 “여성 카풀 드라이버는 아직 규모가 적지만, 숫자를 늘리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취재하며 만난 카풀 드라이버는 “라이더가 여성이 아닐 경우 카풀을 취소하는 드라이버도 있다”라고 말했다.

위츠모빌리티는 어디고를 출시하며 “기존 카풀 서비스와 달리 자가용 운전자(드라이버)도 자신의 출발지와 목적지를 올릴 수 있고, 사용자(라이더)가 이를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라이더는 드라이버의 경로를 확인‘만’ 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라이더들이 혼란을 겪자 위츠모빌리티는 드라이버의 경로를 라이더에게 보여주지 않기로 했다.


추천 프로그램은 보다 합리적이다. 어디고는 회원 추천 프로그램으로 발생한 회사수익의 30%를 매월 상위랭킹 25%의 사용자들과 공유하는 방식의 추천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용자와 사용자의 추천인 코드를 입력해 가입한 사용자들의 결제액을 합산해 다음 달 랭킹별로 현금 보상도 해준다. 자연스러운 홍보를 노린 것이다.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는 2세대 카풀

차별점은 있다. 그래도 지금은 2세대라 하기에 부족하다. 사실 UI, UX를 보면 ‘1세대 카풀’ 풀러스 앱이 오히려 훨씬 낫다.


위츠모빌리티는 카풀에 다른 서비스를 얹어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달 초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출퇴근 시간 유상카풀(하루 4시간, 토·일요일 및 공휴일 제외)에 합의하면서, 법 테두리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카풀 서비스를 구상한 것이다.


어디고가 준비하고 있는 ‘어디고 광역’은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제안한 출퇴근 시간에 맞춘 서비스다. 대상은 아침 7시에서 9시,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장거리 출퇴근자. 광역버스 요금 수준의 운임을 월정액으로 지불할 경우 정기적인 출퇴근 카풀을 제공한다.


위츠모빌리티 관계자는 “어디고 광역은 2~3명의 라이더가 예약 합승하는 형태가 될 거다. 월정액으로 요금을 한꺼번에 지불하기 때문에 드라이버에게 수익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전용 카풀, ‘어디고 레이디’도 있다. 카셰어링을 하며 대리기사를 함께 호출하는 모델도 특허출원했다. 이를 활용해 골프장, 학원가 픽업 등 새로운 차량호출 서비스에 도전할 계획이다. ‘2세대 카풀’은 이제 막 시동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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