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운전대 없는 '자율주행 셔틀' 타보니

조회수 2019. 4. 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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끽-! 셔틀이 갑자기 멈춰 섰다.


“괜찮습니다. 차가 장애물을 보고 멈춘 겁니다.”


안내요원이 안심하라는 듯 말했다. 승객 아홉 명은 일제히 차가 봤다는 장애물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운전석도, 운전자도 없는 자율주행 셔틀 전방에 표지판이 하나 서있었다.


지난 3월28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서울모터쇼조직위원회 주최로 ‘2019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가 열렸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킨텍스 제2전시장 앞에서 진행되는 시승행사가 눈에 띄었다.


자율주행 셔틀 시승행사는 서울모터쇼 주제 중 하나인 ‘무한한 연결이 가능한 지능화된 자동차(Connected)’를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준비된 차량은 스프링클라우드의 스프링카, 언맨드솔루션의 위드어스(WITH:US) 등이었다. 시승구간은 킨텍스 제1전시장과 제2전시장 사이 약 400미터. 주행구간이 짧아 두 대를 연달아 탔다.


스프링클라우드 관계자는 “자율주행차가 멀리 있다고 생각하는데, 관람객들이 실제 체험해보면서 셔틀을 더 잘 수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참가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천천히, 조심히… 400미터 달려보니

일람표에는 오후 1시15분까지 위드어스가 운행하고, 그 이후에는 스프링카가 운행한다고 돼 있었다. 도착한 시간은 1시5분. 위드어스 셔틀은 마지막 운행을 남겨두고 있었다. 차량 탑승 동의서에 이름과 전화번호, 서명을 남기고 탑승을 기다렸다. 탑승 가능한 좌석은 넷인데, 남은 자리는 하나. 운이 좋았다.


위드어스를 개발한 언맨드솔루션은 국내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이다. 2008년부터 자율주행 솔루션을 개발해왔다. 자동차 분야를 비롯해 대중교통, 농업,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 자율주행 솔루션을 접목하려 하고 있다.


언맨드솔루션 관계자는 “KT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선보였던 5G 협력주행 버스에도 언맨드솔루션의 자율주행 솔루션이 활용됐다”라고 말했다. 솔루션 위주로 개발하던 언맨드솔루션이 처음 공개한 독자 제작 자율주행 셔틀이 바로 위드어스다.

| 동글동글, 귀엽게 생겼다.
| 고급택시가 연상되는 내부. 위드어스는 바디를 바꿔가며 용도를 달리 쓸 수 있다고 한다. 애프터마켓에서 부품을 구매해 제작했고, 나머지는 자체적으로 만들었다고.

위드어스는 운전자와 운전대가 없는 미국자동차공학회 기준 5단계 완전자율주행차량이다. 차량 내부는 고급택시처럼 꾸며져 있었다. 자리마다 개인 등이 달려있고, 무선충전이 가능했다. 의자도 푹신했다. 좌석은 서로 마주보는 형태다. 최대 6인이 탈 수 있다. 출입문 바깥과 차량 내부 왼편에는 운행 구간을 알려주는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내부에서는 전방에 설치된 카메라가 전송하는 실시간 화면도 볼 수 있지만 이날은 카메라와 연결이 안 돼 있어 미리 촬영해둔 영상을 재생했다.


문이 닫히자 위드어스가 느림보 운행을 시작했다. 이날 위드어스는 시속 7km로 달렸(?)다. 스펙상 최대속도는 25km/h라고 한다.


승차감은 훌륭했다. 천천히 달린 덕분에 행인들도 위협을 느끼지 못하고 지나가곤 했다. 경로에 행인이 들어오자 위드어스는 이를 인지하고 두 차례 자연스럽게 감속했다. 무인운행이 기본인 자율주행 차량이지만 비상시에는 원격 조종이 가능하다. 차량에 탑재된 물리적 버튼을 이용할 수도 있다. 정해진 구간을 짧은 시간 동안 특별한 장애물 없이 달렸으니, 무난했다.

| 나브야 셔틀은 도심, 강변, 원자력 발전소 등 다양한 곳에서 운행되고 있다. 2018년 4월부터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서도 나브야 셔틀이 달리고 있다.

그런데 왕복운행이 아니었다. 위드어스에서 하차해 출발점으로 걸어 돌아가야 했다. 이번에는 스프링클라우드의 스프링카가 운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스프링카도 위드어스와 마찬가지로 운전자와 운전대가 없다.


스프링클라우드는 국내 자율주행 서비스 솔루션 기업이다. 자율주행 마을버스, 청소차, 카트 등 공공복지 기반의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및 서비스 운영이 목표다. 현재 프랑스 자율주행업체인 나브야로부터 자율주행차를 공급 받고 있다.


출발점에 도착하자마자 스프링카에 올랐다. 이번에도 좌석은 하나 남아 있었다. 앉은 사람만 9명에 서있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총 11명이 스프링카에 탑승했다. 스프링카에 최대 탑승할 수 있는 인원은 15명이고, 최고 속도는 25km/h다.

| 게임기를 달아놨다. 안전요원은 이 게임기로 유사시 자율주행차를 조작할 수 있다.
|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스프링카 내부 왼편에 설치된 디스플레이의 출발 버튼을 누르자 셔틀이 움직였다. 이번에 탑승한 스프링카는 두 번째 개발된 것으로, 총 55km 주행 테스트를 거쳤다. 관계자는 초기에 도입한 스프링카는 2-300km 주행거리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프링클라우드 관계자는 “나브야는 전세계 20개국에서 100여대가 운행되고 있다. 관련 데이터를 전부 공유 받고 있기 때문에 스프링카의 안전성은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스프링카는 한 바퀴를 돌아오는 동안 너댓 번 정도 멈췄다. 그때마다 경쾌한 벨이 울렸다. 장애물을 인식했다는 표시였다. 보도, 표지판을 장애물로 아는 경우도 있었다. 급정거를 할 때마다 몸이 앞뒤로 흔들렸다. 저속주행 중이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안내요원은 “사람도 차를 운전하다 물체와 갑자기 마주치면 급정거를 하지 않나. 자율주행셔틀도 똑같다”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셔틀은 엇비슷할 거라 생각했지만 위드어스와 스프링카는 차이가 명확했다. 위드어스는 서서 탈 수 없는 구조인 반면 스프링카는 입석이 가능했다. 천장에 손잡이도 달려 있었다. 탑승경험은 위드어스가 나았다. 위드어스는 택시를, 스프링카는 버스를 닮은 듯했다. 다만 일반도로에서의 주행이 아니라 자율주행 수준을 평가하기는 어려웠다.


자율주행 셔틀, 언제쯤 올까

셔틀은 단구간, 지정된 노선 안에서 움직인다. 목적지, 노선 등이 지속적으로 바뀌는 택시보다는 변수가 적다. 이 때문에 특정 구간을 운행하는 자율주행 셔틀은 빠르게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프링카는 올해 안으로 대구광역시, 세종시, 인천공항 등에서 본격적인 운행에 나선다. 오는 6월 상암 DMC에 구축되는 ‘5G 융합 자율주행 테스트베드’에서도 스프링카를 만날 수 있다. 상암 DMC 지역은 V2X 통신 설비를 포함해 자율주행 관련 다양한 스마트 인프라를 지원할 예정이다.


스프링클라우드 관계자는 “상용차를 개조한 자율주행차는 LTE 통신 등으로 맵을 실시간 다운받아 움직이는데, 아직 (스프링카는) 그 정도는 아니다”라며 “상암동에서 테스트할 때는 미리 경로를 생성하고 V2X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스프링카 전면에는 나브야라고 적혀 있다.

‘토종’을 강조하고 있는 언맨드솔루션도 위드어스를 통해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언맨드솔루션 관계자는 “2008년부터 자율주행을 연구 개발해왔지만 지금까지는 법, 규제가 있어 실험 공간도 지원도 부족했다. 그간 골프카, 사륜오토바이 등으로 많은 실험을 해왔다”라며 “앞으로는 위드어스 상용화를 위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 면허를 받고 일반도로 주행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시승행사는 2019서울모터쇼 개최기간인 3월29일부터 4월7일까지 총 열흘간 진행되며 운행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참가는 킨텍스 제1전시장 5홀 앞과 제2전시장 분수대 앞에 마련된 부스에서 선착순으로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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