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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5G 자율주행 ‘세계 최초’의 민낯

모두가 '세계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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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1일 LG유플러스는 한양대학교 ACE Lab(에이스 랩)과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차를 공개했습니다. 이날 LG유플러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한양대-LG유플러스, 세계 최초 5G 자율주행차 공개 시연"이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출처사진=LG유플러스 보도자료 갈무리

어라. 어딘가 익숙한데요? 지난 기사를 뒤적여보니 2017년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KT는 강릉, 평창 등에서 차량 3대를 활용한 5G 협력 자율주행 버스를 선보였습니다. KT는 이 자율주행 버스에 '세계 최초' 타이틀을 붙였습니다.


SK텔레콤도 지난해 '세계 최초'로 복수의 자율주행차가 5G 기반 협력 자율주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KT는 '우리가 먼저한 것'이라며 발끈했죠.

이 때문에 LG유플러스의 5G 자율주행차 시연 행사 말미, 기자들은 LG유플러스를 향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또 '세계 최초' 타이틀이 붙었는데, 이거 정말 '세계 최초' 확실하냐는 거였죠. LG유플러스는 '세계 최초가 맞다'고 확언했습니다.

탐나는 수식어 ‘세계 최초’, 남발은 그만


그래서 누가 세계 최초 5G 자율주행을 한 거냐고요? 각자의 기준에 따라 다릅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이 지난해 세계 최초라고 했던 건 “5G 자율주행차가 서로의 운행 경로를 공유하면서 협력 운행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세계 처음”이라던 거였는데요. LG유플러스의 자율주행은 ▲5G 상용 기지국과 연결된 상태로 ▲도심도로에서 자율주행한 세계 최초의 사례라는 겁니다.

강종오 LG유플러스 FC부문 미래기술담당은 “5G 통신기술을 상용화해 실제 도심에서 자율주행에 이용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라며 “LG유플러스는 통신사 중 5G를 가장 빠르고 촘촘하게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LG유플러스는 KT의 경우 5G 비표준으로 자율주행한 것이고요, SK텔레콤의 5G 자율주행은 변수가 통제된 K시티에서 이뤄져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2월 SK텔레콤은 5G 전파를 송출하면서 경기도 화성의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K시티’와 시흥 일반도로에서 5G 자율주행차 테스트 운행에 나섰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는데요,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시흥(일반도로)에서의 자율주행은 제대로 된 5G가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라며 “‘진정한 5G망’에서 자율주행차를 운행한 것은 처음이 맞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통사들은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습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미 5G로 자율주행을 한 사례가 있는데 (LG유플러스가) 도심에서 자율주행을 했다고 해서 세계 최초 5G 자율주행이라 표현하는 건 무리가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KT 관계자는 “남의 집 잔치에 굳이 끼어들고 싶지는 않다”라고 언급을 피했지만 “우리도 5G 자율주행을 했는데 환경과 범위를 한정하고 좁혀서 세계 최초라고 말하면 그걸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자율주행차에게 일반도로에서의 주행 경험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아무도 없는 도로, 정해진 구간에서 혼자 운전연습을 하던 초보 운전자를 갑자기 홍대나 종로, 여의도에 ‘똑’ 떨어뜨리면 어떻게 될까요? ‘멘붕’이 오겠죠. 


자율주행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 도로, 특히 도심 주행은요, 도처에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모든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것도 아니고, 도로 상황도 시시각각 달라지는 데다가 예기치 못한 사고와도 맞닥뜨릴 수 있으니까요. 자율주행기술을 연구하는 기업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허가를 받고 '운전 연습'을 다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자율주행기술 선도기업으로 유명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부문 웨이모는 지난해 10월 주행거리 1천만마일을 돌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운전연습을 그만큼 많이 했다는 거죠.


통신은 수많은 차량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자율주행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대부분의 자율주행차는 다양한 첨단 센서가 탑재되는데요, 센서가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통신은 이러한 오류가 발생했을 때 보완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사고 위험을 최소로 낮추기 위해서 말이죠. 도로, 자동차, 운전자, 보행자 등을 통신으로 연결해서 교통정보를 교환하고 또 차량과 차량, 차량과 인프라 간 통신이 가능해진다면 어떨까요? 자율주행차가 보행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할 경우 통신이 보행자가 있다고 알려주고, 멀리서 사고가 발생하면 '이쪽 길로 돌아서 가라'고 미리 권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차량 간 통신(V2X) 기술은 자율주행 시대를 위해 꼭 필요한 기술로 꼽힙니다.


V2X를 위해서는 저지연성이 중요합니다. LG유플러스가 1ms 이하 전송지연 특성을 가지고 있는 5G가 자율주행 시대에 '킬러 기술'이 될 거라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에이원을 개발한 한양대 선우명호 교수는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다 보면 20m 전방 우회전할 곳을 1초 차이로 놓칠 때가 있다. 시속 60km로 달리면 초당 17m를 가는데 통신망의 딜레이로 인해 찰나의 순간을 지나치게 된다"라며 "5G 환경의 초저지연성은 이러한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신해 오차 없이 주행할 수 있게 해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LG유플러스는 ▲통신 ▲정밀측위 ▲관제 ▲다이내믹 지도 ▲인포테인먼트에 주안점을 두고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만 이날 에이원 자율주행 시연에는 관제, 실시간 영상전송, VR 콘텐츠 감상 등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관제센터에서 5G망을 통해 목적지 주변의 사고 정보를 에이원에게 전달하자, 에이원은 다른 경로로 이동하겠다고 안내했습니다. 당초 진입하려던 서울숲 북측 입구 대신 동쪽 입구로 주행 경로를 변경했죠. 아쉬운 점은 미리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진행된 거라, 어느 정도로 자율주행차를 지원할 수 있는지는 퍽 와닿지 않았다는 겁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다시피 세계 최초는 마케팅이다"라고 지적하며 "한양대 자율주행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LG유플러스의 5G를 적용해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당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계명대 김수연 조교수는 “(5G 자율주행차는) 예기치 않은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도 잘 동작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에는 정해진 시나리오 내에서 돌아간 거라 초보적인 단계에서 시험한 거라 볼 수 있다”라며 “당장 5G 자율주행 시대가 열릴 것처럼 기대하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지금의 5G 환경에 한계가 있는데 그 정도 동작한 것만 해도 출발점으로는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세계 최초 5G 자율주행, 대중의 이목을 끌면 그만큼 시장이 잘 열릴 수도 있겠죠? 그런 점에서는 의미가 있겠습니다만 이통사들이 너도나도 ‘세계 최초’를 남발하는 통에 단어가 가지는 무게감이 많이 가벼워졌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블로터> 앞에는 장충동 족발 골목이 있습니다. 많은 가게가 간판에 ‘원조’를 달고 있습니다. 터줏대감이라 원조, 족발골목의 유명세에 일조한 곳이라 원조, 그냥 다 원조니까 나도 원조... 하지만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곳은 정해져 있습니다. 원조고 뭐고, 그 집 족발이 제일 맛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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