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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스터 레츠고!' 리뷰: 포켓몬은 진화한다

전통과 변화 사이 분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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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는 ‘포켓몬스터’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다. ‘이상해씨’는 ‘이상해꽃’, ‘파이리’는 ‘리자몽’, ‘꼬부기’는 ‘거북왕’으로. 주인공은 포켓몬의 수집과 성장, 진화를 통해 포켓몬 마스터라는 꿈에 다가간다. 이런 면에서 ‘피카츄’는 상징적인 캐릭터다. 포켓몬 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 피카츄는 ‘라이츄’로 진화하는 걸 거부하며, 포켓몬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포켓몬 게임 역시 피카츄처럼 변함없이 한결같은 재미를 주며 오랜 사랑을 받아왔다.

| 닌텐도 스위치용 ‘포켓몬스터 레츠고! 피카츄’

하지만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듯이 포켓몬 시리즈는 한계에 부딪혔다. 포켓몬 시리즈는 진화를 전면에 내세운 것과 달리 변화가 더딘 게임이다. 달라지지 않는 구남친 같은 모습에 팬들은 뒤돌아서기 시작했다. 비슷한 이야기와 구조를 답습하며 새로운 포켓몬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이제 큰 재미를 주지 못했다. 20년 넘게 이어져 온 포켓몬 IP(지적재산권)는 고인물 신세가 됐다. 닌텐도 입장에서는 새로운 물길을 터줘야 했다. ‘닌텐도 스위치’로 플랫폼을 갈아탄 ‘포켓몬스터 레츠고! 피카츄’와 ‘포켓몬스터 레츠고! 이브이’는 진화 혹은 변화에 대한 닌텐도의 고민을 담은 게임이다.

| 왠지 ‘디지몬’을 연상시키는 ‘메가진화’

| 포켓몬스터 레츠고 시리즈는 포켓몬 역사에 어떻게 남을까.

포켓몬 피카츄 더하기 포켓몬 고

변화의 물꼬는 ‘포켓몬 고’에서 트이기 시작됐다. 증강현실(AR)과 만난 포켓몬 IP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닌텐도는 여기서 답을 찾았다. 고인물이 됐던 전통 포켓몬 시리즈에 포켓몬 고의 요소들을 들이붓는 방식이다. 포켓몬스터 레츠고 시리즈는 그 결과물이다. 1998년 게임보이용으로 발매된 ‘포켓몬스터 피카츄’를 리메이크하면서 포켓몬 고의 요소를 차용해 변화를 주었다.


기본적인 얼개는 기존 포켓몬 게임과 똑같다. 모험을 하면서 새로운 포켓몬을 수집·성장시키고 체육관에 도전해 배지를 모으며 악당들을 물리치고 마침내 포켓몬 마스터에 이르는 구조다. 리메이크 게임답게 ‘태초마을-상록시티-상록숲-회색시티-달맞이산’으로 시작되는 게임 진행도 똑같다. 피카츄 버전과 이브이 버전의 차이는 각각 피카츄와 이브이를 파트너로 삼아 게임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또 포켓몬의 출현율과 출현하는 포켓몬의 종류도 다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포켓몬 포획 시스템이다. 포켓몬 게임은 크게 두 개의 장면으로 구성돼 있는데 주인공을 움직이는 필드와 포켓몬끼리 겨루는 전투 화면이다. 기존에는 전투 화면에만 포켓몬이 등장했다. 필드에서는 포켓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BGM만 무성한 풀숲에서 보이지 않는 야생의 포켓몬이 출현하길 기다려야 했다. 이른바 ‘랜덤 인카운트’ 시스템이다. 필드에서 보이지 않는 포켓몬과 우연히 마주치는 이 오래된 구조는 22년 만에 바뀌었다. 이번 작부터는 포켓몬과 만나기 전부터 포켓몬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필드에 야생 포켓몬이 직접 돌아다닌다. 포켓몬 고 이용자에게는 익숙한 방식이다.

야생 포켓몬 그래픽이 필드에 직접 표현되는 심볼 인카운트 시스템은 여러모로 편리한 변화다. 원하는 포켓몬을 직접 눈으로 보고 선별해 잡을 수 있으며, 원치 않는 다툼은 알아서 피해갈 수 있다. 또 같은 종의 포켓몬을 연속해서 잡아 특별한 색 포켓몬을 이전보다 쉽게 얻을 수 있다. 포켓몬 개체별 크기도 그래픽을 통해 표현된다. 같은 포켓몬을 연속해서 잡으면 경험치 보너스도 부여돼 포켓몬을 쉽게 성장시킬 수 있다.

| 별도 기기 ‘몬스터볼 플러스’를 통해 몰입감 있게 포켓몬을 잡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유혈사태 없이 포켓몬을 평화롭게 잡을 수 있다. 기존 포켓몬 시리즈에서는 야생의 포켓몬을 잡기 위해 포켓몬끼리 싸워야 했다. 체력을 빨간 상태로 떨어트리고 몬스터볼을 던지는 순서로 포획이 이뤄졌다. 레츠고 시리즈는 이 과정을 제거했다. 야생의 포켓몬과 만나면 바로 몬스터볼부터 던진다. 대신 포켓몬이 요리조리 움직이며 몬스터볼을 피한다. 또 타깃 원형이 줄어드는 최적의 타이밍에 맞춰 몬스터볼을 던져야 쉽게 잡을 수 있다. 후반에 등장하는 포켓몬일수록 난리부르스를 춘다. 또 비싼 몬스터볼을 던져야 잘 잡힌다. 포켓몬 고와 같은 방식이다. 닌텐도 스위치의 조작 요소를 도입해 컨트롤러를 휘둘러 포켓몬을 잡을 수도 있다. 또 별도 기기 ‘몬스터볼 플러스’를 통해 실감나게 몬스터볼을 던질 수 있다.

| 인간과 포켓몬의 관계는 꽤 잔혹하다. (사진=포켓몬스터 피카츄)

포켓몬 고 방식의 포획 시스템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동물 학대 논란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준다. 포켓몬을 잡기 위해 전투를 벌이는 방식이 동물 학대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전투 과정의 생략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준다. 반대로, 포켓몬 시리즈 고유의 전통을 깼다는 점에서 이 같은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시선도 적지 않다.

| 여전히 포켓몬을 때려잡는 경우도 종종 있다.

모바일과 콘솔 사이

포켓몬 고와 연동도 된다.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에서 잡은 1세대 포켓몬을 닌텐도 스위치 포켓몬스터 레츠고 시리즈로 옮겨올 수 있다. 이동성이 편한 스마트폰으로 밖에서 포켓몬을 잡고, 이어서 좀 더 집중이 필요한 콘솔로 각 잡고 게임을 즐기는 일이 가능해졌다. 모바일과 콘솔의 연결고리를 만든 셈이다. 콘솔 외길만 걸어온 보수적인 닌텐도 입장에서는 무척 큰 변화다.

연동 시스템은 시나리오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연분홍시티’에서 이용할 수 있다. 초반부터 강한 포켓몬을 이용할 수 없도록 제한한 셈이다. 전혀 다른 두 플랫폼 간 시스템을 연동시키는 게 어려웠는지, 포켓몬을 옮겨오는 과정은 조금 복잡하고 불편하다. ①먼저 ‘포켓몬 고’와 ‘포켓몬스터 레츠고! 피카츄·이브이’ 설정에서 두 기기를 페어링한 후 ②포켓몬 고에서 데리고 올 포켓몬을 선택하고 ③포켓몬스터 레츠고 시리즈에서 연분홍시티에 있는 ‘GO파크’에 간다. ④NPC에게 말을 걸어 ‘포켓몬을 데려오기’를 선택하면 GO파크로 포켓몬을 데려올 수 있다. ⑤그 후 GO파크에 있는 포켓몬을 몬스터볼로 잡아야 한다.

| ‘포켓몬 고’ 연동 화면

반대로 포켓몬스터 레츠고 시리즈에서 잡은 포켓몬을 포켓몬 고로 보낼 수는 없다. 또 한 번 데리고 온 포켓몬은 포켓몬 고로 되돌릴 수 없다. 대신 포켓몬 고에서 환상의 포켓몬 ‘멜탄’을 발견할 수 있는 ‘이상한 상자’를 보상으로 받는다. 멜탄은 다시 레츠고 시리즈로 옮길 수 있다. 또한, 포켓몬 고 연동을 이용하면 피카츄 버전 혹은 이브이 버전에서만 잡을 수 있는 포켓몬을 수집할 수 있다. 버전 장사를 하는 닌텐도답지 않은 처사다. 포켓몬 고의 확장성을 최대한 이용하는 모양새다. 포켓몬 고를 통해 포켓몬 게임을 접한 이용자들을 닌텐도 스위치로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누군가에겐 추억, 누군가에겐 시작

포켓몬스터 레츠고 시리즈는 모바일과 콘솔, 포켓몬 시리즈의 순환 고리를 만들려고 한 결과물이다. 시리즈 전통을 상징하는 캐릭터 피카츄를 내세우지만, 포켓몬 고를 통해 변화를 꾀한 게임이다. 포켓몬 IP를 확장하기 위해 포켓몬 고의 요소를 차용하고 모바일과의 연동성을 내세웠다.


이 밖에도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전투 시스템도 간소화됐다. 도구와 특성 시스템, 교배 시스템이 사라졌다. 처음부터 데리고 시작하는 ‘스타팅 포켓몬’이 능력 최대치로 설정되기 때문에 시작부터 좋은 피카츄나 이브이를 뽑기 위해 의미 없는 반복 플레이를 할 필요도 없어졌다. 대신 게임이 단순해지면서 포켓몬 마니아들이 즐기는 이용자 간 대전의 재미가 줄었다. 전체적인 게임 난이도도 대폭 낮아졌다.

| 이름 짓는 게 가장 어려웠다. 주인공과 라이벌 이름을 정하는 데 30분 걸렸다.

여전히 게으른 그래픽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물론 포켓몬 시리즈가 그래픽을 보고 하는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사양이 그리 높지 않은 닌텐도 스위치 안에서도 낮은 수준의 그래픽을 보여주며, 최적화가 덜 돼 초당 30프레임조차 유지하지 못해 게임이 간간이 끊긴다. 이건 제작진이 게으르다는 뜻이다. 전투 장면에서의 기술 연출도 아쉽다. 거북왕은 왜 멀쩡한 포대를 놔두고 입도 아닌 미간으로 하이드로펌프를 내뿜는 걸까.

| 피카츄로 롱스톤을 잡을 수 있게 된 것도 충격이지만, 기술 연출이 더 충격적이다.

그럼에도 변화를 택한 이번 포켓몬은 제작진의 의도대로 잘 만든 게임이다. 특히 1998년 게임보이용으로 발매된 ‘포켓몬스터 피카츄’을 리메이크해 관동 지방 1세대 포켓몬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추억을 되새김질하게 해준다. “피카츄, 라이츄, 파이리, 꼬부기”를 흥얼거렸던 내게 서로 생긴 모습은 달라도 모두 친구였던 시절을 상기시켰다. 포켓몬의 감초 귀염둥이 악당 로사·로이·나옹도, 웅이와 이슬이도, 머릿속에 암기한 151마리 포켓몬 모두 반갑다. 게임을 하다 보면 ‘포켓몬빵’이 먹고 싶어 질 지경이다.


151마리로 한정된 포켓몬은 마니아들에게 아쉬움을 자아내지만, 포켓몬 세대에게는 추억을 극대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포켓몬 고를 통해 포켓몬을 처음 접한 세대에게도 콘솔 입문용으로 친절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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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과 콘솔 사이에서 택한 변화는 성공적인 판매량을 끌어냈다. 포켓몬스터 레츠고 시리즈는 발매 첫 주 만에 전세계 300만장을 팔아치우며 닌텐도 스위치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에만 1천만장을 팔아치웠다는 소식도 들린다. 닌텐도 스위치 자체가 콘솔과 모바일 사이에서 닌텐도의 뚝심과 변화에 대한 고민을 담은 게임기다. 포켓몬스터 레츠고 시리즈는 여기에 일정한 방향을 제시해주는 듯하다. 전통과 변화 사이의 갈림길에서 포켓몬스터 레츠고 시리즈는 다음 진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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