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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인조패티' 버거 먹어봤더니

조회수 2019. 1. 18. 11: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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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피 흘리는 채식 버거'로도 불린다.
“진짜로 고기 맛이 나?” ‘대체육류’로 만들어진 햄버거를 먹었다고 말하자, 십중팔구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대답은 간단했다. “응. 정말로 고기랑 똑같아.”

푸드테크 스타트업 ‘임파서블 푸드’는 1월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가전 박람회 ‘국제소비자가전쇼(CES 2019)’에서 차세대 버거인 ‘임파서블 버거 2.0’을 공개했다. 임파서블 푸드에 따르면 1967년 CES가 시작된 이래로 식품 회사가 등장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인류는 고기를 사랑한다. 아주 많이. 지나친 고기 사랑으로 인해 생겨난 ‘공장식 축산업’은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삼림 파괴, 담수 고갈을 초래하는 등 환경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공장식 축산업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14%)은 전세계의 모든 자동차와 비행기, 기차 및 배 등 운송수단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고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호르몬, 항생제 등도 다량 투여된다.


스탠포드대학교 생화학과 패트릭 오 브라운 교수는 공장식 축산업의 심각성에 주목했다. 육류 소비를 줄이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강요할 수는 없었다. 그가 찾아낸 해법은 식물로 고기의 맛을 재현하는 것이었다. 패트릭 오 브라운은 2011년 임파서블 푸드를 창업하고, 대체육류 패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육식을 즐기는 사람도 먹는 채식 버거. 일명 ‘피 흘리는 채식 버거’의 탄생이었다.

“사람들이 그들이 사랑하는 육류, 생선 및 유제품 소비를 줄이거나 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은 완전히 비현실적인 일입니다. 우리는 고기와 생선 대신에 콩과 두부를 먹도록 소비자들에게 애걸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을 겁니다.”


합리적인 의견이다. 임파서블 푸드는 “고기를 먹어라, 지구를 구해라(EAT MEAT, SAVE EARTH)”라고 외친다. 지구를 구한다고 해서 맛에서 타협을 볼 필요는 없다고도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임파서블 푸드가 만든 채식 패티는 콜레스테롤 0%를 자랑한다. 기존 소고기 패티를 만드는 과정과 비교하면 물은 75% 적게 쓰고 온실가스는 87% 가량 적게 배출하며 필요로 하는 토지 역시 기존의 5% 수준이다.


이 아이디어는 실리콘밸리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 2018년 4월 기준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 코슬라벤처스, UBS, 알파벳GV, 테마섹 등 유명 벤처캐피탈로부터 총 3억9600만달러를 투자 받았다.

‘콩고기’가 맛있을 수 있다니


임파서블 푸드는 CES 기간 동안 관람객에게 ‘임파서블 버거 2.0’ 무료 샘플 1200개를 제공하기로 했다. 대체육류의 맛이 궁금해 임파서블 푸드트럭을 찾았다. 줄을 선 지 몇 분 안 돼 시식용 임파서블 버거를 바로 받을 수 있었다. 딱히 사람들이 찾아와서 먹는 것 같지는 않았다.


육안으로는 일반 햄버거와의 차이점을 구분할 수 없었다. 한 입 베어물자 그릴에서 구운 듯한 불 향이 풍겼다. 그 맛을 표현할 수 있는 딱 하나의 단어를 고른다면 ‘고소하다’는 거였다. 식감은 일반 고기 패티와 다를 바 없었다. 우물우물 씹을수록 육즙이 담긴 듯 패티는 촉촉했고, 맛은 담백했다. ‘채식’이라는 전제조건을 치우고도 먹기에 괜찮은 맛이었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그래. ‘버거킹’ 햄버거하고 비슷한 맛이 났다. 임파서블 푸드에 따르면 1세대는 스테이크 같은 맛이었고 2세대는 고베 품종 꽃등심 맛을 구현했다고 한다. 고베 품종의 꽃등심을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꽃등심 수준의 맛은 아니라고 확언할 수 있다. ‘콩으로 만든 버거킹’이 좀더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임파서블 푸드가 육류 맛을 따라할 수 있던 비결은 ‘헴(Heme, 유기철분)’단백질에 있다. 임파서블 푸드는 고기의 주된 맛을 헴이라는 성분이 낸다고 봤다. 콩 뿌리 혹에서 헴을 추출하고, 유전자조작과 이스트 발효 기술을 사용해 식물에서 자연적으로 추출한 헴 단백질인 콩 레그헤모글로빈을 생산했다. 그 덕에 고기의 풍미와 소고기처럼 붉은 빛을 낼 수 있었다. 밀 단백질, 감자 단백질 등으로 씹는 식감을 냈고, 코코넛 오일로는 육즙을 구현했다. 임파서블 버거 2.0의 주재료는 밀에서 콩으로 바뀌었다. 기존 조리법보다 나트륨은 30% 더 적어졌다. 고소한 맛은 아마 패티를 이루는 구성요소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고기를 좋아한다. 채식의 장점도 알고, 지나친 육식의 단점도 알지만 고기 반찬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콜레스테롤은 걱정되지만 지금 당장 햄버거가 너무 먹고 싶다.


임파서블 푸드는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 들었다. 임파서블 푸드에 따르면 임파서블 버거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육식을 즐기는 소비자다. 채식을 전혀 생각지 않았던 이들, 그리고 채식은 무조건 맛이 없다고 여기던 이들에게 새로운 채식의 세계를 열어준 셈이다. 그만큼 ‘고기 맛’을 잘 흉내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채식주의자는 윤리적인 이유로 동물성 제품의 섭취 또는 사용을 지양한다. 이들은 동물을 고통스럽게 도살하고, 사람을 위해 동물을 착취하는 일체의 행위를 거부한다. 임파서블 버거를 지지하는 채식주의자도 있지만 일부 채식주의자는 임파서블 버거가 ‘피’를 재연했다는 데서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패티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동물 실험을 했다는 점도 채식주의자에게는 달갑지 않은 정보다.

임파서블 버거를 둘러싼 논란


2016년 임파서블 푸드가 1세대 임파서블 버거를 출시한 당시 FDA는 패티에 대해 “먹을 수는 있지만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다”라는 소견을 밝혔다. 판매가 중단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임파서블 푸드는 패티의 안전성을 입증한 1천여장의 자료를 추가로 제출했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FDA로부터 ‘이의 없음’ 서신을 받았다.

환경보호단체들은 헴이 유전자변형 효모로 만들어진 성분이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헴이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농업식품 운동가 다나 펄스는 <와이어드>에 “FDA의 구식 규제 과정은 임파서블 푸드의 유전자 조작 헴과 같은 새로운 유전자 공학의 응용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지 적절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관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와이어드>는 “유전자조작 식품이 위험하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몇몇 운동가들이 아직 입증되지 않은 잠재적인 안전 문제에 GMO와 헴을 연결 지으면서 논란이 확대됐다”라며 “붉은 고기와 암의 연관성을 찾는 연구는 많으나 헴과 암 사이의 연관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홍콩에 진출한 임파서블 푸드의 목표는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것. 지금은 소고기 패티만 만들고 있지만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패티도 만들 계획이다. CES는 한 해의 트렌드를 미리 내다보는 전시회라고들 말한다. 임파서블 푸드를 비롯한 대체육류 개발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잘 나갈수록 관련 스타트업도 늘어나게 될 거다. 2019년은 ‘대체육류’와 조금 더 가까워지는 한 해가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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