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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의 미래, 콘텐츠와 상상력에 달렸다"

조회수 2019. 1. 21. 09: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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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라이너스 테크팁스' 운영자 라이너스 세바스티안 인터뷰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이제 엄연히 하나의 미디어이자 그 자체로 전문성을 가진 하나의 직업입니다. 최근 국내외 미디어 이벤트에서는 유명한 제작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마치 연예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지난 11월, 유튜브 채널 ‘라이너스 테크팁스(Linus Tech Tips)’를 운영하는 라이너스 세바스티안(Linus Sebastian)을 만났습니다. 그는 IT 유튜브 크리에이터 중에서도 PC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인물로 유명합니다. 여전히 그의 콘텐츠는 PC가 중심에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스마트폰이나 TV, 심지어 빠르게 이동하는 하이퍼루프나 차세대 컴퓨팅 기술로 꼽히는 양자컴퓨터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더 넓은 테크 영역으로 눈을 넓힌 셈이지요. 새로운 기술에 가장 가까이 있는 콘텐츠 제작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술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늘 만나고 싶었던 유튜브 크리에이터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 유튜브 ‘라이너스 테크팁스’ 운영자 라이너스 세바스티안

“제품 발표회나 기자간담회 등을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시연들을 똑같이 봐야 하고, 마케팅이나 홍보 측면의 메시지가 많이 담기기 때문이에요. 직접 만져보고 여러가지 경험을 해보는 것이 제가 원하는 콘텐츠에 더 다가가기 쉬운 방법입니다. 물론 홍보 담당자들과 만나는 것도 즐겁기는 하지만 역시 기술을 다루는 엔지니어들과 대화를 나누는 걸 좋아합니다.”


라이너스가 한국을 찾은 것은 새로운 디스플레이 연구소 견학 때문입니다. 그가 어떤 소재를 유튜브에 올릴지 판단하는 기준이 ‘기술’에 있다는 점도 공감되는 부분입니다. 잘 포장된 결과물보다 얼마나 기술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느냐가 기준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최근의 관심사는 연구소나 공장을 직접 방문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LG디스플레이의 투명 OLED를 비롯해 새로운 디스플레이와 관련된 기술을 보러 캐나다에서 12시간을 날아왔습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OLED를 비롯한 디스플레이에 대한 내용으로 흘렀습니다. 그의 유튜브 채널을 보다 보면 디스플레이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그것도 ‘유쾌하게’ 활용하는 이야기가 꽤 많이 있습니다. 투명 OLED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스튜디오에 큼직한 월페이퍼 TV를 달아 창문처럼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는 영상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투명 OLED는 꽤 오랫동안 이야기된 기술이기도 합니다. LG디스플레이가 라이너스 테크팁스에 이를 공개했다는 건, 이제 기술을 넘어 OLED를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상품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를 유튜브 채널에 올리고 구독자들과 공유한다는 것은 그 기술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을 만큼 완성됐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콘텐츠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지요. 투명 OLED 디스플레이를 설계한 담당자를 직접 만났고, 실제로 투명 OLED 디스플레이의 원리와 회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 하나로도 한국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투명 OLED는 OLED의 반도체 특성을 잘 살린 디스플레이 중 하나입니다. 꺼져 있을 때는 유리창처럼 투명하지만 전원을 켜면 익숙한 화면이 나오는 방식이죠. OLED는 백라이트 없이 각 픽셀이 직접 색과 빛을 내기 때문에, 픽셀을 이루는 소자를 작게 만들어 유리에 붙이면 곧 투명한 디스플레이가 됩니다. 물론, 말처럼 쉽기만 한 기술은 아닙니다. 회로를 투명하게 숨기고 이를 유리에 잘 붙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 투명 OLED를 체험 중인 라이너스

“투명 OLED로 게임 화면을 보니, 창문을 통해 비가 내리는 것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화면 밝기에 따라서 디스플레이 너머에 있는 게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기도 했는데 그게 모두 투명한 유리 안에서 일어난다는 게 멋지더군요. OLED의 기술적 특성을 바로 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라이너스는 투명 OLED는 화면이 비치는 것 외에 모든 것이 일반 OLED 화면과 똑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화려한 색감과 빠른 반응 속도 등 OLED의 장점을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도 색을 표현하지 않는 부분만 투명하게 할 수 있는 겁니다. 게임용 디스플레이로서의 특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라이너스의 설명입니다.


문득 투명 디스플레이가 왜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최근에는 ‘휘는’ 단계를 넘어 ‘접거나 말아 쓰는’ 디스플레이까지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 역시 ‘디스플레이를, 또 스마트폰을 왜 접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적절한 답을 내야 하는 것이 제품의 가치를 결정하게 될 겁니다. 라이너스 테크팁스가 생각하는 디스플레이의 미래와도 연결 지을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요즘 스마트 냉장고의 역할 중 하나가 문을 열지 않아도 내부를 보여주는 것인데요. 투명 디스플레이를 쓰면 냉장고에 효과적으로 정보를 띄우면서도 냉장고 속도 훤히 비춰줄 수 있을 겁니다. 카메라로 비춰보는 것과 직접 속을 보는 것의 차이는 분명할 겁니다. 투명 OLED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 투명 OLED로 게임을 해보기도 했다. 비치는 것 외의 모든 부분이 OLED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형태의 디스플레이는 상상력을 요구합니다. 라이너스가 이야기한 투명 냉장고가 그런 예가 되겠지요. 엔지니어 입장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은 많겠지만 기술은 발전하고 있고, 우리가 기술이 어떻게 적용될지 상상해보는 것은 자유니까요. 두 사람이 투명 디스플레이를 마주보면서 서로의 진행을 읽으며 게임을 하는 모습도 떠올려볼 수 있는 그림입니다. 화면을 꺼 두면 유리 그대로의 특성대로 투명하니까 공간 곳곳에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할 수도 있겠죠. 기술적으로 많은 요소가 필요하고 우수성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지만 분명 당장은 값이 꽤나 비쌀 겁니다.


“물론 가격은 중요한 부분입니다. 기술의 비용이 낮아지면 결국 투명 디스플레이는 공간을 절약하기도 하고, 공간을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안 될 것 같다고요? 10년 뒤면 아주 합리적인 가격에 실용화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설령 가격이 당장 싸지지 않는다고 제품을 못 만들 이유도 없습니다. OLED와 투명함이 결합되는 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다면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겠죠.”


맥주잔에 투명 디스플레이를 두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당장은 허황돼 보이지만, 맥주잔에 디스플레이가 더해지는 게 전혀 필요 없는 일도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맥주를 몇 잔 마셨는지 보여주거나 계산서를 띄울 수도 있고, 간단한 술자리 게임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다못해 화면에 광고라도 못 띄울까요.


“비쌀 거라고요? 5천 달러짜리 신발도 사는데 5천 달러짜리 맥주잔 못 팔 이유도 없지 않나요? 그리고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와 활용도가 달라질 수 있어요. 디스플레이를 새로 만든다는 생각보다 유리를 대체해서 누구든, 또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면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나올 거예요.”

| 라이너스 세바스티안

우리는 아직까지 네모반듯한 디스플레이에 익숙해 있습니다. 라이너스 테크팁스가 디스플레이에 기대하는, 또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요? 그는 밝은 곳과 어두운 부분을 더 잘 표현하는 것을 우선으로 꼽았습니다.


“디지털 사이니지처럼 더 밝은 디스플레이를 원하는 수요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밤에 불 꺼놓고 영화를 보는 것을 즐기다 보니,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더 어두우면서도 색을 세세하게 표현해주는 디스플레이가 필요합니다. 돌비 비전이나 HDR10 등 HDR 영상과 어두운 곳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데에는 OLED 디스플레이가 최적이지요.”


색과 밝기를 더 넓게 담아주는 HDR은 곧 디스플레이의 성능 뿐 아니라 콘텐츠와도 연결됩니다. 영상이 얼마나 색을 잘 담아내느냐에 대한 문제이죠. 라이너스는 최근 색을 더 넓게 표현하는 HDR 콘텐츠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더 좋은 콘텐츠는 디스플레이의 성능을 끌어내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HDR은 색이나 밝기, 대비 등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영상 제작자들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HDR 영상 제작이 생각처럼 간단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기기의 발전 만큼이나 그 안에서 보여질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콘텐츠 생태계가 자리를 잡으면 다시 OLED를 비롯해 더 나은 기술의 디스플레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겠지요.


하드웨어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콘텐츠로 마무리됐습니다. 해상도나 밝기같은 부분이 아니라 결국 디스플레이가 가야 할 방향은 콘텐츠를 더 잘 담아내는 데 있습니다. 투명하거나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 밝고 많은 색을 표현하는 화면 역시 그 화면이 잘 맞는 환경과 콘텐츠에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OLED TV가 대중화되면서 하드웨어에 대한 기술은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준비는 차곡차곡 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다음 숙제는 준비된 하드웨어를 어떻게 쓸지에 대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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