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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 대화의 전제 조건, ‘구글 홈 미니’

말귀는 잘 알아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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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 작성일자2018.11.10. | 639 읽음
낯선 이와의 대화는 힘들다.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스피커와의 대화도 그렇다.

인간은 도구를 더 잘 쓰기 위해 마침내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개발했다. 인간이 기계를 학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계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도록 했다. 하지만 기계에게 말을 건네는 건 낯선 경험이다. 새로운 경험은 효용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관성에 의해 폐기된다. 인간은 익숙함에 잘 속는다. 가능성의 영역은 아직 영화나 만화 밖 현실이 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아직 배울 게 많다”며 내 말귀도 잘 못 알아먹는 AI 스피커를 이 각박한 세상에 붙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

| 구글의 보급형 AI 스피커 ‘구글 홈 미니’

많은 테크 기업들이 AI 비서와의 대화를 일상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 구역의 선두 주자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구글 홈 미니’는 시장 확장을 위한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결국 관건은 낯선 경험을 지속시킬 효용성이다. 구태여 목소리를 내게 한 만큼 만족할만한 경험을 주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말귀를 잘 알아들어야 한다. 이 점에서 구글 홈 미니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


말귀 잘 알아듣는 AI 스피커


음성인식 AI 비서를 쓸 때 가장 짜증 나는 상황은 불러도 대답이 없을 때다. 내가 자주 부르는 이름은 ‘시리’다. 하지만 연식이 오래된 ‘아이폰6S’에 탑재된 ‘시리’는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 되곤 한다. 날씨를 물어도 묵묵부답이다. 반면, 구글 홈 미니는 기본적인 사용자 경험에선 합격점이다. 내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 물론 스마트폰에 탑재된 AI 비서와 달리 AI 스피커는 오로지 듣고 답하는 일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다른 AI 스피커와 비교했을 때는 어떨까? 회사에서 쓰고 있는 네이버 ‘프렌즈’와 비교해봤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두 스피커 모두 잘 반응한다. 두 기기를 같이 거실에 설치해놓고 내 방이나 목소리가 울리는 화장실에서 불러도 잘 작동했다. 차이는 대화 사이에 소음이 끼어들었을 때 발생한다. 화장실에서 물을 틀어놓고 씻으면서 불렀을 때 두 기기 모두 호출음까지는 반응했지만, 이후에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는 건 구글 홈 미니가 더 탁월했다. 바쁜 아침 출근 시간, 머리에 물을 끼얹으며 “지금 몇 시야”라고 묻는 다급한 질문에 대해 샐리는 초록 불을 켜고 묵묵히 들어주기만 했지만, 오케이 구글은 출근이 계획대로 되고 있음을 확인해줬다.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면서 날씨를 물어도 구글 홈 미니는 찰떡같이 답해줬다. 대개의 AI 스피커가 호출음으로 부르면 알아들었다는 알림음을 내는 방면, 구글 홈 미니는 기본 설정이 알림음을 내지 않게 돼 있다. 그만큼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는 자신감으로 보인다.

| 네이버 ‘프렌즈’와 ‘구글 홈 미니’

물론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지거나 소음이 심할 경우 못 알아듣는 상황도 벌어진다. 구글 홈 미니로 음악을 최대 크기로 틀어놓고 오케이 구글을 불렀을 땐 코앞에서 말해야 반응해줬다. 외부 소음이 아닌 기기 자체에서 나는 음악 소리 때문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가격을 덜어내다 보니 구글 홈 미니의 스피커는 모노 채널로 제공된다. 음질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수준이다. 다행히 최대 출력에서 음이 갈라지는 현상은 없었다. 음악 서비스는 벅스뮤직과 유튜브 프리미엄 중에 선택할 수 있다.


‘가성비’의 비결은 기술력


구글 홈 미니에 들어가는 마이크는 2개다. 스마트폰에도 마이크가 4개나 들어가는 시대에 AI 스피커치곤 적은 개수다. 하지만 구글 홈 미니는 태생의 한계를 극복했다. 구글이 자랑하는 머신러닝 기술로 소음과 사용자 음성을 구분하도록 학습하는 등 적은 마이크 개수로도 목소리를 잘 인식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구글 홈 미니의 경쟁력은 구글의 기술력에 있다.

| 내장 배터리가 없기 때문에 전원 선 연결 없이 쓸 수 없다.

기술력 차이가 가장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부분은 ‘화자 인식’ 기술이다. 나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구분해주는 기능이다. 화자 인식 기술은 스마트 스피커에 있어서 중요한 기술로 꼽힌다. 스마트 스피커는 개인화된 서비스를 지향하지만, 집이라는 공간 특성상 여러 명의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게 돼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있다. 다른 가족 구성원이 일정을 비롯해 내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홈 미니는 최대 6명의 목소리를 인식할 수 있다. 각각의 목소리 주인에게 맞는 일정과 음악 목록, 통근 시간 등을 제공해준다. 물론 구글맵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 한국에서 통근 시간 기능은 무용지물이다.


아직 국내 AI 스피커들은 화자 인식 기능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미니가 지난 10월부터 화자 인식 기능 ‘보이스프로필’ 베타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아직 개인화된 서비스는 제공하지 못하고 이름과 나이를 확인해주는 수준이다. 그나마도 1명만 등록할 수 있다. 네이버나 SK텔레콤, KT 등은 내년 초까지 화자 인식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구글은 ‘보이스 매치’ 기능을 지난해 4월 선보였다.

| 튀지 않는 디자인 덕분에 집 안 어디에나 어울린다.

이 밖에도 구글 홈은 2가지 언어를 한 번에 인식할 수 있는 ‘다중언어’ 모드를 지원한다. 대부분의 AI 스피커는 설정에서 선택한 언어 한 가지만 알아듣는다. 반면 구글 홈 미니는 한국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 미리 2가지 언어를 선택하면 사용자가 말하는 언어를 인식해 해당 언어로 답변한다. 영어 공부를 하기에 좋을 거 같은 기능이지만, 실생활에서 효용성은 느끼기 어렵다. 가끔 영어 질문에 더 나은 답변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구글 검색 기반인 만큼 영어권 DB가 더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 아이폰에서도 ‘구글 홈 미니’를 설정하고 제어할 수 있다.


문제는 한국 시장에서의 생태계 확대


구글 홈 미니의 활용성은 구글의 생태계 안에서 극대화된다. 지메일, 검색, 구글 캘린더, 구글 포토, 구글 번역 등 구글 서비스와 연동되는 건 물론이고, 구글 하드웨어 기기와의 연동성도 높다. 크롬캐스트가 있다면 TV로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서 원하는 영상을 음성으로 검색해볼 수 있고, HDMI-CEC를 지원하는 TV는 전원을 켜거나 끌 수도 있다. 또 구글 홈 스피커를 여러 대 사용할 경우 연동해서 쓸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구글 어시스턴트를 호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출 수 있는 셈이다. 또 여러 대의 스피커에 동시에 같은 음악을 재생하는 ‘멀티룸 모드’, 집 안에 있는 모든 구글 홈에 메시지를 송출하는 ‘방송’ 등의 기능을 갖췄다.

| 터치 조작을 통해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한국 시장에 맞는 서비스다. 기존에 구글 홈이 갖춘 기능도 온전히 다 쓸 수 없다. 예를 들어 교통 정보나 이동 시간을 물어볼 수 있는 교통 기능의 경우 한국에서 구글맵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활용하기 어렵다. 장소를 검색하는 기능도 마찬가지다. 또 음성 명령으로 주문하는 쇼핑 기능도 제공되지 않는다. 라디오 듣기와 ‘기억하기’ 기능도 한국어로는 지원되지 않는다. 기억하기 기능은 예를 들어 “오케이 구글, 집 열쇠가 싱크대 옆 서랍에 있다는 걸 기억해줘”라고 말해놓고 나중에 집 열쇠 어디 있냐고 물어보면 답해주는 신통방통한 기능이다. 또 국내 AI 스피커들이 유아용 콘텐츠에 집중하는 반면, 구글 홈에는 그 흔한 동화책 콘텐츠도 없다.


아예 현지화된 콘텐츠가 없는 건 아니다. 시원스쿨 같은 교육 서비스도 제공하며, 연합뉴스, MBC, SBS, YTN에서 제공하는 음성 뉴스도 이용할 수 있다. 또 인터파크를 통해 국내선 항공권도 검색할 수 있고 만개의 레시피를 통해 레시피, 망고플레이트를 통해 맛집 검색 및 추천 기능도 제공한다. 하지만 다른 국내 AI 스피커와 비교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구글 홈이 구글 매니아가 아닌 더 넓은 국내 소비자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서 보강해야 할 부분이다.

| ‘구글 홈 미니’ 구성품

AI 스피커는 아직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사실 AI 스피커로 할 수 있는 일은 뻔하다. 손가락으로 검색하기엔 사소하고 귀찮은, 예를 들어 TV 드라마 속 배우 나이 같은 것들을 물어보고, 음악을 틀어달라고 요청하고, 집 안에 몇 안 되는 IoT 가전을 목소리로 제어하는 식이다. 모든 스마트 스피커가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때 중요한 점은 이 과정에서 매끄러운 경험을 주는지다. 구글 홈 미니는 구글다운 기술력으로 낮은 스펙으로도 제법 괜찮은 경험을 제공해준다. 적어도 말귀는 잘 알아듣는다는 점에서 낯선 AI 스피커와 대화의 전제 조건은 충족시킨다.

장점

  • 구글의 기술력(말귀 잘 알아들음, 보이스 매칭) 
  • 구글 생태계 안에 있다면 충분히 매력적(크롬캐스트 연동 등)
  • 다양한 IoT 기기와의 연동 
  • 집 안 어디에서도 모나지 않는 깔끔한 디자인

단점

  • 한국에서의 좁은 생태계(쇼핑 지원 좀?) 
  • 고양이가 물어뜯기 쉬운 디자인 
  • 휴대용인 척 하지만 배터리가 없음
     

추천 대상 

대화가 필요한 혼자 사는 자취생 또는 귀차니즘이 체화된 ‘핑프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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