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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광고 부풀리기’가 터뜨린 비극

비디오, 비디오, 비디오를 외치던 페이스북.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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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페이스북 광고 부풀리기 논란과 관련해 이성규 메디아티 미디어 테크랩장이 글을 기고했습니다._편집자


올해(2018년) 2월 복스 미디어는 전체 직원의 5% 규모인 50명을 해고했다. 칼날은 주로 소셜 비디오팀을 향했다. 당시 뱅크오프 CEO는 정리해고 배경에 대해 “지난 몇 달 간 산업의 환경이 변화했고, 우리의 장기 예산 계획을 수립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소셜비디오 팀을 겨냥해 “투자한 만큼의 가시적인 수익이나 오디언스 성장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결과적으로 ‘비디오로 옮겨타기‘(Pivot to Video) 전략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인정한 발언이었다.

불과 6-7개월 전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 미디어 산업을 지배했다. ‘비디오 옮겨타기’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텍스트 작성 기자들을 내보내고 영상 관련 인력을 대거 충원했다. 마이크닷컴(Mic), 바이스 미디어, MTV 뉴스, 보카티브(Vocativ)가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특히 마이크닷컴은 이 전략을 위해 20명 이상의 내부 직원을 잘라내는 칼바람을 연출했다. “비주얼 저널리즘의 선두 주자가 되겠다”는 그들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말과 함께.


이런 살풍경을 직시해왔던 많은 미디어 분석가들은 저마다의 자료에 근거해 우려를 쏟아냈지만 소용은 없었다.


비디오는 대세가 됐고, 미래의 수익을 보장하는 곳간으로 이미 인식된 터였다. 언론사들은 저마다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소셜비디오 팀을 강화하기도 하고, 반대로 해체하기도 하면서 해고의 칼날을 차갑게 휘두르고 있는 형국이다.


2016년 저커버그의 선언, “앞으로 소비되는 대부분 콘텐츠는 비디오”


비디오 옮겨타기를 둘러싼 대량 해고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그 근원에 페이스북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만 한다. 이 단어가 조어된 이유도 비디오 생산에 전력투구하게 된 배경도 모두 페이스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서다.


2016년, 페이스북은 영상으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집중시키고 있었다. 영상 플랫폼의 절대강자였던 유튜브를 넘어서기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모색하던 때였다. 2014년 비디오 콘텐츠에 뷰카운트를 노출하는 기능을 추가하면서 비디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페이스북은 2015년 6월, 비디오를 뉴스피드에 더 많이 노출하도록 알고리즘을 변경했다. 그리고 2016년 2월 “앞으로 온라인에서 소비되는 대부분의 콘텐츠는 비디오가 될 것이다”라는 마크 저커버그의 신호탄과도 같은 선언이 등장하게 된다.


비디오 황금 시대를 열기 위한 페이스북의 선행 조치는 라이브 영상의 우대였다. 페이스북은 2016년 3월, 뉴스피드에서 라이브 영상을 우선 노출하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뜯어고쳤다. 페이스북 임원들도 발맞춰 “비디오, 비디오, 비디오”를 공개석상에서 언급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콘텐츠 소비의 중심은 비디오이며, 이를 외면할 경우 당장 수익을 놓칠 수도 있다는 위험 신호를 내보냈다.


시장 분석도 이를 뒷받침했다. 2015년 발표된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의 자료를 보면, 모바일 비디오 광고 시장은 2016년 약 40억달러에서 2019년 약 70억달러로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페이스북으로서는 새로운 수익 창구로서 모바일 영상 광고를 주목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유튜브에 고스란히 내줄 이유도 없었다. 몇 년 뒤 2배 가까운 규모로 커질 시장을 놓친다면 투자자들로부터 들어야 할 원성은 상상하기도 싫었을 것이다.

모바일 광고 시장 장악을 위한 과욕


모바일 비디오 광고 시장을 독점하기 위한 페이스북의 야망은 결국 무리수를 낳았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광고 성과 지표 부풀리기다. 유튜브를 의식해 더 빠른 성장을 기대했던 페이스북은 광고주들을 유인하고 설득하기 위해 부풀린 지표를 광고주들에게 들이밀었다. 그 가운데 핵심 지표는 시청한 비디오의 평균 체류 시간(Average Duration of Video Viewed)이다.


비디오 시청 평균 체류 시간 = 사용자가 비디오를 본 총 시청 시간 / 비디오를 본 사람의 총 수


통상 ‘비디오 시청 평균 체류 시간’은 ‘총 시청 시간’을 ‘비디오를 본 사람의 수’로 나눈 방식으로 계산이 된다. 이 공식을 따르게 되면 비디오를 본 사람 당 평균 시청 시간이 도출된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2016년 당시 비디오를 본 사람의 총 수를 비디오를 3초 이상 본 사람의 수로 나누어 광고주들에게 제시했다. 분자의 총 시청 시간은 그대로인데, 분모인 비디오를 본 사람의 총수를 3초 이상만 본 사람의 수로 줄이면서, 비디오 시청 평균 체류 시간은 부풀려지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은 2016년 9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하지만 당시엔 반향을 몰고오진 못했다. 모바일 비디오가 대세라는 인식이 굳어져가던 터라 소소한 오류 정도로만 보는 시각이 적잖았다. 광고주나 언론사들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문제제기하는 곳도 많지 않았다.


때마침 페이스북도 데이비드 피셔 비즈니스 마케팅 파트너십 부사장 명의로 부풀리기를 인정하고 계측 방식을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관련 사실을 모든 광고 파트너들에게 공지하면서 “고객에게 솔직하고 정직하지 않다면, 고객과 진정한 파트너십을 맺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잠잠하던 이 사건은 2018년 소규모 광고 에이전시의 소장 변경을 통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게 됐다. 소송 과정에서 페이스북의 내부 문서를 열람했던 이들 광고 에이전시들이 당시의 부풀리기는 2015년부터 지속됐고, 부풀린 규모도 훨씬 크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심지어 “사기”라는 표현까지 거론하며 페이스북을 압박했다. 페이스북은 침묵을 지키면서도 “이미 사과를 했던 사안”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비디오, 비디오, 비디오가 과장인 이유


비디오의 콘텐츠 소비의 주력이 될 것이라는 언명은 과장된 측면이 있었다. 이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미디어 분석가인 프레데릭 필루는 2016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서 “현재의 영상 지배 현상은 사용자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 시스코, 버라이즌 같은 플랫폼 사업자나 네트워크 공급자가 유발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비디오 옮겨타기를 위해 텍스트의 종말을 운운하는 행태는 “과장”이라고까지 했다.


2016년 2월 퓨리서치 조사를 봐도 비디오 선호 현상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비록 뉴스에 한정된 조사이긴 했지만 18-49세 그룹에서는 비디오를 시청하는 방식보다 글로 뉴스를 읽는 방식을 더 선호했다. 2017년에도 유사한 흐름은 지속됐다. 시장분석 기업 허브스팟은 같은 해 3분기, 4개국 3010명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 소비 조사 결과를 통해 비디오 선호도와 텍스트형 뉴스 기사 선호도가 큰 차이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2017년은 페이스북에 의해 주도된 ‘비디오의 해’였음에도 비디오 소비 선호도는 압도적이지 않았다.


이렇듯, 비디오 소비가 압도적이라는 근거가 불분명했음에도 다수의 언론사와 광고주들은 이 흐름을 기계적으로 수용했다. 반박할 수 있는 다양한 논거들이 즐비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페이스북의 레토릭에 자사의 미래를 거는 무모함을 감행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광고 효과 메트릭스와 페이스북의 과욕


일련의 사건은 페이스북이라는 거대한 플랫폼 기업이 미디어 산업 나아가 광고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강력한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마크 저커버그의 ‘비디오 시대‘ 선언은 곧장 비디오를 우대하는 알고리즘의 변화로 현실화됐다. 광고주들은 페이스북 내 비디오 광고 지출을 확대하면서 언론사들을 유인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광고 수익에 배고팠던 언론사들은 페이스북의 신호를 적극 수용하면서 비디오 관련 직원을 대거 채용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모바일 비디오를 통한 수익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복스 미디어는 성과를 달성하지 못해 조직 규모를 축소해야만 했다. 지금도 투자 대비 효과가 적어 감원을 검토하는 언론사들은 늘어나는 상황이다.


반면 비디오 시장의 인위적 부양을 꾀했던 페이스북은 그들만의 잔치를 즐겼다. 2017년 399억달러의 광고 매출을 달성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49%나 성장한 규모다. 페이스북은 돈을 얻었고, 모바일 비디오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앗아왔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시장의 신뢰를 대가로 헌납했다.

플랫폼 의존성의 위험과 광고 지표 부풀리기


플랫폼 의존성의 폐해는 날이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페이스북을 위시한 플랫폼 사업자들은 그들의 수익 전략을 위해 지표를 부풀릴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이미 페이스북은 시장의 신뢰를 갉아먹는 행태를 몇 차례 반복해왔다.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사태뿐 아니라 최근 홈 비디오 디바이스 ‘포털’의 개인정보 정책 변경 사례까지. 수익을 위해서라면 약속과 신뢰를 저버리는 선택도 마다하지 않는 ‘악한 자본‘의 속살을 드러내왔다. 지속적 성장과 투자자의 이익 앞에 장사는 없다지만 그것이 불러올 비극에 대해서 무책임하게 일관하고 있다.


지금도 언론사들과 광고주들은 페이스북 알고리즘만 바라보며 이들의 전략에 또다시 편승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앞날이 장밋빛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길을 걷고 있다. 플랫폼의 전략에 휘둘리는 미래가 결코 밝지 않다는 명제를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더욱 비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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