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6S'에 'iOS12' 올려보니

조회수 2018. 9. 27. 08: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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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이폰과 새 운영체제가 나왔다. 구형 아이폰 사용자도 iOS12로 업데이트해도 되는 걸까?

‘아이폰6S’를 사용 중이다. 할부는 끝났다. 인내심 테스트가 시작됐다. 카메라 앱이 버벅거린다. 키보드는 내 타자 속도를 따라가질 못한다. 멀티태스킹은 사치가 된지 오래다. 그리고 가을이 왔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을 찌우고, 아이폰 사용자는 고민에 빠지는 계절이다. 새 아이폰과 새 운영체제가 나오기 때문이다. 


가격은 높고, 애플은 살을 찌우고, 아이폰 사용자는 다시 고민에 빠진다. 통장 잔액을 확인한 후 새 아이폰은 선택지에서 보류한다. 고민은 좁혀진다. iOS 업데이트를 하느냐, 마느냐.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번 ‘iOS12’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구형 아이폰 사용자에게 최신 iOS 업데이트는 도박에 가깝다.

새롭게 추가되는 기능들이 최신 아이폰의 성능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업데이트가 지원되는 기종이더라도 최적화가 덜 된 탓에 오히려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최신 아이폰에 초점이 맞춰진 새 운영체제는 과거를 그리게 한다. 대개의 아이폰은 해당 아이폰이 발매된 시기의 iOS와 영광의 시절을 함께한다. 업데이트 지원 대상에 들었다는 건 성능 향상의 기대보단 ‘애플이 아직 우릴 잊지 않았구나’하고 안도하게 할 뿐이다. iOS12가 달라진 점은 구형 아이폰의 성능 개선에 신경 썼다는 점이다.

iOS12는 겉으로 보기에 큰 변화가 없다. UX·UI 디자인은 iOS11과 거의 동일하다. iOS12는 새롭고 화려한 기능보다 속도와 반응성 개선에 초점을 뒀다. 애플은 지난 6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iOS12를 공개하며 구형 아이폰 및 아이패드에서 iOS를 빠르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부문 수석부사장은 ‘아이폰6 플러스’를 기준으로 iOS12를 테스트한 결과, 카메라 실행은 최대 70% 빨라졌으며 키보드는 50% 빠르게 나타나며 타이핑 반응도 좋아졌고 밝혔다. 또 기기에서 많은 작업을 수행하고 있을 때 앱 실행 속도는 최대 2배 빨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 당신이 보유한 아이폰의 영광의 시대는 iOS 버전 몇이었나. (사진=슬램덩크)

실제로 아이폰6S에 iOS12를 업데이트해보니 반응성이 개선된 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버벅거림이 덜했다. 환골탈태 수준으로 엄청난 변화는 아니지만, 분명 빠릿해지고 좀 더 안정된 성능을 내는 느낌이다. 이게 단순히 느낌적 느낌인지, 실제로 성능 개선 효과가 있는 건지 확인해보기 위해 애플이 공언한 부분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전문 장비가 아닌 스톱워치와 손으로 앱의 실행 속도를 측정하다 보니 수치의 정확도는 담보할 수 없다. 하지만 성능 변화의 정도는 대략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선 카메라 앱 실행 속도는 iOS11과 비교했을 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빨라졌다. iOS12 이전 마지막 버전인 iOS11.4.1에서 카메라 앱을 실행했을 때 검은색 앱 실행화면을 지나 세상을 비추기까지 짧게는 약 0.7초 후반에서 길게는 1초가 넘게 걸렸다. 수차례 테스트해 본 결과 평균적으로 0.8초대의 시간이 걸렸다. 반면, iOS12에서는 약 0.6초 걸렸다. 살짝 검은 화면이 보이고 바로 카메라가 실행되는 수준이다. 이제 카메라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를 일은 줄어들 것 같다.

| ‘iOS11.4.1′(왼쪽)과 ‘iOS12’의 벤치마크 점수

키보드는 메모 앱을 기준으로 측정해봤다. iOS11.4.1에서는 새 메모를 눌렀을 때 키보드가 뜨기까지 1.24초~1.38초 정도 걸렸다. iOS12에서는 0.99초에서 1.07초 정도 걸렸다. 에버노트 앱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테스트해 본 결과 iOS11.4.1에서는 1.4초,  iOS12에서는 1.07초가량 걸렸다. 약 0.3초 정도 빨라진 셈이다. 기자는 메모가 필수적인 직업군 중 하나다. 과거엔 취재 수첩을 들고 다니며 수기로 메모를 남겼지만, 최근엔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메모를 바로바로 남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노트북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말을 받아 적어야 할 때 메모 앱의 기동성이 중요하다. 메모가 중요한 직업이라면 스트레스받을 일이 줄었다는 얘기다. 키보드 반응속도도 빠른 내 손놀림을 잘 따라왔다.


벤치마크 점수는 거의 같았다. 대표적인 벤치마크 앱 ‘긱벤치4(Geekbench4)’로 CPU 점수를 측정한 결과 iOS11.4.1은 싱글코어 2530점, 멀티코어 4421점이 나왔고 iOS12는 싱글코어 2577점, 멀티코어 4519점이 찍혔다. 점수가 살짝 올랐지만, 유의미한 수준의 변화는 아니다. 프로세서가 동일한 만큼 물리적인 성능 향상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iOS12는 앱이 구동되는 환경을 개선해 시스템적인 안정성을 높인 셈이다.

문제는 배터리다. iOS는 전통적으로 메이저 업데이트 직후 배터리 소모량이 더 빨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iOS12도 배터리 소모가 빨라졌다는 후기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 소모는 사용자 환경에 따라 다르고, 추후 OS 안정화 과정에서 개선될 여지가 있는 만큼 배터리 문제로 업데이트를 미루기엔 iOS12의 장점이 더 크다. 성능 개선 외에도 아이폰 내에서 일어났던 모든 활동 기록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스크린타임’, AI 비서 ‘시리’를 사용자 입맛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단축어’ 기능, 잠금화면 알림과 방해금지 모드의 편의성 개선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됐다.


구형 기종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은 애플의 장점 중 하나다. 이번 iOS12는 5년 전 출시된 ‘아이폰5S’ 이상의 기종을 지원한다.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보다 애플이 우위에 있는 부분이다. 이제는 단순히 폭넓은 지원을 넘어 구형폰도 최신 OS에서 성능이 개선된다는 점을 보여줬다. 애플이 구형 아이폰에 대한 지원을 더 강화한 이유는 일련의 사건과 애플의 사업 방향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지난 연말 ‘배터리게이트’ 논란을 겪었다. 배터리가 노후화된 아이폰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낮춰 최신 아이폰 구매를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애플은 갑자기 아이폰이 꺼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프로세스 성능에 제한을 뒀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아직 각국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번 iOS12의 구형 아이폰 성능 개선은 배터리게이트의 연장선에 놓고 볼 수 있다. 구형 아이폰을 더 오래 쓸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개선해 자신들의 사과에 진정성을 높여 고객을 유지 및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또 애플이 스마트폰 판매량 확대보다 서비스 생태계 확장을 장기적인 사업 전략으로 가져가고 있다는 점도 이번 iOS12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전세계적인 스마트폰 시장 포화 상태에서 스마트폰에 국한되지 않는 확장된 애플 생태계는 이점을 갖는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량이 목표가 아닌 애플워치, 아이클라우드, 애플뮤직, 홈팟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확장된 생태계에 사람들을 가두는 걸 장기전략으로 가져가고 있다. 애플은 지난 7월 미국 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아이클라우드, 애플 뮤직 및 앱스토어를 포함한 ‘서비스’ 사업에서 95억4천만달러(약 10조694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iOS12 업데이트는 장기적으로 사용자를 계속해서 애플 생태계에 머물게 할 가능성을 높인다. 아이폰6S를 사용하는 내가 애플의 서비스를 사용하며 여전히 애플 매출에 기여하고 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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