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리뷰를 떠나는 '리뷰왕 김리뷰'가 남긴 것들

조회수 2018. 7. 16.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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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뷰 인터뷰
콘텐츠로 먹고 살려면 우선 독자를 모아야 한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독자 스스로 지갑을 여는 일은 흔치 않다. 돈을 지불하는 건 대개 기업의 몫이다. 기업은 구경꾼이 있는 곳에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한다. 시장은 그렇게 굴러간다. 자극적인 콘텐츠로 눈길을 끌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리뷰왕 김리뷰’ 운영자 ‘김리뷰(필명)’는 46만2천여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홈런볼과 홈런볼 번들 상품 안에 각각 들어있는 홈런볼 개수를 비교하는 콘텐츠로 시작해 서울 지하철 2호선, 대구광역시, 허니버터칩 등 일상적인 소재에 감상평을 덧붙여 호응을 얻었다. 그 덕에 한동안 페이스북에서는 카드뉴스 템플릿이 유행하기도 했다.

김리뷰는 콘텐츠 제작자로 활동하면서, 수년간 모바일 콘텐츠 창작자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그랬던 그가 최근 ‘콘텐츠 포기’를 선언했다. 지난 11일 김리뷰를 만나 지금까지 시도했던 콘텐츠 실험과 그 이후에 대한 소회를 들었다.

김리뷰가 김리뷰를 떠나는 이유

페이스북에 ‘콘텐츠를 포기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댓글이 많이 달렸다. 


= 일단 놀랐다. 이런 표현이 적절할지는 모르겠는데 ‘핫’했지 않나. 그 좋아요 수는 2015년 김리뷰에게는 당연했지만 2017년 이후로는 보기 힘든 숫자였다. ‘사람들이 나한테 이렇게 관심이 많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분들은 확실히 우울해 했던 것 같다.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다. 내 입장에서는 시도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그걸 알게 모르게 다들 보고 있었구나, 싶었다.

거창하게 썼을 뿐이지, ‘미제사건 갤러리’라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었고 ‘리뷰왕 김리뷰’로 넘어온 것처럼 내 입장에서는 새로운 글과 콘텐츠로 가야 하는 시기가 온 거다. 오래 전부터 SNS에 내가 올리는 콘텐츠에 대해 흥미 자체가 떨어졌고 하고 싶었던 것에서 리뷰가 멀어진 지 꽤 됐다. 이제 필명도 바꿀 예정이다.

‘기존의 콘텐츠’를 포기한다고 했다. ‘팔릴 것 같은 책’은 안 쓰겠다고 했다. ‘팔리는 콘텐츠’란 뭘까?


= 수익화할 수 있는 콘텐츠는 명백하게 정해져 있다. 예를 들면 음식, 여행, 뷰티, 연애. 이런 콘텐츠는 목적성이 명확하고 커머스와 연결되기 쉽다. 사실 그런 콘텐츠만 하고 싶지는 않지 않나. 어떤 분야에 한정되고 싶지 않은데, 그 동안 돈을 벌 수 있었던 건 글로 번 게 아니고 글의 형태가 수익화하기 가장 쉬운 콘텐츠인 리뷰여서 돈을 번 것이다.


잘 팔린다는 건 객관적이다. 순수 창작물로 띄운다는 건 판타지다. 과거 김리뷰는 포맷이 신선했다. 리뷰어니까 대세가 될 만한 걸 다루고, 인구에 회자되는 요소들을 빼 와서 풀기만 하면 잘 팔리는 콘텐츠가 됐다.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말을 대신해주면 된다. 그게 어떻게 보면 잘 팔리는 콘텐츠다. 2018년으로 치면 월드컵을 소재로 장현수 선수, 신태용 감독을 욕하는 거다. 그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고 싶지 않은 거다.

지난해 ‘리얼’이라는 영화가 사람들한테 개봉 전부터 이슈가 됐다. 반응이 보장된 영화였다. 보고 싶지 않았는데 보고 리뷰를 했고 도달이 100만 가까이 나왔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원하는 리뷰를 뽑았지만 억지로 영화를 봤고 재미도 없었다. 정말 생각한 대로 되니까 스스로 오만해지는 듯했다.


내가 뜰 것 같다는 걸 만져서 그게 실제로 뜨는 게 기분이 별로였다. 진정성에 감응해서 사람들이 내 글을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내 글과 콘텐츠가 뜬 데 구조적인 이유가 있었다는 느낌이었다.


콘텐츠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이 대중을 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중은 바보고 숫자로 이걸 조종할 수 있다는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진정성으로 하면 따라온다는 관점이다. 나는 후자라고 생각하고 생각해왔고 앞으로도 생각하고 싶다. 사람들한테 바보라고 하면 내 얼굴에 침 뱉기다. 그러니 사람들을 바보 만드는 글을 쓰고 싶지 않은 거다. 나 자신이 좀더 제대로 된 걸 보여주고 싶다.

활동 초반 김리뷰는 SNS에 딱 맞는 형태의 ‘카드뉴스’ 콘텐츠로 인기를 얻었다. 지금의 SNS에는 영상이 더 잘 맞지 않나. 왜 콘텐츠를 글로 풀어내려 하는 걸까.


= 사실 나는 카드뉴스를 포토샵으로 만든다. 다들 PPT로 만드는 줄 알더라. 그 퀄리티를 왜 포토샵으로 작업하냐고 묻는다. 내 콘텐츠 만드는 역량이 그 정도라서 그렇다.


콘텐츠로 먹고 살고 싶어서 영상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광고왕 김광고’를 하면서 광고 외주를 일주일에 한두 개씩 받아서 만들기도 했는데 그때 간단한 프리미어 편집은 내 기준에서 통달했다. 하지만 영상은 글과는 또 다르다. 유튜브를 잠깐 했을 때 ‘우리 리뷰는 천상 글쟁이네^^’라는 댓글에 충격을 받고 그만뒀다. 시프트 키에 6, 6은 정말….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다리 찢어지듯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능력의 부재도 있고, 중2병 같기도 한데 글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믿음도 있다.

콘텐츠 플랫폼 실험이 남긴 것들


수십만 팔로워가 있어도, 기업이 돈을 대지 않으면 온라인에 올린 글은 지갑을 채워주지 못했다. 책 인세나 잡지 연재 등의 원고료가 김리뷰의 주수익이었다.김리뷰는 모바일 콘텐츠에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는 시스템을 궁리한 끝에 지난 2015년 ‘리뷰공화국’이라는 카페를 개설했다. ‘좋은’ 콘텐츠가 보상받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게 목표였다. 회원들이 올린 리뷰 콘텐츠 중 몇 개를 선정해 리뷰 게시물은 10~20만원의 원고료를 줬다. 실험은 한 달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회원들이 ‘김리뷰가 보기에 좋은 콘텐츠’를 학습해 내놓으면서 의도가 변질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리뷰는 2016년 아예 스타트업을 차리고 ‘리뷰리퍼블릭’이라는 사이트를 런칭했다. 모바일 콘텐츠로 돈을 벌 수 있는 판을 짜려는 시도였다. 수익모델도 전보다 체계적으로 설계했다. 콘텐츠 보상으로 가상화폐인 ‘닷’을 주고, 플랫폼이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하는 ‘콘텐츠 파트너십’, 신뢰도를 소모하는 네이티브 애드의 단점을 보완하는 ‘퍼블릭 네이티브 애드’ 등의 개념을 구상했다. 그 시도도 결국은 실패했다.

콘텐츠 플랫폼을 직접 만들었는데, 그 안에서 고민하고 막혔던 지점은 무엇이었나.


= 콘텐츠 품질을 객관화하는 방법을 많이 고민했다. 보통은 좋아요 개수, 조회수, 링크 전환율, 댓글수, 공유수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글의 품질은 숫자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네이버 메인, 다음 메인에 걸리면 글이 별로여도 어느 정도의 반응이 따라오고 좋은 글이라도 중소 플랫폼에 올라오면 묻히기 쉽다. 유통만 잘 되면 된다. 상품과 똑같다.


그런데 막상 플랫폼을 만들고 객관적 기준을 설정해서 보상을 나눠주려고 하니 수치 이외에 볼 수 있는 게 없었다. 글을 읽는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책정하기 어려웠고, 올라오는 글을 전부 보면서 주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도 없었다. 기준 설정의 모호함으로 수익화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게 회사가 망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리뷰리퍼블릭에서 했던 시도는 토큰 이코노미 시스템처럼 닷을 주고, 보상으로 활동케 한다. 블록체인 플랫폼 ‘스팀잇’과도 비슷하다. 지금의 스팀잇이 당시 구상했던 그림인지도 모르겠다.


= 그렇다. 스팀잇이 비슷하긴 한데 스팀잇은 블록체인 플랫폼에 게시판을 얹은 느낌이 더 강한 것 같다. 글 한 편 쓰고 흥미가 떨어졌다.


스팀잇에서 보상을 받아가려면 플랫폼을 이해해야 하고 배워야 할 게 많다. 좋은 글을 써서 수익화하고 싶다는 단순한 욕구인데 그걸 위해 블록체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필요로 한다는 게 내 입장에서는 넌센스였다. 저작권 이슈도 있고. 콘텐츠 자체에 대한 고민이 보이는 플랫폼은 아닌 듯하다.


2015년 인터뷰했던 내용과 2018년 지금 인터뷰 내용은 사실 거의 똑같다. ‘좋은’ 모바일 콘텐츠의 수익화를 계속 고민해왔지만 그 고민들은 결국 해소되지 않았다.


= 돈 벌기 참 힘들다는 걸 느꼈다. 무력감을 느낄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슬픔인 것 같다. 사람들의 시선이 이미 바뀐 거다. SNS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글을 보는 시선과 관점은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게 됐다.

여러 시도를 하기 전에는 이런 것을 플랫폼으로 바꿀 수 있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지금은 인식구조의 벽을 느낀다. 플랫폼 부재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글을 봤을 때 글의 내용을 보기 앞서서 좋아요, 공유, 댓글, 친구의 관심도를 파악하고 판단하고 읽기 시작하는 그런 것들이 결국에는 글이 수치로 밖에 수익화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느꼈던 것 같다.


잘못됐다는 생각은 없어졌다. 그냥, 그렇구나. 이게 과정일 수도 있고 결과일 수도 있다. 글을 보면서 느끼는 감동 같은 추상적이고 공상적인 감각을 가지고 가치를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게 어쩌면 더 미개한 것이고 지금이 더 체계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면, 조회수에 따라 광고 수익을 일정 수준 분배받을 수 있다. 구독자는 창작자의 수익을 지탱해준다. 콘텐츠 품질도 자연히 올라가게 된다. 밥을 먹고 쇼핑을 하고 때로는 그저 아무 말 없이 공부만 하는 평범한 일상도 유튜브에서는 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 글의 가치는 인정받기 어렵다. 글이 유통되는 플랫폼은 돈을 벌지만 작성자에게는 수익이 떨어지지 않는다. 페이스북이 대표적인 예다. 글은 오프라인으로 넘어가야 어느 정도 길이 트인다. 김리뷰의 플랫폼 실험은, 모바일 콘텐츠 중에서도 글은 온라인 상 수익화의 벽을 쉽사리 넘을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이제 김리뷰는 뭘 할까.


= 어릴 때 신춘문예 당선작을 보고 ‘죽었다 깨나도 이런 글은 못 쓴다’고 느꼈다. 글로 돈 버는 건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울 올라와서 막노동하다 취미로 인터넷에 쓴 글이 뜬금없이 터지면서 내가 쓰는 글이 어떻게 보면 나의 길을 만들어줄 수 있구나 생각했다. 지금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거다. 그래도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니까, 그게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거다.

계획해둔 방향은 없다. 시도 좋고, 수필도 좋고, 소설도 좋다. 감동, 슬픔을 넘어서 큰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 예를 들면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있을 테고, <원미동 사람들>이 있고 최근에는 <82년생 김지영>이 있다. 사회에 거대한 메시지를 던지지 않나. 텍스트가 주는 가장 위대한 힘이다. 언론과 문학이 그걸 이뤄낸다고 생각한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싶다. 그게 유튜브 스크립트가 될 수도 있는 거고, 뭐가 될지는 모른다.


앞으로 쓰는 글도 결국은 누군가에게 소비될 거고, 소비돼야 할 거다.


= 결국은 비율의 문제다. 나 자신의 비율을 늘리려고 한다. 선물 상자라고 하면 안에 있는 물건을 만드는 본질에 신경을 쓰되 포장은 열어보고 싶게 만들 수 있는 거다. 그런 것까지 타협이라고 하면 어쩔 수 없다.


마지막으로, 김리뷰의 실험은 어떤 의미를 남겼을까.


= 슬픔을 남겼다. (웃음) 전 애인한테 하는 말 같다. 뜻대로 되지 않아서 분하거나 한 건 없다. 뭐가 남았냐고 묻는다면 내가 쓴 글이 남을 거다. 지나간 것에서 굳이 의미를 찾지 않으려고 한다. 앞으로 의미를 만들려고 한다. 송곳에서 봤는데 권위에서 먼 사람일수록 권위를 동경하게 된다고 하더라. 권위와 멀기 때문에 근본이라고 하나, 근본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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