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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높였더니 ‘워라밸’이 따라왔다”

다수의 선량한 직원을 믿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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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 작성일자2018.06.28. | 98,571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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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직장인들의 화두는 일·생활 균형(Work and Life Balance, 줄여 ‘워라밸’이라고 한다)이다. 지난해 글로벌 정보분석기업 닐슨코리아가 전국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5.5%가 노동강도가 높고 고연봉인 회사와 낮은 연봉이라도 일·생활 균형을 지킬 수 있는 회사 중 일·생활 균형을 지킬 수 있는 회사를 택했다. 


달라진 시대상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내달 1일부터 대기업 사업장을 중심으로 시행이 예정된 주 52시간 근로제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우리는 일·생활 균형을 사수할 수 있을까?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6월26일 인터넷 기업의 일·생활 균형을 주제로 전문가 초청 토론회를 개최해 논의의 장을 열었다. 이날 토론 진행은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가 맡았고 대리주부 이봉재 부사장, 잡플래닛 HR랩스 은진기 연구소장, 일생활균형재단 WLB연구소 김영주 소장, 우아한형제들 박세헌 실장이 토론 패널로 참석했다.

왜 지금 세대는 ‘라이프’를 외치나


현 세대는 ‘소확행’, ‘욜로(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 번 뿐’이라는 뜻)’ 등의 키워드로 대변된다. 일생활균형재단 김영주 소장은 지금의 젊은 세대가 외동 또는 한두 명의 형제자매와 자라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은 욕구를 충족하며 자라난 동시에 다양성, 개인의 권리 등을 교육받은 세대라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이들이 어린 시절 외환위기를 경험한 것도 특징이라고 그는 말했다. 부모 세대가 경제 위기로 한순간 위기를 겪고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목도하며 이들은 회사에 희생해도 보상받을 수 있는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을 명확히 주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공정성이 깨진 것도 한몫했다. 젊은 세대는 근로자가 품고 있는 근본적인 불안정성을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요구하고 최대한 활용하는 생애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아한형제들 박세헌 실장은 “(젊은 층은) ‘이 조직에서 커리어를 잘 쌓아서 좋은 곳에 가야지’라고 생각하지, ‘여기서 정년퇴직을 해야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일을 추구하고 삶을 살아가는 데 목적과 의미를 두는 부분이 달라졌고 앞으로도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R랩스가 지난 달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대다수 사회 초년생은 회사를 선택할 때 금전적인 보상(77%)과 일·생활 균형(50%)을 가장 중시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직장생활 3, 4년차로 접어들면 일·생활 균형은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되고 ‘경영자 마인드’나 ‘리더십’을 본다는 답이 늘어난다. 이직자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면, 기업 만족도에 있어 일·생활 균형은 가장 상관없는 항목으로 꼽혔다.


뜻밖의 대답처럼 느껴지지만 해당 조사 결과에 대해 김 소장은 “직원이 지향하는 게 워라밸에서 리더십이 되는 이유는 시스템적으로 (일·생활 균형을) 운영하고 실천하는, ‘지향’이 아니라 ‘작동’하게 하는 데 어떤 요소가 중요한지 현장에 가서 알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의 균형 잡았더니 생활의 균형이 잡혔다


“우리가 원하는 좋은 인력을 뽑으려면 그들이 추구하는 일이나 삶에 대한 가치관을 맞춰주면서 그 성과를 극대화해서 우리 사업의 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우리는 노골적으로 떠나라고 한다. 평생직장 없어. 떠나. 있는 동안에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고 너의 좋은 커리어를 위해 일해. 그게 자연스럽게 회사의 성과가 될 거야. 그게 네가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이 될 수 있는 기본이 될 거야. 그걸 우아한형제들을 발판으로 삼아.” – 우아한형제들 박세헌 실장


대표적인 사례로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주 4.5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언뜻 보면 ‘워라밸’을 훌륭하게 지키는 기업으로 보이지만 박세헌 우아한형제들 실장은 “우리는 워라밸을 추구하는 회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과를 중시하는 회사”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비효율적인 시간을 모두 덜어내고 알맹이만 남겼더니 일·생활 균형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주 35시간제로 운영되기 전, 월요일 오후 1시 출근을 통해 주 37.5시간제를 먼저 실험했다. 근로시간을 줄여도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자 지금의 주 35시간 근로까지 도달하게 됐다. 생산성은 여전히 그대로다.


‘정시퇴근’을 장려한 덕분이다.


일이 없어도 야근이 일상인 조직에서는 업무 시간에 구성원이 딴짓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주식창을 열고 확인한다.


그러나 일을 끝내면 눈치 보지 않고 가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야근은 미덕이 아닌 무능처럼 여겨진다. 생산성을 효율적으로 극대화하면 조직과 구성원, 모두에게 윈윈이 된다는 얘기다.

이날 가장 놀라웠던 이야기는 1년 동안 휴가를 173일 쓴 직원도 있었다는 것. 단면만 보면 ‘노는 직원’처럼 보이지만 생산성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휴가를 쓰기 위해 직원 스스로 업무에 몰입했기 때문이다.


박 실장은 “다수 직원은 선량하다. 회사와 본인의 삶을 지키려는 이들을 위할 건지, 제도를 남용하는 소수의 직원을 위해 제도를 만들 건지 생각해야 한다”면서 “소수의 직원은 강하게 제재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반대로 일하던 사업장의 분위기는 잘 바뀌지 않는데, 그렇게 일하는 사람들을 회사에서 좋게 평가하고 연봉을 더 주고 다수가 신뢰하게 하면 회사가 일하는 방식이 바뀐다”며 “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이면 중단할 수 있다. 우리도 주 4.5일 35시간제 시행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실험 중이라고 이야기한다. 일단 해보라. (실험은) 법적으로 강제되는 게 아닌데 실험해보고 중단하면 되지 않나.”

우아한형제들의 사례는 말 그대로 사례일 뿐이다. 어느 회사나 주 4.5일 35시간제를 도입한다고 생산성과 일·생활 균형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우아한형제들도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산업별로, 기업별로 업무 특성이 다 다른 만큼 근로자가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도 제각각이다. 100개의 기업에는 100가지 모습의 ‘워라밸’이 있다. 근로시간 단축을 앞둔 기업들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자사 특성에 맞는 업무 방식의 설계도다.


“현장에서 체감한 건 시간관리가 아니라 성과관리, 일 중심으로 회사에 필요한 지점을 고려하고 전략적으로 일생활균형을 들여올 때 성공한다는 것”이었다는 김 소장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 소장은 “(사례를 보면) 목표 자체가 일·생활 균형이 아니라 회사에 적합한 업무 시스템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업무 방식, 의사소통 방식, 공간의 방식을 도입했는데 결과적으로 일·생활 균형이 되고 생산성이 높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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