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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이유 있는 역주행, ‘아이패드 6세대’

성장이 멈춘 아이패드, 투트랙 처방에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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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 작성일자2018.05.30. | 9,072 읽음

‘아이패드’는 역주행 중입니다.

무지놀랐다

무슨 얘기냐고요?

태블릿PC 시장이라는 같은 길 위에서 아이패드의 판매량은 다른 태블릿과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추락하는 태블릿PC 시장에서 홀로 잘 팔린다는 얘기죠.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1분기에 910만대의 아이패드를 판매했고 지난 4년간 가장 높은 28.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전체 태블릿PC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11.7% 줄었습니다. 아이패드 역주행의 중심엔 ‘아이패드’가 놓여있습니다. 

애플은 지난해 가성비를 중시한 40만원대 ‘아이패드’와 성능을 중시한 전문가용 ‘아이패드 프로’, 두 제품군으로 아이패드를 정리했습니다. 


성장이 멈춘 아이패드에 대한 투트랙 처방이었죠.

으슬으슬

가격을 낮춰 아이패드 경험을 넓히고 더 나은 생산성이 필요한 사용자에게는 아이패드 프로를 내미는 전략입니다. 이 전략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아이패드’가 제 역할을 해야 하겠죠. 단순히 ‘프로’ 모델에 비해 성능이 낮은 저가형 제품으로 남을 경우 자칫 아이패드 브랜드 전체가 추락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가격과 성능의 적절한 균형과 조화가 아이패드를 저가형 제품이 아닌 프로와 용도가 다른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게 했습니다.


올해 ‘애플펜슬’ 기능을 더한 ‘아이패드 6세대’는 역주행의 이유를 보여줍니다. 

애플펜슬이 빚어낸 차이


아이패드 6세대는 ‘애플펜슬’을 지원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습니다.


애플은 그동안 애플펜슬을 아이패드 프로 모델에서만 쓸 수 있도록 지원해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반대로 생각하면 아이패드 6세대와 5세대의 차이는 애플펜슬 말고는 없습니다. 프로세서가 ‘A10 퓨전 칩’으로 향상됐다는 점 외에는 디자인이나 사양 면에서 동일하죠.


9.7형의 화면 크기, 베젤 비율, 터치아이디, 버튼 위치, 카메라 등이 이전 모델과 같습니다만 함께 놓고 비교하면 육안으로 구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작과 동일한 가격에 애플펜슬을 쓸 수 있다는 점이 차이를 빚어냈습니다. 그만큼 애플펜슬의 사용성은 정평이 났습니다. 애플펜슬은 2015년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지연시간이 짧아 자연스럽고 정밀한 필기감을 제공한다는 점으로 전문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연시간이란 스타일러스 펜으로 선을 그을 때 화면에 표시되는 선이 스타일러스의 움직임을 따라오는 속도를 말합니다. 눈에 보이는 선과 스타일러스 펜의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일치하지 않으면 쾌적하게 작업할 수 없습니다.

관건은 아이패드 6세대에서 기존 애플펜슬 경험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냐는 겁니다.


직접 써본 아이패드 6세대는 필기도구로 충분했습니다. 우려했던 지연은 없었고요. 메모 앱에 애국가 가사를 1절부터 4절까지 쓰는 동안 애플펜슬이 제 애국심을 방해하는 일도 없었죠. ‘팜 리젝션’ 기능도 적용돼 손바닥을 댔을 때 펜과 터치가 따로 노는 일도 없었습니다.


동료도 5분 만에 그림을 쓱쓱 그려보더니 만족감을 표했습니다. 올 초 애플펜슬 때문에 아이패드 5세대에서 10.5형 아이패드 프로로 갈아탄 제 맘은 두 제품의 차액인 60만원어치만큼 아팠습니다. 

작품명: 집에 가고 싶은 날(블로터 김인경 기자)

프로와의 차이


물론 두 제품의 성능 차는 분명합니다. 아이패드 6세대만 쓸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아이패드 프로를 옆에 두면 선명히 드러납니다.


우선 화면을 넘길 때 반응 속도 자체가 다릅니다. 지난해 발매된 아이패드 프로 2세대는 ‘지구 최고 디스플레이’를 자처했습니다. ‘프로모션’ 기술을 적용해 120Hz의 화면 재생률(주사율)을 지원합니다. 기존 제품의 2배에 해당하는 초당 120개의 이미지를 보여줘 부드러운 화면을 제공합니다.


아이패드 프로를 쓰다가 아이패드 6세대를 보면 화면의 프레임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달까요. 다른 제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재생률의 차이는 애플펜슬 사용에 있어서도 미묘한 감각적 차이를 만듭니다. 애플펜슬 자체의 초당 240회 스캔 성능은 동일하지만 화면 재생률의 차이 때문에 좀 더 자연스럽게 펜이 반응하죠.


즉 애플펜슬이 화면 위에서 움직일 때 이를 추적하는 성능은 같지만 이를 화면에 선으로 나타내는 부드러움이 다른 셈입니다.


또 ‘에어갭’에서 오는 이질감도 있습니다. 아이패드 6세대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디스플레이와 터치패널 사이에 공기층이 있어 눈으로 봤을 때 유리 커버 아래로 화면이 살짝 들어간 게 보입니다. 애플펜슬이 디스플레이에 직접 맞닿는 느낌이 들지 않아 종이에 필기하는 느낌은 아니라는 얘기죠. 

‘에어갭’ 때문에 펜슬과 화면 사이가 살짝 뜬다.

원가 절감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디스플레이를 강조한 아이패드 프로에는 주변 빛에 맞춰 자동으로 화면 색온도를 눈에 편하도록 조절해주는 ‘트루톤 디스플레이’와 보다 풍부한 색 영역을 표현해주는 ‘P3’ 등이 적용됐습니다. 아이패드 6세대에는 없는 기능이죠. 빛 반사 방지 코팅도 빠졌고요.


하지만 해당 기능들이 필수는 아닙니다. 적게는 37만원, 많게는 70만원 정도 차이나는 두 모델의 가격 차이를 고려하면 해당 기능이 자신이 아이패드를 쓰는 용도에 필요한지 따져봐야 합니다.

‘아이패드 6세대’에서 RAW파일 이미지 편집도 가능하다.

성능 차이는 무거운 그래픽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면 미미합니다. 이번 아이패드에 적용된 프로세서는 아이폰7에 들어갔던 A10 퓨전 칩입니다. 애플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A10 퓨전 칩에 오버클럭이 들어갔다고 합니다. 이전 모델에 비해 CPU 성능은 40%, 그래픽 성능은 50% 향상됐습니다.


‘아이패드 미니4’에 사용된 A8 프로세서와 비교했을 때는 CPU는 2배, 그래픽은 2.7배 빨라졌고, 아이패드 프로에 적용된 A10X 퓨전 칩은 A8과 비교했을 때 CPU는 2.5배, 그래픽은 4.3배 빠릅니다.


4K 영상 편집, RAW 파일 이미지 편집 등을 일상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면 성능적 차이를 체감하기 힘들 겁니다. 게임, 영상, 웹 서핑, 노트 필기 등 일반적인 용도로 쓸 경우 아이패드 6세대는 충분한 성능을 발휘하죠.

같은 경험, 다른 용도


아이패드 6세대와 아이패드 프로 2세대는 같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애플펜슬을 지원함에 따라 아이패드 프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아이패드에서 못 하는 일은 이제 없습니다.


결과물을 내기까지 프로 모델이 좀 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뿐이죠.


화면 재생률, 더 넓은 색 표현, 펜 끝에서 오는 미묘한 감각적 차이가 두 제품의 가격 차만큼 값어치를 하는지는 제품을 어떤 용도로 쓰는가에 달렸습니다.


만약 그래픽 작업을 전문으로 한다면 펜 끝의 미묘한 감각이 결과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겁니다. 작가들이 타블렛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과 같죠.

아이패드로 그린 그림.

하지만 일반적인 용도에서 해당 기능들은 성능 과시용이 되기 쉽습니다. 미묘한 감각적 차이를 느끼며 감탄사를 날릴 수는 있지만 이를 활용하기는 어렵단 얘깁니다. 애플이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프로 모델을 분화한 이유죠.


아이패드 6세대는 덜어내기를 통해 가격과 성능의 적절한 균형과 조화를 이뤘습니다. 이제 애플펜슬 지원 여부 때문에 웃돈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사실 이번 아이패드의 핵심은 하드웨어 자체보다 기기를 둘러싼 맥락에 있습니다.


애플은 지난 3월 미국 시카고 레인테크 고등학교에서 열린 교육 관련 미디어 행사에서 아이패드 6세대를 공개했는데요, 고등학교에서 제품 발표가 이뤄진 이유는 이번 아이패드가 교육용 시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 크롬북이나 저가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대항해 애플펜슬 기능을 추가한 40만원대 아이패드를 내놓은 셈입니다. 


구글 크롬북은 값싼 가격 덕분에 교육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는데요, 애플은 이 파이를 가져가려 하고 있습니다.

성장이 멈춘 아이패드는 애플의 투트랙 처방으로 태블릿PC 시장의 희비쌍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애플은 PC와 스마트폰 사이의 경계에서 헤매고 있는 태블릿의 정체성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아이패드 6세대는 태블릿PC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가늠자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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