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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메일로 매일 글을 보내주는 사람들

권외창작자들의 직거래 미디어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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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 작성일자2018.05.17. | 682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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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프리랜서 편집자 츠즈키 쿄이치는 매주 우편함 대신 독자의 이메일함에 신간 잡지를 배달해준다. 이메일을 클릭하면 한주 동안 꾸린 웹진이 두루마리처럼 펼쳐진다. 독자들은 이메일 접속만 가능하면 어디서나 잡지를 읽을 수 있다.

츠즈키 쿄이치가 주간 이메일 웹진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기획을 확인 받지 않고, 윗선을 설득하지 않고도 원하는 취재를 하고 싶었다. 


플랫폼에 좌우되지 않으려면 플랫폼 바깥에서 직접 독자를 만나야 했다. 가장 단순한 경로는 이메일이었다. 그는 중개자 없는 이메일 구독 시스템을 두고 ‘직거래 미디어’라 칭했다.

국내서도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매일 독자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올해 2월 만화가 ‘잇선’이 기획한 ‘센드 노트(Send note)’가 계기가 됐다. 독자가 2만원을 내고 센드 노트를 신청하면 한 달 동안 잇선 작가의 일기와 그림을 받아볼 수 있었다.


이슬아 작가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매일 글을 써서 이메일로 배달해주는 ‘일간 이슬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달마다 구독 신청을 받고, 구독료 1만원을 지불한 독자의 이메일로 20편의 글을 전송한다. 한 편의 글이 ‘단돈’ 500원인 셈이다. 5만명 팔로워를 보유한 페이스북 페이지 ‘헬조선 늬우스’ 운영자 박현우 씨도 ‘일간 이슬아’ 프로젝트를 따라 ‘일간 박현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글을 쓰고 만화를 그리는 사람에게는 독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플랫폼의 ‘선택’을 받지 않으면 글과 그림으로 돈을 벌기 어렵다. 플랫폼 권외에서 직접 독자를 구한 직거래 미디어들은 어떻게 글을 쓰고, 또 어떻게 팔고 있을까.


날마다 뭐라도 씁니다

‘직거래 미디어’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슬아|잇선 씨의 ‘센드 노트’를 첫 달 구독했었다. 잇선 씨 일기에 잇선 씨가 그린 그림 한 컷 정도가 매일 왔다. 제가 잇선 씨 그림을 좋아해서 연재되지 않은 작품을 받아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인터뷰를 안 하시지만, 내 인터뷰에서라도 그 분이 최초라는 건 매번 밝힌다.


아이디어는 잇선 씨한테 얻었는데 잇선 씨가 떠올린 게 정확히 이런 모양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플랫폼 없이 연재하는 게 처음이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반년 넘게 프로젝트를 지속해보는 게 목표다.


박현우|잇선, 이슬아 씨가 하는 것을 보고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어디에 속해 있지 않아도 오직 독자만 있으면 수익이 나온다. 어디에 적을 두는 걸 좋아하지 않다 보니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3월부터 시작했고 지금은 5월호 연재를 진행 중이다.


둘 다 어떤 글을 쓰나.


이슬아|픽션과 논픽션 사이다. ‘응픽션’이라고.


박현우|개인적인 글도 쓰긴 하지만 주로 칼럼이나 비평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하트시그널’과 ‘테라스 하우스’를 비교하는 글을 쓴다든가, 타이포그래퍼 인터뷰를 싣는다든가. 글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있다.


이슬아|칼럼을 매일 쓴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진다. 어떻게 해야 하나.


박현우|그 얘기 좀 같이 해보고 싶다.

이슬아 작가는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의 문학상 ‘손바닥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겨레21에서 ‘연애인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칼럼을 연재했고, ‘레진코믹스’와 ‘벅스뮤직’ 등에서 만화를 연재했다. 잡지 기고도 했던 것으로 안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익히 아는 플랫폼에서 연재를 해온 셈이다. 반면 박현우 씨는 페이스북 페이지, 브런치 등 글을 공개할 수 있는 곳에 글을 써왔지만 고료를 받고 글을 쓴 것은 아니었다.

이슬아|생계 때문에 만화 연재를 꾸준히 해왔지만, 실력이 형편 없어서 익숙하지가 않다. 항상 글쓰기로 더 많이 활동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잡지 연재 청탁은 계속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글을 써도 고료가 늦게 지급되는 편이다. 두 달 뒤에 들어온 적도 있고 못 받은 적도 있다.


메이저 출판사에서 주최한 문예상을 받고 등단한 게 아니라 문예지에 글을 실을 일이 없었다. 등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 ‘문단에서 인정받으면 얼마나 달콤할까’ 그런 생각을 했다. 조금 속상해 하다가 애초에 스스로 플랫폼을 만들어버리면 너무 속 편할 것 같았다.


자주 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중간에 아무도 떼먹지 않는 수익 구조가 좋게 느껴졌다. 한 5명만 구독해줘도 정말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박현우|원래 취미로 글을 썼는데, 페이스북 페이지에 사람들이 몰렸다. 그래서 또 자연스럽게 글 쓰는 시간이 늘어났다. 언론사에서 기고 요청을 받기도 했다. 브런치에도 글을 써서 올리고 페이스북 페이지도 운영하느라 시간은 드는데 막상 글로 생계 유지는 안 되는 거다. 그래서 글이 마음에 들면 후불제 원고료를 지불해 달라고, 계좌를 적었다.


썩 만족스러운 결과는 안 나왔지만 계좌를 안 넣었을 때보다는 수익이 있었다. 사람들이 돈을 낼 생각을 않고 있었는데, 돈을 낼 ‘트리거’를 준 거다. 스팀잇에도 글을 써봤다. 거긴 내 글이 통하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잇선, 이슬아 씨의 프로젝트를 보고 나도 시작하게 됐다.


‘내 글이 팔릴까?’라는 의문을 해결하고 싶었다. 실험해보고 싶었다. 나름 생계에 괜찮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슬아|잘 됐다.


글 밑에 달린 후원계좌와 구독은 느낌이 좀 다르다. 잇선 씨에 비해 나는 더 노골적으로 ‘파는’ 태도를 취하고 싶었다. 거리에 나가서 “뉴욕 헤럴드 트리뷴!” 외치는 소년을 상상했다. 글 한 편이 하루에 단돈 500원이니까, 부끄러울 것 없이 시장에서 장사하는 태도를 취했다.

이슬아 작가는 3월호, 4월호를 진행했고 박현우 씨도 3월부터 시작해 5월 연재를 진행 중이다.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해보니 어떤가. 소회가 궁금하다.

박현우|내가 원하는 글을 쓰는 동시에 내 글을 원하는 사람을 직접 만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수락 받을 필요도 없다. 매력적이다.


이슬아|정면 승부하는 느낌이다. 피드백이 바로 오게 되는데 매일 숨지 않고, 뭐라도 써서 보내는 게 스스로를 얼마나 가혹하게 하는 일인지. 데뷔 후 글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던 차에, ‘정면 승부 간다!’하고 시작한 것 같다.


거듭되면 더 쉬워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매일매일 ‘아, 이 일 누가 벌였냐’하고 심한 욕을 한다. 그런데 돌아보면 쌓여 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좋다. 언제 이런 속도로, 이 정도 양의 글을 써봤나 싶다. 어찌 됐든 글의 양이 늘어나니까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확률이 옛날보다 높아졌다.

글을 받아 본 독자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 특히 메일링 시스템은 독자와 바로 맞닿아 있으니까 더 직접적일 것 같다. 피드백이 바로 올 수도 있겠다.


이슬아|독자층이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송고 기한이 자정이니까 11시59분에 보낼 때가 많다. 그런데 11시45분부터 구독자로부터 DM이 온다. “오늘 원고 빵꾸인가요?” 물으면 “아, 바로 갑니다. 지금 메일 보내고 있습니다”하고 마치 짜장면 지금 막 출발했다는 것처럼 답한다.


박현우|텀블벅과 비슷하다. 프로젝트로 새로이 유입되는 독자들이 있는 거다. 그 사람들은 내가 모르는 미지의 독자들이다. 한 독자분은 왜 이런 비표준어를 쓰고, 꼰대라는 단어를 자주 쓰냐고 물었다. 신선했다. 만약 댓글이었다면 무시하고 말았을 텐데 돈 받고 글을 파는 입장이니까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전보다 진지하게 보게 됐다. 블로그에 글 쓸 때와는 다른 태도였다.


스탠드업 코미디와 개콘 개그맨의 생계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 글이 반응이 좋았다. 개그맨도 방송국에 소속된 회사원인데 그들이 만드는 캐릭터들은 콩트가 사라지고 나면 완전히 소실되고 스스로에게 도움이 안 된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하면 할수록 는다. 그걸 녹여서 쓰니 회사원도 좋아했다. 독자 중에 스탠드업 코미디 하는 분이 있는데, 그분도 좋아했다.


이슬아|메일함에 피드백이 쌓여 있는데 그중에는 악담도 많다.

한겨레21 손바닥문학상으로 데뷔한 이슬아 작가는 레진코믹스, 벅스뮤직 등에서 만화를 연재해왔다.

구독 신청을 했으면 어느 정도 글쓴이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생각했다. 악담이 오기도 한다는 게 의외다.


이슬아|글에 대한 일리 있는 비평은 많이 온다. 엄청 감사히 읽는다. 스스로 글을 쓰고도 불안한 날, 꼭 비판의 글이 온다. ‘완성도 있는 수필을 읽으려고 한 건데, 일기를 보내지 마라’라고 한다. 내가 놓친 지점을 지적당하면 창피하다. 많은 공부를 해야지, 내일은 더 잘해야지, 생각한다.


그런데 글과 상관 없는 악담도 많이 온다. 나의 평소 옷차림, 신체 노출, SNS에 올리는 게시물, 태도 등에 대해 다양한 종류의 비방과 조롱이 온다. 일일이 신경 쓰고 싸우면 진이 빠져서 아마 한 글자도 못 쓸 것 같다. (그런 부분은) 의식적으로 둔해지려고 한다.


두 분 모두 주 5일, 연재 노동 중이다. 평일 내내 새로운 주제를 떠올리고 당일 마감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생활과 노동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고 있는지 궁금하다. 먼저 일일 노동 시간은 어떻게 되나.


이슬아|매일 다르지 않나?


박현우|매일 다르다.


이슬아|빨리 썼을 때는 2시간, 느리게 쓰면 하루종일도 안 나온다.


박현우|글은 1-2시간 안에 마무리할 수도 있고 안 나오면 6-7시간 동안 해도 안 된다. (그럼에도)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게 다른 직업보다 좋다. 나는 스스로를 못 믿어서 오늘 글을 마감하겠다고 생각하면 오늘 안에 못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전날 한다. 월요일 글은 일요일에 보낸다거나 일요일에 작업해서 월화수목금 동안 글을 보낸다. 금토는 나도 쉰다.


이게 어쨌든 나의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노동을 조절할 수 있고,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노트북과 와이파이만 있으면 되니 좋은 점이 있다.


이슬아|나 같은 경우는 이 일만 하는 건 아니었다. 청소년들과 글쓰기 수업도 하고, 다른 연재도 있고, 글쓰기 수업 4개를 하면서 이 프로젝트를 병행하는데 몸이 아프더라. 다 할 수는 없어서 몇 가지 일을 정리하는 과정이 있었다.


올해 초까지는 ‘벅스뮤직’에 만화를 연재했다. 그리고 비정기적으로 잡지에 수필을 기고했다. 영등포에 있는 대안학교 글쓰기 교사로 나가고, 여수에 주말마다 글쓰기 교사로 갔다. 새벽 기차를 타고 갔다가 자정 넘어서 오는 일정이었다.


토요일에 갔다 오면 너무 힘들어서 일요일엔 아무것도 못했다. 그러면서도 돈이 모자라서 비정기적으로 글쓰기 수업을 열었다. 그걸 통해서 20대 여자들을 많이 만났다. 글쓰기 수업은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다. 3, 4, 50대 여자들 5명이 와서 글을 쓰고 가는 모임이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월세를 내고 살고, 학자금 상환도 해야 해서 돈이 필요했다. 만화 연재도 안정적인 일은 아니다. 다음 달에 바로 잘리는 경우야 많지 않지만 두세 달 뒤 일은 모르는 거다. 

월세는 그만 내고 이제 전세를 모으고 싶은데 저축을 하고 싶어서 많이 벌려고 했다. 그런데 열심히 해도 전세금을 모으는 건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매일 글을 쓰지만 매일 결과물이 좋을 수는 없다. 때문에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될 것 같다. 글감이 고갈되지는 않나. 소재는 어디에서 얻나.


이슬아|자괴감이 엄청 많이 들곤 한다. 일단 나는 메모해 놓은 것에서 시작한다. 짧은 호흡의 이야기가 있고 긴 호흡의 이야기가 있다. 잘 다루고 싶었는데 썼더니 못 살려서 속상할 때도 많다. ‘이 얘기는 이 정도로 쓰려고 모아 놓은 게 아닌데’ 생각도 든다.


나는 나를 감동하게 하고 울리고 아름답다고 느낀 것을 목격하고 잘 증언하고 잘 옮기고 싶은데 쉽지 않다. 후회되는 글이 많다.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글감이 고갈되지는 않았다.


박현우|계속 콘텐츠를 본다. ‘넷플릭스’ 최근작도 보고 만화, 한국 예능도 이슈가 되는 것은 본다.


이슬아|좋아하는 작가 책을 다시 읽는다. 사실 좋은 책을 읽으면 나와의 괴리가 커서 짜증난다. 오늘 쓰는 글에 따라 다른 작가를 빌려 쓰려 한다. 예를 들어 존 버거처럼 쓰고 싶었는데 막상 존 버거 읽으면 내꺼랑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좋아서 한숨을 쉬며 다시 내 글쓰기로 돌아온다.


박현우|확실히 작가들 책을 읽으면 글감이 나온다.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같은 책을 읽으면 그런 말투를 따라하게 되고 싶고 그렇다.

페이스북 페이지 '헬조선늬우스' 운영자 박현우 씨

두 분 다 분량은 어떻게 되나?


이슬아, 박현우|최소 2페이지 정도?


이슬아|음식 장사도 양을 아끼는 게 아니다. 짧은 글 쓰기도 어렵다.


박현우 씨는 이슬아 작가를 따라, 이슬아 작가는 잇선 작가를 따라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창작자들의 릴레이 같다. 내 주변에도 ‘일간 이슬아’에 영향을 받아 구독자를 받고 자신들의 글을 메일로 보내주는 팀이 생겼다. 창작자 스스로 플랫폼이 된다는 것은 창작자라면 모두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일일 것 같다. 하지만 누구나 도전 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슬아|프로젝트가 가능했던 이유는 어쨌든 데뷔 후 이런저런 매체에서 연재를 해왔고 SNS 팔로워가 늘어가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팔로워라는 게 허깨비 같았다. 내가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다고는 하는데, 무슨 도움이 되나 싶었다. 생계랑 쥐뿔도 상관 없고. 내가 쌓아왔다고 생각한 게 쌓인 건지 아닌 건지 실험을 하고 싶던 마음도 있었다. 관심이 쌓이긴 했다는 걸 이 작업을 통해 알게 됐다. 요즘 세상은 누구나 ‘쁘띠 연예인’이 될 수 있는 시대이지 않나.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사람도 시도할 수 있는 수익구조가 늘면 좋겠다.


박현우|구독자가 일정 정도 모이면 오픈이 되도록 하는 방법도 있겠다. 우리는 1명만 있어도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하는데 막상 다이빙하기엔 힘든 것 같다.


이슬아 씨 정도는 아니지만 브런치 구독자가 5천명 이상 있었고, 브런치에 글을 쓰면 조회수가 어느 정도 나오기도 하고 ‘헬조선늬우스’ 페이지 구독자도 있으니까 글을 팔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어느 정도 가능성을 봤으니까.

구독자 최지수 씨가 만들어준 일간 박현우 구독자 모집 포스터

이 프로젝트만으로 먹고 사는 게 가능한가?


이슬아|본업이 되고는 있다. 그래도 그 외에 부업을 항상 하고 있을 것 같다. 얼마를 벌든 불안하다. 어쨌든 인터넷 세상에 나를 전면적으로 노출하는 작업을 하니까 내가 실수를 했을 때 허무하게 날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솔함 때문에 잃게 될 구독자가 걱정되기도 한다. 글쓰기 이외의 노동을 하는 게 경험적으로도 좋은 것 같다.


박현우|이슬아 씨 같은 경우에는 잡지도 하지만 나는 부업이 없다. 간혹 기고해서 돈을 받아도 몇 만원밖에 안 된다. 아무래도 이게 지금은 내 본업이다. 용돈 벌이는 된다. 후에 유튜브를 하거나 잡지를 만들고 싶다.

오프라인과 온라인도 다르고, 메일이라는 특성 때문에 생기는 가독성 문제도 있을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 글을 보내나.


박현우|나 같은 경우에는 PDF로 보낸다. 폰트 작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PDF만 보냈는데 모바일로 보기 불편하다는 피드백이 왔다. 그래서 PDF에 더해 구글 독스에 글을 넣고, 그걸 링크화한 다음에 같이 보내준다. 공개 링크와 PDF 두 가지로.


이슬아|과월호는 아래아한글 파일로 보내고, 매일 글은 이메일에 그냥 적는다. 중장년층은 종이로 출력해서 보신다고 한다. 젊은 분들 중에도 종이로 읽는 걸 선호하는 분들이 있다.


최근에는 ‘친구 코너’를 열어서 매주 주변 다른 작업자의 글을 받는데,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글도 남의 시선으로 다시 보고 합의를 하고 윤문해서 내 글보다 열심히 본다. 내 글은 실수해서 보내더라도 친구가 나라는 플랫폼을 신뢰해주기를 바라니까 섬세하게 하나하나 고치게 된다.

편집자의 자질을 연습하는 것도 같다. 친구의 글에도 다양한 피드백이 오는데 악담은 거른다.


친구들에게는 원고료는 200자 원고지 1매당 1만원을 준다. 최대 20매 쓸 수 있는데 원고지 20매면 A4 3장 정도일까? 내가 잡지에 기고해서 받는 상식적인 선에서 지급한다. 예전에 쌓인 게 있어서 친구들에게는 원고료를 당일 지급한다.

메일링 시스템의 장점은 뭘까.


이슬아|메일은 간편하지만 적당히 마음을 먹어야 들어가서 보게 된다. 카톡은 떠다 먹여주는 것에 가깝다. 메일은 서로 지나치게 밀착돼 있지 않다. 그게 좋다.


또 누가 나한테 욕하는 게 메일함에 쌓인다는 게 장점이다. 댓글은 여러 사람들이 보는 일대다 구도다. 한 명이 욕하면 다 같이 본다는 얘기다. 똑같은 욕이라도 일대일로 듣는 게 낫다.


박현우|메일링 시스템은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메일을 보내는 법은 누구나 알고, 메일을 받는 법도 누구나 알고 첨부파일을 읽는 것도 누구나 안다. 누구나 할 수 있다. 50대 분들도 접근하기 쉽다. 유튜브, 트위치는 (연장자의) 접근이 쉽지 않다.


기초적인 기술로 글을 팔고 살 수 있다.


구독자 모집도 구글 설문지로 쉽게 할 수 있다. 예전 같으면 “여기다 댓글 달아주세요” 했을 일이다. 스프레드시트도 구글 문서가 만들어주니까 편리하다. 기술 장벽이 낮은 게 장점이다.


이슬아|메일 폼이 간편해서 좋은 건 맞다. 그런데 60대가 넘어가면 지역이나 직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메일을 못 쓰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일도 있었다. 따님분이 메일로 글을 받으면, 캡처를 해서 카카오톡으로 엄마한테 보낸 거다. 어머니는 메일 계정이 없으셔서. 그래서 그 따님분이 어머니 몫의 1만원을 더 부치겠다고 내게 연락을 주셨다.


박현우|양심적이다.


이슬아|(웃음) 엄마에게 보여주기 위해 최적화된 형태로 따님분이 보내 드리는 건데 1만원을 다 받으면 내 마음이 불편하니까, 5천원만 보내라고 했다. 반값이지만 구독료를 받긴 받았다.


신청한 사람들에게 글을 보내면서 그 사람들이 전부 입금했는지 확인하는 것도 일인데 글 먼저 보내고 입금 날짜에 입금하는지 실험을 해봤다. 엄청난 양으로 회수되더라. 사람들이 정말 양심적으로 보내더라. 그래도 이번 달부터는 입금한 사람에게만 (글을) 보낼 거다.

혼자 구독 시스템을 다 처리하려면 여러 변수가 있지 않나. 구독 시스템에 관한 자기만의 노하우도 생겼을 것 같다.


박현우|구글 스프레드시트에 골뱅이 뒤를 안 보낸 사람이 있었다. 아이디만 알고서 웬만한 이메일 계정으로 다 메일을 보내봤다. 네이버 계정으로 답이 왔다.


이슬아|메일 주소 적는 곳에 진짜 주소를 쓴 사람도 있었다. 돈을 낸 사람은 글이 안 오면 무조건 항의를 하게 돼 있다. 항의가 안 온 걸 보면 그녀는 돈을 안 낸 것 아닐까. 생각보다 사람들이 메일 주소를 많이 틀리더라. 첫 달 반송메일이 30-40통 왔다.


박현우|파일을 PDF 형태로 보내는데 사진 몇 개를 첨부하면 용량이 확대된다. 회사 계정으로 보내면 안 보내지기도 한다. 고용량을 안 받는 회사 계정이 있다. 반송된 계정은 구글 계정에 PDF를 업로드한 다음에 그 PDF를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 그 뒤부터는 텍스트 위주로 구성한다.


이슬아|네이버는 한 번에 100명씩만 메일을 보낼 수 있다.


박현우|지메일은 100명 넘어도 된다.

마지막으로 누군가 이런 프로젝트를 하고자 한다면, 해주고 싶은 말 있나.

이슬아|파이팅.


박현우|일단 해보시길.

놓치지 말아야 할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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