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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도 갑질 논란…“대표는 그를 ‘꼬리뼈’라 불렀다”

청춘을 내세우던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시작된 갑질 논란과 이어진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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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 작성일자2018.04.23. | 10,460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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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녹음파일을 듣자마자 맨 처음 생각난 사람이 그분이었어요.”

A씨는 얼마 전 논란이 된 항공사 2세의 갑질 논란을 이렇게 기억했다. 음성본을 듣고는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A씨가 퇴사한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S사의 대표 임씨다. A씨는 재직 중 공황장애 처방을 받고 지난해 6월 퇴사했다. 퇴사처리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처방에 대해 회사에 알리자 대표 임씨는 다음날 새벽 5시에 전화를 걸어와 ‘남들 보기 전에 짐 싸서 나가라’고 했다. A씨는 그 길로 퇴사했다.


당시의 기억들은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았다. 하지만 악감정은 없었다. 여전히 S사에서 제작한 콘텐츠에 ‘좋아요’를 눌렀고, 대표가 가지고 있는 감각과 업무 능력을 인정했다. A씨가 분노의 감정을 느낀 계기는 제3의 콘텐츠에서 나왔다. 우연히 마주한 인터뷰 속 대표 임씨는 사회를 이끌어 갈 ‘새로운 엘리트’로 주목받고 있었다. A씨가 4월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폭로글을 올리게 된 계기다. 누군가의 모범이 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항공사 재벌 2세의 갑질이 연일 뉴스에 오르고 있다.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는지 경악하기도 하고 그 회사의 사명에서 '대한'이 국호 사용을 거둬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차라리 그들은 가진 것이 많으니 잃을 것이라도 있겠지. 스타트업계에서 상대방 얼굴에 물 뿌리는 일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CEO가 내 싸대기를 올려 붙이고 물병으로 머리를 쳐도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해서 혹은 폭로한들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을 것 같아서 입 다물고 있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잘못을 한 대도 대한항공만큼의 파급력이 없으니까 말이다.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이라는 유료 인터넷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고 목차를 훑다가 나는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와 충격을 받았다.

"경외심은 돈을 주고도 못 사는 거에요. 리더십은 대표의 역량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저절로 나온다고 생각해요. 나만 믿으면 잘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대기업처럼 월급 못 줄 바에야, 결국 사람 보고 따르는 거거든요."

그가 만든 회사에서 근무했을 때 나는 하루 14시간을 일했다. 매일 같이 오가는 고성은 직원들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서열을 잡기 위함임을 알고 있었다. 그가 개를 3마리나 키우고 거기에 서열을 정해 간식을 순서대로 주는 것처럼 말이다.

작은 회의실에 여직원을 불러다 성과 보고를 하라며 '니가 뭘 했는데 뭘 했는데 뭘 했는데 우리 회사에 뭘 했는데 뭘 했는데 뭘 했는데에에 말해보라고 말해보라고 말해보라고 니가 뭘 했는데 뭘 했는데' 이걸 15분 정도에 걸쳐 소리 지르면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여직원들은 거의 매일 울었다. 그는 그룹사에서 자신을 일컫는 '미친 개'라는 별명을 알고 있었으며 그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회의실에서 내게 종이를 던지며 '나 미친 개인 거 알아 몰라?'라고 하던 걸 내가 어찌 잊겠는가.

회식날은 대표 빼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시간이었다. 무슨 지병이 있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모두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시고 돌아가야 했다. 차라리 술만 많이 마시는 날은 나았다. 어떤 날은 얼음을 던져 직원의 입술을 터트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단체로 룸싸롱에 몰려가 여직원도 여자를 초이스해 옆에 앉아야 했다.

결국 나는 어느 날 심한 어지럼증을 느껴 근처 병원에 실려갔고 정신과에선 공황장애를 진단받았다. 그걸 회사에 전달하자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퇴사 처리가 되었다. 어차피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로 다녔는데 퇴사가 무슨 의미인가. 업로드한 영상의 좋아요 숫자가 안 나오면 연봉을 깎겠다고 매일 협박하는데 정규직이 무슨 소용인가.

이 사람이 새로운 엘리트라면 단언컨대 한국에 미래는 없다.

(당사자의 페이스북 글을 옮겼습니다.)

‘그는 자신을 일컫는 ‘미친 개’라는 별명을 알고 있었고, 그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회의실에서 내게 종이를 던지며 ‘나 미친 개인 거 알아 몰라?’라고 하던 걸 내가 어찌 잊겠는가(중략)’

A씨의 폭로는 급속도로 논란이 됐다. 이는 S사가 제작하는 콘텐츠의 특성과 상반돼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S사는 ‘열정’ ‘청춘’ ‘응원’ ‘솔직함’을 내세운 인터뷰 영상으로 콘텐츠 업계의 큰 성공 사례로 불려왔다. 많은 사람들이 에너지를 얻었고, 용기를 얻었다. 하지만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라는 포장 이면에는 구성원들의 상처가 가득했다.


A씨의 글이 공개된 이후 해당 스타트업과 관련된 이들 및 업계종사자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소문으로는 들어왔으나 밖으로 알려지지 않고 안으로 곪던 것이다. 그중 A씨에게 직접 연락을 해 ‘글을 내리라’는 이들도 있었지만, ‘미투’라며 동참 의사를 밝혀온 사람들이 있었다. <블로터>는 A씨의 진술을 비롯한 전직원 B, C, D, E 씨의 증언을 받았다. 각자 다른 재직기간, 다른 업무에 있었지만 겪은 내용은 겹쳤다. 이 내용을 질의응답 형태로 담았다.


– 회사 내에서 잦은 고성과 폭언을 겪으셨나요.

A : 인터뷰 콘텐츠는 인터뷰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서 ‘좋아요’ 수가 달라집니다. 그런데 이런 인게이지먼트로 직원 월급을 협박하거나 예고 없이 회의를 시작해 새벽까지 퇴근을 못 하게 했습니다. 새벽에 갑자기 직원들을 소집하기도 했습니다.


B : 콘텐츠를 보고 꿈에 부풀어서 갔던 직장에서 이런 일을 겪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대표의 잦은 호통과 반말, 윽박지름, 책상이나 문을 친다거나 하는 폭력적인 상황은 익숙해지지 않고 언제나 처음인 듯 고통스러웠습니다.


A : 대표는 잡플래닛에 올라온 후기가 나쁘다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현재 저를 비롯한 퇴사자들이 폭로성 글을 올릴까봐 1년 전부터 ‘나가서 이런 글 쓰지 마라’라고 주의를 줬습니다.

– 회식자리 술 강요가 어떤 수준이었는지요. 룸살롱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A : 단순히 회식 강요 수준이 아닙니다. 저도 회식을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는 회식자리에서 10회 이상 파도타기를 강제로 실시하는 등 술을 강권했습니다. 술자리에서 대표가 얼음을 던져 입술이 터진 직원과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B : 술 강요는 일상이었습니다. 술에 만취해 지갑이나 휴대폰 따위를 잃어버리는 직원들을 목격했습니다. 심지어 몸을 가누지 못해 꼬리뼈를 다친 채 출근하는 직원까지 있었습니다. 대표는 그 직원을 ‘꼬리뼈’라고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부르고 농담을 던졌습니다. 저는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당장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다고 수십 번 생각했습니다.


A : 성과 안 좋은 피디가 있으면 여자든 남자든 가라오케에 데려가서 술을 강요했습니다. 자주 가는 장소도 정해져 있습니다. 논현동에 위치한 S 술집입니다. 해당 룸살롱에서 여성종업원을 직접 선택하게 했습니다. 이런 문화가 힘들어 퇴사한 직원들도 있습니다. 남자지만 그런 문화가 싫었고 퇴사의 큰 요인이 됐다고 말한 분도 있습니다.


– 갑질 및 성차별적 문제도 있었나요.

B : 대표가 사무실 내에서 크게 ‘여자 직원은 시끄러워서 뽑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것을 당시 자리에 있던 직원들이 다 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여성 차별적 언행을 자주 했습니다. 말을 하고도 스스로 잘못인지 인지도 못 하는 것 같았습니다.


C : 잡플래닛에 대표의 여혐 발언(ex. 여자 직원은 시끄러워서 안 된다)을 고발하는 글들이 올라오자 여자 직원들을 한 명씩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가서 해명을 했습니다. 그런데 해명의 내용이 더 기가 막혔습니다. “그런 식의 말은 한 적이 없다. 나는 여자들이랑 일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렇게 말한 거다. 여자랑 말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 여자들이 어렵다. 노력할 테니 이해해 달라”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고치겠다며 전체 공지도 했으나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E : 회사에서 사람을 뽑을 거라며 지인을 추천해달라고 했습니다. S 회사에 평소 관심을 표해온 친구가 있어 추천을 했고, 그 친구는 밤을 새워가며 간절한 마음으로 포트폴리오를 냈습니다. 하지만 이틀뒤 회사는 저에게 “포트폴리오는 좋은데 여자분이라…”라며 “대표님이 여직원을 별로 안 좋아하셔서 못 뽑겠다”라는 자기변명을 늘어놨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하다는 스타트업에서 일어나는 일이 맞는지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 친구에게 ‘네가 성별이 여자라 떨어졌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했습니다.

– 근로계약서를 미작성하고 업무에 투입되셨는지요.

A : S사는 창립부터 2017년 6월경까지 1년 반 이상 근로계약서가 없었습니다. 저 역시 지난해 초반부터 6월까지 S사에 근무하였으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모회사인 L사에서 이 사실을 인지하고 근로계약서 작성을 꾸준히 지시했으나 대표는 ‘우리는 우리 스타일대로 한다’라며 거부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6월 현재 모회사가 있는 건물로 입사한 이후로 근로계약을 작성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D : 합류 당시 몇 가지 서류를 제출하기는 했으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다만, 주변에 같이 재직하던 분들 중 확실히 근로 계약을 제대로 맺지 않은 분들이 있었습니다.

임 대표는 A씨의 글이 게재된 당일 저녁 그에게 장문의 사과 문자를 보내왔다. 하지만 A씨는 “문자는 ‘미안하다. 앞으로 더 나은 조직을 만들겠다’와 같은 두루뭉술한 사과일 뿐 진심은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4월20일 <블로터>와의 통화에서 “공식적인 입장 표명 이전에 사과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오후 중으로 A씨가 지적한 몇 가지 내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과문을 게재했으나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임 대표는 폭로 이틀 만인 4월21일 대표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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