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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열고, 세탁기 돌리면 친구에게 알려주는 '고양이 로봇'

“오호! 친구가 냉장고를 열었어. 요리를 하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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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 작성일자2018.04.13. | 1,635 읽음

집에 들어서면 까만 고양이 로봇이 기다렸다는 듯 눈을 반짝 뜹니다. “이제 온 거야? 친구 두 명은 벌써 집에 와있어. 최근에 TV를 켰네?”


친구의 집에 있는 또 다른 고양이 로봇은 친구에게 ‘친구가 현관문을 열었다’고 나의 귀가를 알립니다. 로봇은 냉장고 문을 열거나 세탁기를 돌리고, 전자레인지를 가동시키고 TV를 켜는 것도 알아챕니다. 곧바로 네트워크로 연결된 친구들에게 알려주죠.

“오호! 친구가 냉장고를 열었어. 요리를 하려는 걸까?”

연세대·카이스트 공동연구로 만들어진 ‘프리보(Fribo)’는 1인가구를 위한 소셜 네트워크 로봇입니다. 최근 국내외 매체에서 ‘외로운 젊은이(Lonely young people)를 위한 소셜 네트워크 로봇’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됐습니다.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접목해 사람과 교감하는 감성 로봇을 두고 ‘소셜 로봇’이라 말합니다. 이아름 융합정책연구센터 연구원은 ‘소셜 로봇(Social Robot) 산업동향(2017)’에서 “인구 고령화, 1인 가구의 증가, 개인주의 심화 등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의 복잡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의 하나로 소셜 로봇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프리보는 가정용 소셜 로봇이지만, 살짝 결이 다른 ‘소셜 네트워크’ 로봇인데요. 말 그대로 사회적 교류를 유도하는 로봇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혼자 사는 삶 만족해도 외로울 수 있어… 일종의 ‘쉐어하우스’ 로봇


프리보 프로젝트 팀을 이끈 정광민 연세대 HCI 랩 연구원은 “1인가구의 삶을 단순히 ‘외롭기 때문에 불행하다’는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혼자 사는 건 불행도 단점도 무엇도 아닙니다. 다만 혼자 생활하는 것에 만족한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건 아니죠. 연구진은 ‘외로움’과 ‘관계에 대한 피로감’이라는 양가적 감정의 충돌에 주목했습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메신저가 발달해 있지만 이를 통한 ‘소통’은 필연적으로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외로움을 택하거나” “외로움을 줄이기 위해 피로감을 느껴야”만 합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쉐어하우스’처럼 타인의 존재감은 느끼고 원할 때는 소통하되 내 공간에서 나의 생활을 할 수 있는 동반자 로봇을 만들고자 한 겁니다.


머신러닝 기술이 적용된 프리보는 집에서 소음이 발생하면 소음의 종류를 분류합니다. “현관문 소리인지, 청소기 소리인지” 구분할 수 있지요. 프리보에 입력돼 있는 소음일 경우, 프리보는 서버로 연결된 친구들의 로봇에 정보를 전송합니다.

“오호! 친구가 현관문을 열었어. 야근을 한 걸까?” “오호! 친구가 세탁기를 돌렸어. 빨래가 밀린 걸까?”

메시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메신저 단체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전화통화를 하도록 유도하는 겁니다. 실제로 프로토타입을 체험해본 사람들은 친구들과 연락을 더 자주 하게 됐고, 생활 습관도 바뀌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물론 사생활 침해는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나의 생활이 누군가에게 보고된다고 하면 어쩐지 오싹하죠. 연구진은 기본 3인에서 5인,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하게 했고, 가정용 로봇에 으레 탑재되는 카메라를 없앴습니다. 공유하지 않을 활동과 시간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소셜 로봇과 함께할 미래


연구원들이 만든 프로토타입 제품이고,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프리보가 우리 생활에 실제로 들어올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럼에도 이 프로젝트가 의미를 갖는 이유는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다는 데에 있습니다.


언젠가는 우리 삶에 소셜 로봇이 스며들게 될 겁니다. 앞서 적었듯  “인구 고령화, 1인 가구의 증가, 개인주의 심화 등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의 복잡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의 하나로 소셜 로봇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죠. 이미 관련 연구와 제품 개발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소니는 최근 로봇 개 ‘아이보’에 AI를 탑재해 소셜 로봇 형태로 새롭게 내놨고, 미국 MIT 미디어랩 출신 로봇공학자 신시아 박사가 개발한  소셜 로봇 ‘지보’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가 지난해 발표한 ‘올해의 발명품 25’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정광민 연구원은 “(프리보는) 사람 사이 관계의 부재를 로봇과의 상호작용으로 대체하려 했던 기존 시도와는 다르게, 사람간 관계를 매개하고 유대를 강화하는 새로운 소셜 로봇의 역할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개인적으로도) 인간 관계를 회복하고 확장하는 역할의 소셜 로봇을 개발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간관계를 대체하는 소셜 로봇도 좋지만, 프리보처럼 사람과 소통하는 ‘징검다리’를 놓아주는 로봇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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