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라인' 회사엔 문화전도사가 있다

조회수 2018. 1. 27. 09: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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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인 문화와 가치를 알리는 '라인스타일'팀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라면, ‘라인’은 글로벌 메신저다. 전세계 230개 지역에서 매달 2억명의 사람들이 19개 언어로 라인을 통해 친구들과 소통한다. 우리에겐 카카오톡이 익숙하지만, 세계인에겐 라인이 더 친숙한 메신저다.


여러 나라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만큼, 같은 라인 위에서도 다른 문화와 언어가 흐른다. 라인을 서비스하는 라인플러스로서도 어려움이 많다. 그 가운데 하나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의 사람들이 하나의 메신저를 쓴다. 라인을 만드는 이들도 나라마다, 언어마다 다르다. 이들을 관통하는 기업문화를 어떻게 정립해야 할까. 그렇게 만든 문화를 문화와 개성이 뚜렷한 각 나라별 직원들에게 자연스레 스며들게 만드는 것도 숙제다.


“라인플러스가 햇수로 7년이 됐습니다. 기업이 확장되면서 우리가 어떤 가치로 일할지 정의할 시기가 왔습니다. 2016년부터 우리의 핵심 가치를 글로벌 조직들이 두루 이해할 수 있도록 키워드로 정의하는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고 지난해 초, 신중호 대표가 전 직원에게 가치를 공유하는 공식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라인의 문화를 공개적으로 선포한 셈이죠.”

신중호 라인플러스 대표

“사무공간 곳곳에 핵심 가치를 녹여라”


‘라인만의 문화’를 활자화한다는 건 녹록지 않은 작업이었다. 기본 컨셉트를 잡는 단계에선 인사(HR) 부서와 일본 라인주식회사가 참여했다. 기본 정의가 잡힌 뒤부터는 각 나라별로 담당자가 붙었다. 단어 하나 정하는 것도 쉽진 않다. 같은 단어라도 나라마다 갖는 의미나 뉘앙스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라인을 대표하는 가치를 단어로 압축하는 작업에만 4개월여가 걸렸다. 그 결과가 2017년 ‘라인스타일’이란 이름으로 정식 공표됐다.


‘라인스타일’은 1개 최상위 가치와 6개 키워드로 구성된다. 최상의 가치는 ‘와우’(WOW)로 수렴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진화해 혁신적인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이용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와우’란 감동을 제공하자는 의미다. 그 아래 정립한 6개 키워드는 감동을 전달하기 위한 라인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대변한다. 각 키워드와 그 의미는 아래와 같다.

이것이 '라인스타일'

핵심 가치를 공표했으니, 진짜 일은 이제 시작이다. “아무리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활자화해 공표한들, 현장 직원들로선 처음엔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의미를 잘 전달하고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게 작업하는 조직이 필요해졌어요.” 그래서 라인플러스엔 독특한 조직이 하나 생겼다. ‘라인스타일’ 팀이다.


라인스타일팀은 윤영설 리드와 이현진, 이선주 3명으로 꾸려져 있다. 인사팀 소속 팀이다. 그렇지만 업무 성격상 여러 부서나 직원을 넘나들며 커뮤니케이션한다. 주된 임무가 라인이란 조직과 서비스의 문화적 경험(CX)을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이해, 참여, 활용할 수 있게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라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 등을 직원들의 일상 업무에 자연스레 노출하는 것이다. 이 가치들은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업무 공간과 직원 생활에 자연스레 스며들게 된다. 이를 위해 라인스타일팀은 BX(브랜드경험) 디자인팀을 비롯해 유관부서와 협업해 공간을 구성하고, 문화 콘텐츠를 기획하고, 참여 행사를 마련하고, 각종 사내 활동을 지원한다. 한마디로 ‘열일하는’ 팀이다.

라인스타일팀 이선주 님, 이현진 님, 라인프렌즈 인사팀 문지현 님, 라인스타일팀 윤영설 리드(왼쪽부터)

“단순히 직원이나 타 부서와 커뮤니케이션 하고, 사내행사를 조직하는 일만 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무형의 가치를 내부 구성원들에게 설득하고 알리는 일을 합니다. IT기업 특성 상 대체로 개성이 강하고 궁금한 걸 못 참는 직원들이 다수입니다. 개발, 디자인, 기획 등 직군별로 경험도 제각각이고요. 한국 뿐 아니라 일본,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과도 커뮤니케이션해야 합니다. 그러니 각 직군과 나라별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을 갖추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이들이 갖는 공통된 고민은 한 가지다. 어떻게 하면 라인의 가치를 쉽게, 재미있게, 오롯이 전달할 것인가. 고민 끝에 이들은 가상의 팀원을 1명 더 들였다. ‘DJ라스’다. DJ라스는 라인 메신저 캐릭터를 활용한 가상의 팀원이다. 라인의 핵심 가치를 보다 쉽고 친근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DJ가 얘길 들려주듯 회사의 핵심 가치를 친근하게 설명해주면 어떨까 생각했죠. 2017년 9월 데뷔시켰습니다.”


DJ라스 탄생과 더불어 진행한 첫 행사는 ‘라인스타일 사례 공모전’이었다. 라인의 핵심 가치인 ‘와우’한 경험을 일상에서 마주한 순간을 공유하는 수기 공모전이었다. “공모 결과 13명을 선정해 시상식을 열었고, 수상된 사연은 DJ라스가 정리해 시리즈물로 연재했습니다. 각 수기에 대해 DJ라스가 직접 코멘트도 달아드렸고요. 앞으로도 연 1회 정도는 정기적으로 공모전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DJ라스'. 사원증 깠음!

체험형 사례 공모전으로 친근하게 가치 전파


생활 공간에서 자연스레 핵심 가치를 노출하는 일도 신경쓰고 있다. 라인의 핵심 가치들을 담은 자석을 나눠주고 책상이나 회의실 등에 붙여두기도 하고, 신입사원이 입사해 PC를 켜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도록 PC 배경화면도 만들었다. 사무실 집기 배치나 기자재 선택, 탁자나 조식에 이르기까지 업무 공간 곳곳에 회사의 핵심 가치를 녹이는 것도 라인스타일팀 몫이다. 

라인스타일 마그넷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메시지만 던지면 낯설어할 수밖에요. 그래서 전략을 바꿔 우리가 하는 일들에서 키워드를 자연스레 표현해내고 친숙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방향으로 바꿨어요. 이렇게 한 바퀴 돌고 나면 직원들도 자연스레 우리 핵심 가치에 맞는 방식으로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스며들게 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사례 중심의 참여형 행사를 많이 개최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였죠.”


대표적인 직원 참여형 행사는 ‘FNL’이다. ‘Friday Noon Live’의 약자로, 유명 TV 프로그램 <SNL>을 살짝 패러디했다. 한 달에 한 번, 금요일 정오(12시)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외부 강사를 모시고 강연을 듣거나 새로운 내부 서비스나 비즈니스 현황을 공유하는 행사다. 1년에 두 차례 정도 ‘힐링’을 위한 미니 공연도 마련했다. “같은 라인 메신저라고 해도 지역별로 서비스가 조금씩 달라요. 새로운 서비스가 나와도 다른 지역 직원들은 모르는 경우도 적잖고요. 그런 내부 서비스 현황들을 자연스레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라인 FNL

서로 다른 직군이나 팀끼리 친목을 다지고 상대방 업무를 이해하는 시간도 만들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라인 오픈 데이’다. 한 조직이 자세히 알고 싶거나 친해지고 싶은 조직을 지명하면, 라인스타일팀이 두 조직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다. 게스트 조직은 다음 회차에 호스트가 돼 다른 조직을 지명한다. 이런 식으로 매달 2개 조직이 릴레이로 화합하는 자리를 이어간다. 모임 결과는 라인스타일팀에서 스케치 형태로 정리해 전 직원과 공유한다.


지난해 12월엔 사무 공간 일부를 개조해 조그만 도서관도 만들었다. ‘와우 라이브러리’다. 책에서도 경험을 혁신할 아이디어를 얻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자신이 ‘와우’를 느낀 책, 동료들에게 추천해주고픈 책들을 신청받아 400여권 규모로 책장을 채웠다.

와우 라이브러리

“회사 내부에선 협업하는 조직도 많고, 협업이 예정된 조직도 있습니다. 또 직접 협업하진 않아도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알면 아이디어도 더 많이 나오리라 생각했죠. 조직이 커지면서 대개 자기 업무 외엔 잘 모르고, 협업할 때도 이메일만 주고받고 끝나는 경우가 태반이에요. 그래서 서로 다른 두 조직을 연결해주고, 자기계발과 회사 성장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도서관도 만들었습니다.”

한국의 성공 스타일을 세계 라인 조직으로


시행착오도 적잖이 겪었다. “처음엔 대표가 직접 나서 회사의 비전을 발표했으니, 우리는 세부 실행 작업만 진행하면 되리라 생각했죠. 그런데 동료들은 회사 비전에 대한 큰 그림만 들었지, 세부 가치에 대한 세밀한 이해 단계는 없는 상태였어요. 그런 상황에서 가치 공유 작업을 진행하다보니 우리가 전달하려는 가치와 직원들의 이해도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더군요. 그래서 조직별로 사례를 뽑아내는 작업을 시작하게 됐죠. 친근한 사례 중심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전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라인이라는 단일 메신저 뒷면엔 생각도, 피부색도, 문화도 다른 여러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며 일한다. 그럴수록 국적이나 문화를 뛰어넘어 모두가 공유해야 할 핵심 가치가 필요하다. 라인스타일팀은 이 가치가 지역이나 역할에 따라 실제 업무에 어떻게 스며들게 할지 고민하고 현지화하는 조직이다. “서로 다른 나라와 업무, 문화 속에서 공통분모를 뽑고 나머지 영역에선 자율성을 부여해야 하는데, 그것이 무 자르듯 딱 나뉘지 않기 때문에 늘 어렵습니다. 최접점을 찾아내는 게 업무상 큰 도전인 셈이죠.”


2017년은 라인스타일팀엔 개척기였다. 다양한 실험을 거치고, 성공한 사례는 정례화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올해는 한국을 넘어 다른 나라로 좋은 사례를 확산할 심산이다. 인력은 적고, 일은 많다. 채용도 상시 진행 중이다. 라인의 가치와 ‘라인스타일’에 공감하는 이라면 문을 두드려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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