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찌' 카톡 이모티콘, 누가 만들었을까?

조회수 2018. 1. 16. 15: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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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피 스튜디오 백윤화 대표 크리에이터

한창 플래시가 유행이던 때가 있었다. 졸라맨 게임이 히트를 쳤고, 마시마로 인형은 불티나게 팔렸다. 간단한 모션과 재밌는 스토리텔링을 등에 업고 캐릭터 시장은 호황기를 맞았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플래시 유행이 사그라들자 수많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도 문을 닫아야 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우리나라 캐릭터 시장에 제2의 전성기를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캐릭터 시장에게 필요한 건 플랫폼이다. 작업한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창구가 필요하다. 여기에 수익까지 얻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펀피 스튜디오의 백윤화 작가는 “캐릭터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캐릭터를 노출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 준 것에 감사한다”라고 말했다.

펀피 스튜디오 백윤화 대표 크리에이터

펀피 스튜디오는 캐릭터 스튜디오답게 이름보단 캐릭터로 더 친숙하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에서 주로 만날 수 있는 ‘바쁘냥’, ‘바쁘개’, ‘모찌’, ‘에로판다’가 대표작이다. 보통 한 작가당 하나의 캐릭터로 대표되는 것과 달리, 여러가지 캐릭터를 갖고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하나의 캐릭터보다는 어떤 세계관을 가질 수 있는 캐릭터 스튜디오가 되고 싶어요.”

백윤화 작가는 네이버에서 9년간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중 5년간은 일본 NHN에 있었다. 캐릭터 천국 일본에서 살며 다양한 일러스트레이션을 업무 과정에서 경험했다. 그러다 4년 전 처음 창업을 결심했을 땐 주변에서 만류가 많았다. 다들 좋은 회사 관두고 왜 어려운 길을 가냐고 말했다. 백 작가는 내 그림을 다양한 방면으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펀피 스튜디오를 열었다.

“일본에 있을 때 ‘모찌’ 캐릭터를 라인프렌즈에 출품한 적이 있었어요. 생각지도 못하게 대박이 났죠. ‘내 그림이 영향력을 끼칠 수도 있구나’라는 경험을 했어요. 창업의 계기가 됐죠.”

한국으로 돌아와 시장을 살펴보니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으로 출시한 캐릭터는 ‘푸푸’다. 똥은 남녀노소가 재밌어하니까 잘되겠지 하는 자신감으로 출시했다. 하지만 완전히 망했다. 정신적 충격이 컸다. ‘예쁘고 독특하기만 하면 된다’라는 생각이 무너졌다.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외주 프로모션을 하다보니 드는 생각이 있었다. ‘예쁘다고 다가 아니구나.’ 그때부터 스토리텔링에 집중했다. 캐릭터 중심이 아닌, 메시지 중심의 전략을 짰다. 한국 사람들의 ‘빨리빨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바쁘냥’ 캐릭터를 기획했다. 대박이 났다. 이어서 ‘바쁘개’까지 연속으로 사랑을 받았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바쁘냥'(좌) ‘바쁘개’

카카오톡 이모티콘의 트렌드는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 처음엔 표정 중심의 스티커나 ‘안녕’, ‘오케이’같은 단순한 메시지성이 많이 쓰였다. 그러다가 애니메이션이 도입되고, 지난해엔 B급 코드가 유행하기도 했다. 드로잉은 점점 단순해지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은 더 섬세해지고 있다. 백윤화 작가는 “사람들이 대화할 때 필요를 느끼는 디테일한 감정들을 항상 고민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게 원래 가장 어렵다. 이모티콘을 출시하고 인기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건 다음 날 아침 나오는 인기 순위 리스트뿐이다. 판매 수치 이외의 별도 데이터는 없다. 기획부터 출시까지 말 그대로 ‘감’에 의존해야 할 뿐이다. (이 부분을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이모티콘을 출시할 때 첫 번째 메인 이미지와 제목이 중요한 이유도 그래서다. 첫인상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모찌’ 애니메이션 작업 프레임 일부
“처음 기획 콘셉트를 잡을 때 몇 가지 감정 메시지들을 정해놔요. 이후에 캐릭터 표정이나 이런 것들을 조율하죠. 그 과정에서 눈썹이 없어지거나 입이 없어지거나 몸의 비율이 달라지거나. 시행착오가 많죠.”

백윤화 작가는 캐릭터 하나를 만들고 이모티콘으로 출시하기까지 엄청난 공을 들인다. 아이템 기획이 시작되면 출시 직전까지 수없이 많은 시안을 그린다. 사람들에게 공감력을 전달할 수 있는 최적화 캐릭터를 고민한다. 별의별 고민을 한다. 아니다 싶으면 바로 엎는다. 머리가 더 큰 게 좋을까, 모션을 더 움직이는 게 좋을까를 논쟁한다. 강아지 캐릭터로 만들었다가 막판에 돼지 캐릭터로 바꿔버리기도 할 정도다. 이 정도 입장이면 B급 코드의 유행이 허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백윤화 작가는 다양한 코드가 생겨서 캐릭터 시장이 커지는 것 자체를 환영한다고 했다.

“캐릭터에 공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일반 이용자들에게 중요한 건 ‘공감’에 대한 차이예요. 그래서 B급 코드도 유행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펀피 스튜디오는 총 19개의 캐릭터를 갖고 있다. 올해 더 많은 캐릭터를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이모티콘만 만들기보다는 콘텐츠 스튜디오가 되고 싶다. 이를 위해 다양한 포맷을 고민 중이다. 캐릭터가 더 많은 사람의 삶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세웠다.

“펀피 스튜디오는 우리만의 큰 세계관을 가진 캐릭터들을 만들고 싶어요. 픽사 안에 토이스토리, 카, 몬스터 주식회사 등등이 있듯이 저희 이모티콘도 공통적인 세계관 안에서 자유롭게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모찌 인형과 함께, 백윤화 작가

백윤화 작가는 지난해 10억원 매출, 억대 연봉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것들이 거품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목표는 디지털 공간의 디즈니랜드. 백윤화 작가는 “디즈니랜드가 넓은 땅을 사서 꿈의 나라를 만들었듯, 우리는 디지털 공간에서 펀피만의 나라를 만들고 싶다”라며 “펀피의 세계관을 이해해주고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나오면 행복할 것 같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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