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개그맨 커플의 유튜브 진출기, '엔조이커플'을 만나다!
크리에이터에 대해 항상 나뉘는 의견이 있다. ‘이미 레드오션이다’ 혹은 ‘아직 블루오션이다’는 것이다. 양쪽 모두 일리는 있다. 국내 유튜브 시장에서 이미 대형 크리에이터들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 아직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세대는 넘어가라고 있는 거다. 유행이란 것도 지나가기 마련이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할 공간은 언제나 남아있다. ‘크리에이터 탐구생활’을 진행했던 한 대형 크리에이터는 “크리에이터 시장을 숲과 나무로 봤을 때, 아직 군데군데 비어있는 카테고리는 분명히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을 두고 요즘 나오는 얘기처럼 ‘그때 했어야 했는데, 라고 생각했을 때 했어야 했는데’의 무한 반복이 되기엔 아까운 시간이다.
유튜브 시작 단 8개월 만에 구독자수 30만명을 기록한 크리에이터가 있다. 시작할 당시에도 이미 늦었다 말했지만 용기있게 도전했다가 ‘대박’을 맞았다. 유튜브 채널 ‘엔조이 커플‘의 임라라·손민수 씨 이야기다. 두 사람의 본업은 개그맨이다. 임라라 씨는 2015년 SBS 공채 개그맨으로 최근 종영한 방송 ‘웃찾사’에서 활동한 적이 있고, 손민수 씨는 2014년부터 tvN ‘코미디빅리그’에서 개그맨으로 활동했다. 방송국 개그맨이었던 그들이 유튜브를 선택했던 이유는 뭘까.
두 사람은 ‘할 거면 제대로 하자’라는 생각으로 본격적인 유튜브 채널 준비를 시작했다. 제일 중요한 ‘컨셉’을 두고 고민을 했다. 선택의 결과는 ‘커플 콘텐츠’다. 말리는 사람도 많았다. ‘지금이야 좋지, 결혼 못 하면 어떡하려고’ 같은 의견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확신이 있었다. 당시 유튜브에서 그나마 커플 콘텐츠 분야는 공백이 조금 있어 보였고, 둘이 데이트하며 나오는 자연스러운 것들을 담고 싶었다.
3년째 연애 중인 두 사람의 합은 콘텐츠 기획에서부터 촬영, 편집까지 척척 맞는다. 특히 편집에서의 역할 분담은 콘텐츠의 주요 성공요소로 봐도 될 만큼 특징적이었다. 일단 손민수 씨가 1차로 간단한 컷 편집을 하면, 임라라 씨가 섬세한 디테일을 집어넣는 2차 컷편집을 한다. 그다음으로 같이 음악이나 자막 효과 등을 논의해서 넣는다. 서로 번갈아가며 편집작업에 동참하니 각자 연인의 장점과 매력을 잘 살린 컷을 찾아주게 된다.
전략 1 : 개그의 호흡을 익혀라
두 사람은 방송국 개그맨으로 활동했던 시기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한 이후에 더 많은 인기를 얻었다. 길거리를 걷다가 알아보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개그맨 활동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는 유튜브 채널을 성공시키는 데 큰 동력이 됐다. 그동안 고생하며 익힌 개그 콘텐츠의 호흡은 유튜브 콘텐츠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두 사람은 개그 콘텐츠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개그 영상을 많이 보라’는 조언을 했다. 개그 콘텐츠는 그냥 웃긴 사람들이 하면 되는 걸로 생각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감’이라는 게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렌드를 따라가는 능력도 강조했다. 요즘 사람들이 웃기게 생각하는 것들을 시의성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것도 개그의 문법이다.
전략 2 : 계속해서 다양한 시도를 해라. 특히 초반 3개월은.
엔조이커플 채널이 몇 가지 콘텐츠로 크게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두 사람은 결코 흥행 콘텐츠의 포맷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재능과 끼가 더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엔조이커플은 몰래카메라, 먹방, 브이로그, 상황극 등 개그 소재가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콘텐츠를 지금도 실험 중이다. 댓글 반응을 보기도 하고, 조회수 등 단순 숫자 비교를 해보기도 한다.
엔조이커플은 플랫폼에 대한 테스트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두 사람이 운영하는 채널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있다. 수익 부분 때문에 가장 중심은 유튜브다. 다만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통해 각 플랫폼마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 특성이 다르다는 인사이트를 얻었다. 예를 들면, 초창기 페이스북에는 예고편 형식의 콘텐츠를 올리면 유튜브로 넘어오겠거니 했었다. 그런데 그런 방식은 공유수가 크게 나오질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이 담기지 않은 콘텐츠를 페이스북에 공유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요약본 형식의 콘텐츠로 페이스북 업로드를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주로 소식 올리기용으로 활용한다.
전략 3 : 콘텐츠 반응은 시간 투자에 비례한다.
최근 엔조이커플이 소위 ‘빵 터졌다’라고 할 만한 콘텐츠는 ‘엘리베이터 방구 몰래카메라’다. 유튜브-페이스북 기준 총합 8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웬만한 제작사의 조회수를 훨씬 웃돌 만큼 입소문을 크게 탔다. 두 사람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간을 정말 많이 들인 콘텐츠다”라고 말했다. 엘리베이터에서 여자친구가 방귀를 뀐다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런 이런 리액션이 나와야 웃기겠다’라고 머리 속에 상상한 것들이 충분히 나올 때까지 새벽부터 촬영을 계속했다. 다행히 몇 가지 좋은 리액션이 잡혔다.
두 사람은 영상에 공이 들어가면 시청자들이 알아주는 것 같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또 한 번 ‘빵 터진 것에 안주하지 말 것’을 말했다. 방귀 영상이 터졌다고 해서 비슷한 2탄을 만들어낸다고 한들 잘 안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방귀 영상 이후로 오히려 더 신중하고 공들인 영상을 기획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커플 콘텐츠를 만들면 힘든 점도 많지 않나요? 카메라 없는 상태로 데이트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단언컨대 비추합니다.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어요. 해가 지기 전 장면이 필요한 콘텐츠를 찍어야 되는데 둘이 싸운 거예요. 근데 화해하기는 싫고, 해는 점점 지고. 해지기 1시간 전에 얼마나 고민이 되던지. 결국 화해 안 하고 다음 날 아침에 다시 만났어요.” – 임라라 씨
영상 콘텐츠에서는 두 사람의 장난스럽고 예쁜 모습만 나오지만, 모든 연인은 그렇듯 싸우기도 할 테다. 특히 짓궂은 장면을 촬영할 때가 많이 있어 걱정이 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말로만 ‘비추’일 뿐 행복해보였다. 서로 ‘이것만큼은 하지 말자’라고 약속해둔 선도 있다. 이를테면 숨어있다가 깜짝 놀래키기 같은 류다. 이런 방식으로 서로를 배려하며 두 사람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 계속 성장해가고 있다. 두 사람의 최종 목표는 결혼이다. 두 사람은 크리에이터로 열심히 활동한 돈으로 결혼 콘텐츠, 육아 콘텐츠까지 찍을 거라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