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8'의 의미

조회수 2017. 11. 24. 17: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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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X' 출시일에 보는 '아이폰8' 리뷰
‘아이폰6S’를 사용 중이다. 할부는 3개월 남았다.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아이폰6S와 함께하느냐 바꾸느냐.

스마트폰은 대개 2년이 지나면 타이머라도 맞춰놓은 듯 버벅대기 시작해서 인내심을 시험한다. 이 시험에 낙방한다면 아마 새로운 아이폰을 사게 될 것이다. 아이폰 사용자는 대개 iOS 생태계에 속박돼 안드로이드로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돼버리고 만다. 그런데도 선택지는 좁혀지지 않는다. 새로운 아이폰은 하나도 둘도 아닌 셋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6’부터 대화면 플러스 모델을 따로 내놓고 있다. 이번에도 ‘아이폰8’과 ‘아이폰8 플러스’가 나왔다. 하지만 팀 쿡은 “원 모어 띵”을 외쳤고 ‘아이폰X’이 소비자의 시험지에 추가됐다. ‘X’라고 쓰고 ‘텐’이라고 읽는 아이폰X은 상위 기종, 아이폰8은 하위 기종으로 여겨지기 쉽다. 이름부터 ‘텐’과 ‘에잇’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을 피해가기 위해 X라고 표기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이폰X을 기다렸다. 나오자마자 구형 취급받는 아이폰8은 왜 나왔을까? 도대체 우리는 어떤 아이폰을 사야 하나? 내 손에 들어온 아이폰8과 아이폰8 플러스는 이에 대한 해답을 줬다.

주요 스펙

같지만 다른 디자인


아이폰8의 첫인상은 익숙했다. 공감각적으로 표현하면 엄마가 해놓고 간 사골국 맛이 느껴졌다. 앞모습만 놓고 보면 할부가 3개월 남은 아이폰6S와 구별하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홈버튼과 상·하단 베젤은 그대로고 모서리의 곡률까지 한 치의 오차 없이 같아 보였다. 아이폰8을 두고 ‘아이폰6SSS’ 같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반전은 뒤태에서 벌어졌다. 아이폰8의 후면은 매끈했고 간결했다. 부상 당한 선수가 테이핑 치료를 받는 것처럼 ‘절연띠’로 치장한 아이폰6S와 달랐다. 아이폰은 3년 만에 절연띠를 풀고 필드에 나왔다.

아이폰8 뒷면엔 카메라와 사과 마크와 아이폰이라는 문구만 남았다.

차이는 재질에서 온다. 아이폰8 후면은 유리 재질로 돌아왔다. 애플은 아이폰5부터 알루미늄 일체형 디자인을 유지해왔다. 일체감, 견고함 등이 장점이지만 재질 특성상 통신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안테나선, 일명 절연띠가 필요했다. 아이폰5 시리즈는 유리 소재를 섞어 써서 안테나 문제를 피해갔지만 아이폰6부터 절연띠가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아이폰7 역시 절연띠를 완벽히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폰8은 후면에 강화유리 소재를 사용해 절연띠를 제거했다.


애플은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3년간 아이폰6 디자인을 다듬어 마침내 완성된 형태로 내놓았다. 뒷면만 놓고 보면 아이폰6S는 아이폰8 옆에서 ‘오징어’가 된다. 같은 디자인으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도 능력이다. 골드, 실버, 스페이스 그레이 세 가지 색상 중 골드색 아이폰8과 실버색 아이폰8 플러스를 써봤는데 두 색상 모두 촌스럽지 않게 잘 표현됐다. 사실 골드는 이미 유행이 지날 대로 지나 끝장난 색상이라고 생각했다. 아이폰8 골드를 보기 전까진 말이다.

왼쪽부터 '아이폰6S', '아이폰7', '아이폰8', '아이폰8 플러스'

아이폰8은 ‘크레파스 금색’에서 벗어나 흰색과 금색 사이의 어딘가에서 세련됨을 되찾았다. 얼핏 보면 핑크빛도 감돈다. 출시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아이폰6S 로즈골드 색상은 아이폰8 옆에서 빛바랜 추억으로 남았다. 실버 색상 역시 흰색과 은색 사이에서 은은하게 빛난다. 아이폰8의 색감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깊고 불투명하다. 투명하지만 불투명한 형용모순적인 색감이다. 바탕색은 불투명한데 재질 자체는 유리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7중으로 색을 칠해 깊이 있는 색감을 완성했다고 설명한다.

유리라고 내구성을 겁낼 필요는 없다. 아이폰8에 사용된 강화유리는 기존 고릴라글래스보다 강도가 50% 향상됐다. 애플은 스마트폰 사상 가장 견고한 유리 소재로 제작됐다고 자신했다. 갤럭시S8, 갤럭시노트8, V30 등 최신 스마트폰들이 모두 후면 강화유리 재질로 나오고 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아이폰8만 특별히 내구성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디자인 자체가 다른 제품보다 더 유리같이 보여서 유독 불안한 눈빛을 보내게 되지만 실제로는 더 단단하다. 또 IP67 등급 생활 방수 및 방진 기능도 제공한다.

알루미늄 프레임을 전·후면 유리로 감싼 디자인은 보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사용성도 높여준다. 아이폰8에는 무선충전 기능이 추가됐다. 알루미늄 같은 금속 재질은 무선충전이 어렵지만 전도성이 높은 유리는 무선충전 방식에 적합하다. 충전 패드에 올려놓는 방식이 선을 꼽고 충전하는 거랑 무슨 차이가 있냐는 의문이 들지만, 일상 속에선 사소한 불편이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특히 무선충전 기술은 생활 가구와 결합이 쉽다. 호텔, 카페, 공항 등 여러 시설물에 적용·확대되고 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무선충전 패드 설치는 삼성이 하고 충전은 아이폰이 한다.

아이폰X과 같은 성능


많은 사람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지만 아이폰8은 기본적으로 아이폰X과 성능이 같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OLED와 LCD라는 재질의 차이가 있지만 새롭게 적용된 기술은 동일하다. 바로 ‘트루톤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아이패드 프로’에 처음 적용됐던 트루톤 디스플레이는 주변 조명 환경에 맞춰 자동으로 화면 색온도를 조정해주는 기능이다. 백열등 전구가 달린 화장실에 있을 때와 형광등 조명의 사무실에 있을 때, 햇빛 아래 있을 때 각각 화면 색온도를 달리 나타낸다.


트루톤 디스플레이는 쉽게 말해 눈이 편한 기술이다. 기존 ‘나이트 시프트’ 기능은 주변 조명과 관계없이 블루라이트를 제거해 누렇게 뜬 어색한 화면을 보여주지만, 트루톤 디스플레이는 주변광 센서를 통해 빛을 읽고 가장 자연스러운 색을 만들어준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기술이지만 생활 속에서 경험해보면 트루톤 디스플레이가 있고 없고의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온종일 스마트폰 화면에 갇혀 사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기능이 아닐까 싶다.

왼쪽부터 '아이폰6S', '아이폰8', '아이폰8 플러스'

스마트폰의 두뇌인 프로세서의 경우 아이폰X 공개 당시 괴물 같은 성능으로 화제를 모은 A11 바이오닉 칩이 똑같이 탑재됐다. 기존 A10 퓨전보다 성능은 최대 70% 향상됐지만 전력 효율이 높아져 배터리 사용 시간은 아이폰7과 동일하게 유지해준다. A11 바이오닉은 4개의 효율 코어와 2개의 성능 코어로 구성됐는데 아이폰이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개별 코어가 유연하게 작동한다.


예를 들어 시험 기간, 특히 수능을 볼 때 우리는 ‘두뇌 풀 가동’을 해야 한다. 하지만 두뇌 풀 가동이 일상 속에서 지속된다면 소진되는 에너지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삶을 버텨낼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평소엔 적당히 멍청하게 지내다가 가끔 똑똑해지곤 한다. A11 바이오닉도 마찬가지다. GPU 성능은 30% 더 빨라졌다. 3D게임이 더 잘 돌아간다는 말이다. 이러한 성능을 바탕으로 애플은 아이폰을 증강현실(AR)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향상된 카메라와 맞물려 아이폰8은 AR 경험의 몰입감을 높여준다.

시커먼 의자를 치우고 핑크색 이케아 의자를 배치해보았다.

일상을 지배하는 카메라


아이폰은 스마트폰 카메라의 대명사로 불린다. 한때 스마트폰으로 보여줄 수 있는 카메라 성능의 정점을 찍었지만 우리네 삶처럼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왔다. 상향 평준화된 스마트폰 카메라들 사이에서 아이폰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폰8은 다시금 “카메라는 아이폰이지”라는 말을 꺼내게 한다. 특히 아이폰8 플러스의 듀얼카메라는 일상에서 DSLR 카메라의 존재 이유를 희석시킨다.

우리가 구태여 무겁고 큰 DSLR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배경을 날려주는 아웃포커싱 때문이다.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아웃포커싱은 사진에서 인물을 돋보이게 하고 특정 사물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흔히 말하는 일상 스냅 사진이다. 이미지센서의 크기와 렌즈 구경의 한계로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으로 보였다. 하지만 화각이 다른 두개의 카메라 렌즈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스마트폰도 아웃포커싱을 구현하기 시작했다. 한쪽 렌즈는 피사체의 초점을 잡고 다른 한쪽 렌즈는 피사체 외의 배경을 흐리는 식이다.


아이폰7 플러스부터 도입된 인물사진 모드는 괜찮은 아웃포커싱 결과물을 보여줬지만 조금 어설펐다. 특히 조명이 어두운 환경에서 노이즈가 심했고 디테일을 무너트렸다. 아이폰8 플러스는 좀 과장해서 말하면 일상에서 DSLR의 필요성을 지운다. 햇빛이 쨍쨍할 때라면 말이다. 무게나 편의성 측면을 고려하면 일상에서 DSLR을 수시로 들고 다니기 힘들다. 아이폰8 플러스로도 SNS에 올리기엔 충분한 일상 스냅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저조도 환경에서도 쓸만한 수준의 결과물을 나타낸다.

또 새롭게 추가된 인물사진 조명 모드는 피사체 얼굴의 밝기를 환하게 해주거나 음영 표현을 통해 얼굴 윤곽을 강조할 수도 있다. 인물사진 조명 모드 안에는 피사체만 남겨두고 배경을 까맣게 날려주는 무대 조명 기능도 있는데, 아직은 베타 버전이라 그런지 포토샵을 처음 배운 사람이 어설프게 ‘누끼’를 딴 모습이다. 인물사진 조명 모드는 사진을 촬영할 때 미리 적용할 수 있고 촬영한 후에도 자유롭게 다른 조명으로 편집할 수 있다.

자연 조명
스튜디오 조명
윤곽 조명
무대 조명
무대 조명 모노

아이폰8 플러스의 듀얼카메라도 아이폰X과 성능이 거의 동일하다.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듀얼 카메라 중 망원 렌즈 조리개 값이 f2.8로 f2.4인 아이폰X보다 약간 높다. 조리개 값이 낮을수록 더 밝은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이 정도 수치는 미미한 차이다. 또 아이폰X의 경우 듀얼카메라 모두에 OIS(광학 이미지 흔들림 보정)가 적용됐지만 아이폰8 플러스는 한 쪽 렌즈에만 들어갔다.


아래는 아이폰8 플러스 인물사진 모드와 소니 ‘a7’ SEL2470Z 렌즈로 찍은 사진이다. 어느 쪽이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일까?

사용자 경험의 차이


결론적으로 말해서 아이폰8은 아이폰X의 하위 기종이 아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내부의 성능은 거의 같다. 단지 사용자 경험이 다를 뿐이다. 아이폰X은 아이폰 탄생 1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베젤리스 디자인을 적용하고 이를 위해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홈버튼과 지문 인식 기능을 과감히 삭제하고 대신 제스쳐 동작과 얼굴 인식을 새롭게 추가했다. 이를 통해 애플은 물리적인 접촉을 최소화하고 화면에 몰입하게 하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주려 한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은 초기에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며 일단 가격 자체가 비싸다. 한국 가격 기준으로 아이폰X은 142만원, 아이폰8은 99만원, 아이폰8 플러스는 113만원부터 시작한다. 페이스아이디를 통한 보안 인증은 수많은 검증 절차를 걸칠 것이며 특히 보수적인 한국 금융 시장에 적용되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8에는 홈버튼과 지문 인식 기능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를 통해 익숙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준다. 홈버튼은 지난 10년간 아이폰의 정체성을 구성해왔다. 아이폰X이 앞으로의 10년을 바라보는 아이폰의 미래를 제시한 제품이라면 아이폰8은 이전의 10년을 완성된 형태로 정제한 아이폰이다. 굳이 아이폰의 미래를 엿보기 위해 웃돈을 얹기 싫다면 아이폰8은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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