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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고, 블록체인 위에 P2P 에너지 거래를 얹다

조회수 2017. 11. 2. 11: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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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카이카이 양 에너고랩스 공동 설립자

일상생활에서 공기처럼 존재하는 전기. 전기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전력산업은 중앙집중형으로 발전했다. 생산은 독과점 생산 업체가 맡고 대중은 소비자에 머물렀다. 그런데, 앞으로도 그럴까?

중국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에너고랩스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분산형 자율 에너지(Decentralized Autonomous Energy) 커뮤니티, 이른바 ‘DAE 커뮤니티’이다. DAE 커뮤니티는 퀀텀(Qtum) 블록체인의 분산형 앱(D-app) 생태계와 태양광 패널, 에너지 저장소 등 물리적 인프라를 연결해 개인 간(P2P) 전력 거래를 가능케 한다.

분명 멋진 청사진이다. 그런데 속속들이 이해하기엔 생소한 개념들이 많다. 그래서 에너고랩스에 직접 들어보았다. 지난 10월20일 코인네스트가 주최한 CAM-UP 컨퍼런스에 초청을 받아 한국을 방문한 에너고랩스의 카이카이 양 공동 설립자 겸 최고운영자(COO)를 만났다. DAE 커뮤니티는 어떻게 작동되는 것인지, 에너고랩스의 한국 사업 계획은 무엇인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카이카이 양 COO

에너지 분야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다

‘블록체인’ 하면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 화폐를 떠올린다. 그리고 관심사는 온통 암호화 화폐 투자로 옮겨간다. 하지만 최근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거래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에너고랩스가 주목한 것은 에너지 분야와 블록체인의 결합이다.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이미 있었지만, 사람들은 이 아이디어를 기술적으로 구현할 최상의 방법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카이카이 양 COO는 블록체인이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구현할 최고의 ICT 기술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을 에너지 분야에 접목해 DAE 커뮤니티가 가능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만들고, 이를 현실 세상과 연결한 게 우리가 그리는 미래형 에너지 생태계다.”

에너고랩스는 ‘퀀텀’ 블록체인을 사용한다. 카이카이 양 COO는 “미국과 유럽에도 블록체인을 이용한 에너지 P2P 스타트업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더리움을 사용하고 우리는 퀀텀을 사용한다”라며 “퀀텀 기반이라는 점이 우리의 차별점이자 강점”이라고 말했다.

퀀텀이 무엇이길래 차별점이자 강점이라는 것일까. 퀀텀은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을 접목한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기본 콘셉트는 이더리움에서 가져왔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위에 스마트계약서를 올려 중개자 없이 금융을 포함한 다양한 거래를 할 수 있게 한 플랫폼이다. 이 위에서 다양한 분산형 앱을 만들 수 있다.

퀀텀은 이더리움의 콘셉트에 비트코인의 강점인 UTXO 기술을 접목했다. 이더리움-비트코인 호환이 가능한 것도 퀀텀의 강점이다.

“퀀텀 블록체인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연결한다. 또 디지털 세상과 현실 세상을 연결한다. DAE 커뮤니티를 위해서는 마이크로그리드 등 물리적 인프라와 디지털 세상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는데 퀀텀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카이카이 양 COO “물리적인 현실 세상과 디지털 세상을 연결하는 거죠!”

에너고랩스는 지난 7월25일 퀀텀 기반 D-app 중 첫 번째로 가상화폐 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를 진행했다. 또 지난 10월13일에는 에너고 코인 ‘테슬라'(TSL)를 코인네스트에 상장했다. 한국 가상화폐 거래소에서의 첫 상장이다. 카이카이 양 COO는 “올해 말 한국에 있는 다른 거래소 두세 곳에서도 TSL을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필리핀에서 첫 프로젝트 시작, 한국 진출도 모색 중

에너고랩스는 우선 동남아시아 지역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첫 프로젝트는 필리핀에서 시작했다. 2달여 전 필리핀 에너지 기업과 협력해 빌딩 5개 규모의 DAE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필리핀 에너지 기업이 인프라(마이크로그리드)를 만들고, 에너고랩스는 이를 디지털 세상과 연결해 블록체인 상에서의 P2P 전력 거래가 가능한 플랫폼을 제공했다.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빌딩이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잉여 전력은 에너고랩스가 만든 플랫폼에서 P2P 거래하는 방식이다. 모든 거래는 퀀텀 블록체인에서 스마트계약서로 이뤄진다. 만약 DAE 커뮤니티 내에서 생산되는 전력이 자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면, 스테이트그리드의 전력을 끌어다 쓴다.

에너고랩스는 2달여간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운영된 것을 보고 프로젝트의 규모를 키울 준비를 하고 있다. 카이카이 양 COO는 “조만간 세계 최대 규모인 600명 규모로 프로젝트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다음 프로젝트는 호주에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 진출도 모색 중이다. 카이카이 양 COO는 “한국의 에너지 기업들과 논의가 오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늘 오후에도 한 에너지 기업과 미팅이 마련돼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그리는 미래, 5년 후 현실화될 것

에너고랩스는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잉여 전력을 P2P 거래하는 방식이 새로운 상식이 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즉 에너지가 교환 가능한 ‘재화(commodity)’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솔루션(DAE 커뮤니티)은 사람들이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바꿔놓을 것이다. 지금 사람들은 전기요금에만 신경을 쓴다. 하지만 에너지가 교환 가능한 재화가 되면 전기가 생산되는 방식을 선택하고 전기요금이 상정되는 것에 직접 참여하고, 에너지가 거래되며 발생하는 데이터의 가치도 활용할 수 있다.”

에너지 생태계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할 수 있는 이런 미래는 언제 가능할까. 인터뷰에 함께한 레이 추 공동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5년 후면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2가지 쟁점이 해결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부의 규제와 에너지 저장 비용이다. 레이 추 CEO는 “기존의 중앙집중형 전력생산 기관은 우리가 내놓은 새로운 모델을 경계하는 면이 있다. 자신의 비즈니스를 뺏어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규제 이슈에 따라 DAE 커뮤니티가 현실화될 시점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에너지 저장 비용과 관련해 “지금은 잉여 전력을 저장해두는 비용이 높다”라며 “기술이 발달해 이 비용이 내려가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시도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카이 양 COO(왼쪽)와 레이 추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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