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프라 덕후들 모여라, 유튜브 건담홀릭TV의 제룡님을 만나다!

조회수 2017. 10. 12. 16: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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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여러분 일코 해제의 시간입니다."
출처: flickr.CC BY.Luca Mascaro

덕후 문화의 역사는 길다. 마니아라는 명칭으로 시작해 오타쿠를 지나, 덕후로 정착했다. 한때 모 케이블 프로그램에 출연한 ‘캐릭터 인형과 결혼한 오타쿠’로 인해 마치 사회성이 부족한 이미지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덕후의 시대다. 덕후들은 내가 관심 있는 어떤 분야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보유해 찬양을 받는다. 그들은 이제 ‘일코해제(일반인인 척 코스프레를 하다가 덕후임을 밝힘)’라는 신조어를 남길 만큼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코해제!!!!)

덕후들이 카메라 앞에 섰다. 유튜브는 사실 덕후들이 활동하기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다. 덕후 카테고리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담 프라모델(건프라)’ 분야가 특히 그렇다. 플라스틱 파츠에 불과했던 것에서 형체를 갖추고 디테일을 구현하기까지. 단순한 조립의 과정이 아니다. 이 안에는 감히 기사에서 설명할 수 없을 만큼의 수많은 정보가 담긴다. 과연 덕후들은 자신의 콘텐츠를 어떻게 영상에 담아낼까. 유튜브 ‘건담홀릭TV‘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제룡을 만나봤다.

“프라모델로 어떻게 영상을 만들어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처음 들었을 때 제룡이 뱉은 말이다. 7살 때부터 건프라를 시작해 22년째 스스로를 ‘건덕후(건담+덕후)’라고 할 만큼 건프라에 익숙하지만, 영상에 담아내는 일은 생각조차 못 해봤다. 건프라는 한두 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제룡은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프라 전문 유튜버가 됐다.

“제가 프라모델하면서 항상 느꼈던 불편한 부분들을 풀어내면 되겠더라고요.”

위 사진으로 예를 들어 보자. 당신이 건담 프라모델을 만들려고 하는데, 데칼 스티커를 붙이는 테크닉이 궁금하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해당 사진이 나온다. 사진에는 ‘면봉으로 물기를 빼냅니다’라는 설명이 덧붙어 있다. 자칫 잘못한 면봉질로 스티커가 찢어질 수도 있는 상황. 면봉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얼마나 힘을 주고 닦아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스티커를 다뤄야 하는지 답답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영상은 이런 경우에 최적의 효과를 낸다.

“건담 프라모델을 하다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들이 어려워할 만한 것들이 많아요. 스티커는 어떻게 붙이는지, 사포질은 어떻게 하는지, 스나이퍼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등이요. 이런 걸 사진으로만 보고 할 수 없잖아요.”
유튜브 건담홀릭TV에 출연 중인 유튜버 제룡

사실 영상을 다루는 건담홀릭TV 채널의 역사는 웹서비스에서부터 시작됐다. 건담에 관련한 정보가 한 곳에 모여있는 포털을 만들어보자고 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만큼 건프라 분야는 쏟아지는 정보가 산더미다. 원작 애니메이션 설정에서부터 각 원작에 등장한 용어는 물론이고 매주 출시되는 신작 프라모델까지 공부거리 투성이다. 물론 덕후들에겐 공부가 아니라 취미 생활이지만 말이다.


제룡은 정보성 콘텐츠의 추세가 동영상으로 흘러간 것을 안 후부터는 영상 제작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시청자 타깃과 정보의 카테고리에 맞게 콘텐츠도 다양화했다. 현재 건담홀릭TV는 앞서 설명한 모델링 테크닉같이 진입자들을 위한 콘텐츠에서부터 진성 덕후들을 위한 정보 콘텐츠까지 넓은 범위를 다루고 있다. 객원멤버를 포함해 총 3명이 건담홀릭TV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다. 그중에서 제룡은 기획부터 출연 등 대부분의 일에 함께 참여한다.

제룡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략 1. 마니아 콘텐츠는 예능이 아니다. 교양 방송이다.

“제 채널은 예능이 아니에요. TV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교양 프로그램들 있잖아요. 재미를 찾기보다는 정보를 담아내는 프로그램들. 저는 제 채널이 유튜브의 교양 프로그램 같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주로 건담에 관해 정보를 찾고 싶을 때 방문하시거든요.”

건담 프라모델은 진입장벽이 높은 콘텐츠다. 22년간 건담에만 빠져있었던 제룡에게도 가끔 실수에 대해 ‘생각보다 건알못(건담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네요.’라는 식의 지적이 들어오기도 한다. 그만큼 전문가 수준 못지않은 마니아 유저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제룡은 항상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 전달에 촉각을 세운다. 촬영 전 해당 제품에 대해 꼭 전해야 할 핵심 포인트들을 확실하게 점검한다.


그렇다고 너무 딱딱해서도 안 된다. 뉴스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룡은 ‘전문가 느낌으로 친절하고 부드럽게 알려줄 것’과 ‘하지만 너무 가볍지도 않게’라는 두 가지 사이의 줄타기가 지금까지도 너무 어렵다고 했다. 다양한 시행착오가 있었다.

유튜버 제룡은 동영상 출연 포맷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시도한다. 직접 셀카봉을 들고 건담 프라모델 판매장을 찾기도 하고, 관련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조립 생방송을 진행한다.

제룡이 직접 카메라 앞에 얼굴을 공개하고 출연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고민의 일환이었다. 초창기 영상에서는 진짜 건담 프라모델과 손만 등장했다. 얼굴이 노출되지 않아도 충분히 간단한 정보 전달은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메라 2대를 통해 영상에 직접 출연하는 화면과 건담 프라모델의 화면을 골고루 섞어 배치하니 시청자들에 대해 신뢰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소통을 통해 ‘저 사람이구나’라는 확인을 심어준 셈이었다. 이때 이후로 채널도 빠르게 성장했다.


전략 2. 이 분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그리고 다양하게. 


제룡의 일주일은 완전히 영상 콘텐츠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매주 토요일 프라모델이 신제품이 발매되는데, 1개의 제품으로 최소 9개의 다른 영상을 매일 생산한다. 예를 들면 토요일 발매에 맞춰 제품 사러 가는 길, 언박싱(구성품을 열어보는 것) 영상을 찍는다. 월요일에는 조립하는 생방송을 찍고, 화요일에는 금주의 발매 소식이나 조립 영상 편집본을, 수요일에는 리뷰 콘텐츠를, 목요일에는 기타 포맷의 영상들, 금요일에는 다시 간단 리뷰영상이나 내일 발매될 제품에 대해 예상해보는 콘텐츠를 찍는 식이다. 프라모델 하나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영상을 찍나 싶을 정도다. 그런데 어느 하나 대충 찍는 것이 없다. 모두 내용이 가득 담긴 콘텐츠다.

“프라모델 영상의 매력은 이런 거라고 생각해요. 한 개의 제품만으로도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죠.”

신제품이 계속해서 발매되기 때문에 업로드 속도는 생명이다. 제룡이 무엇보다 자신감을 내비치는 부분이다. 빠른 속도로 다양하게 콘텐츠를 생산해냈던 것이 건담홀릭tv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건담홀릭TV에 올리오고 있는 다양한 영상 카테고리 중 일부

건담홀릭TV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채널 충성도다. 여타 유튜브 채널에 비해 ‘재방문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평균값이 30% 안팎으로 알려져있는데, 건담홀릭 채널은 57%를 기록한다. 다양한 정보성 카테고리 덕에 한번 유입된 시청자들이 계속해서 다시 채널을 찾기 때문이다. 건프라 마니아들이 그대로 건담홀릭TV 채널의 마니아로 연결되는 느낌이다.


전략 3. 동영상 시청자들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를 만들자. 


콘텐츠 생산자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내가 생산할 콘텐츠를 어떤 사람들이 소비하는가, 해당 분야에 대한 마니아층이 있는가’에 대한 성향 분석이다. 그런 면에서 건담홀릭TV의 타깃 시청자층은 너무나 명확하다. 건프라에 관한 정보를 원하는 20대 초반부터 40대 중반의 남성이다. 때문에 방송 스타일도 이에 맞춰 준비했다.

건담홀릭TV 콘텐츠 촬영 현장. 이날은 건담 더블오 시리즈 프라모델로 ‘리뷰를 부탁해’ 촬영을 진행했다. 전체적인 풀샷 촬영이 끝나고 나면 제품에 대한 디테일 촬영까지 꼼꼼히 영상에 담는다.

먼저 정보 전달에 가장 큰 신경을 썼다. 처음에는 거의 대본 수준의 상세한 콘티를 썼다. 꼭 말해주고 싶은 포인트에서부터 추임새까지 고민했다. 하지만 이제는 노하우가 쌓여서 핵심이 되는 몇 가지를 중심으로 대략적인 콘티를 짠다. 훨씬 더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진행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때는 아무래도 방송 자체에 익숙하지 않았어요. 말실수도 두렵고, 꼭 설명해야 하는 것들을 놓치게 될까봐 걱정이 컸죠.”

제룡은 시청자들의 관점에서 동영상 화면과 음성에 공백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보 전달성 콘텐츠를 찍는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가만히 보여주기’만 하면 사진 콘텐츠와 다를 바 없게 된다. 제품에서 보여줘야 할 포인트들에 대해 액션을 줘서 영상이 심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제스처와 음성으로 동영상을 풍부하게 채워넣어야 한다.

“이제는 라이브 방송 같은 것들 하면 정말 별별 이야기를 다 해요. 처음엔 한마디 한마디가 두려웠지만, 시청자들과 이런저런 소통을 하니까 오히려 더 친근하고 좋아요.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과 함께 건프라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요.”
자타공인 건담덕후 제룡님

제룡은 지금까지의 타깃층 말고도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건프라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자신만의 영역으로 동영상 분야에 적응했으니, 이제 동영상에 친숙한 사람들의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오고 싶은 마음이다. 제룡은 프라모델이 편견 없이 대중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는 앞으로의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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