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성의 삶 돕는 MP3플레이어

조회수 2017. 7. 11. 17: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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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는 죽지 않았다.

애플 ‘시리’나 아마존 ‘알렉사’ 같은 음성인식 비서가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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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중인 사람?
무거운 짐을 양 손에 들고 있는 사람?
손에 밀가루 반죽을 잔뜩 묻히고 요리중인 사람?

혹시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글을 몰라서 아주 기본적인 지식조차 배울 기회가 없는 사람이라면?

‘세상에 아직도?’라며 문맹을 지나간 세기의 추억 정도로 여긴다면 곤란하다. 2016년 유네스코통계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세계 인구 중 85.3%만이 읽고 쓸 줄 안다. 즉 15% 정도 되는 사람들은 여전히 글을 모른다는 뜻이다. 문맹률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40%대까지 치솟는다. 만약 당신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여성으로 태어났다면 글을 읽지 못했을 확률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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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지 못하면 가장 기본적인 정보에 접근할 기회조차 차단당한다. 착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아프리카 지역에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가 보급되고, 구글이 무선인터넷 열기구를 띄워봤자다. 글을 모르면 아무리 귀한 정보라도 그림의 떡이다. 아프리카에서는 건강과 위생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없어 어린 아이를 죽음의 문턱까지 내모는 일이 많다. 에이즈, 말라리아, 영양실조보다 설사 때문에 죽는 아이들이 훨씬 더 많으니까.

2014년 어느날, 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펠리티타스 하이넨은 ‘배고픔 (Hunger)’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영상 속에는 음식을 먹지 못해 죽어가는 차야라는 아이가 소개됐다. 차야 엄마는 아이가 음식을 거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방송팀이 차야를 보건소에 데려가자, 보건소에서는 설탕물을 떠먹여 문제를 금방 해결했다. 차야는 영양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애초에 먹을 힘조차 없었던 것이다. 힘이 생기자 식욕이 돋아났고 차야는 죽음을 면했다.


차야의 어머니는 건강과 출산, 육아에 대해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설탕물을 먹이는 간단한 일이 아이를 살릴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아프리카 여성들은 대부분 글을 배우지 못한다. 학교도 가지 못한다. 임신, 출산, 자녀 양육과 가족 계획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다. 어머니의 어머니가 그랬고,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도 그랬다. 무지는 대물림 되는 중이다. 어쩌면 차야 엄마도 그저 운 좋게 살아남은 사람 중 한 명일 뿐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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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두 설립자 마어셀 하이넨(왼쪽)과 펠리티타스 하이넨

‘어떻게 2014년에 이런 일이 있을 수가!’ 하이넨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경제학자인 남편과 함께 글을 모르는 사람에게 기본적인 건강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유리두(URIDU)라는 비영리단체를 세웠고, 음성인식 기능이 설치된 MP3 플레이어 ‘MP3포라이프‘(MP3ForLife)를 만들었다. 기기는 전기가 없는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태양광으로 충전된다. MP3 플레이어에는 건강, 영양, 위생, 자녀양육, 가족설계, 노동 안전등과 같은 기본적인 생활정보가 담겨 있다. 음성으로 질문을 던지면 스피커를 통해 저장된 정보가 흘러나온다. 기기에는 400개가 넘는 질문과 답이 저장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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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으로 충전되는 ‘MP3포라이프’.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건강정보를 물어볼 수 있고 스피커로 답을 들을 수 있다.

예를들어 “어떻게 하면 말라리아를 예방할 수 있을까?”라고 물어보면 다음과 같은 답이 나온다.

“말라리아는 모기를 통해 감염되는 질병 중 하나입니다. 살충제 처리가 된 모기장 아래에서 자는 것이 모기에게 물리는 것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모기에 물리는 것을 피해야 하지만 특히 어린아이와 임신한 여성은 더욱 조심해야합니다. 말라리아 모기가 활동하는 해질녘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 몸을 보호하는것이 가장 중요합니다.(중략)”

질문과 답은 건강과 의학 전문가들이 엄선했다. ‘임신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월경 기간 동안 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합니까?’, ‘어떻게 물을 정화할 수 있습니까?’와 같은 질문들이 대표적이다. 이 정보들은 MP3플레이어 뿐만 아니라 웹을 통해서도 열어볼 수 있다. 저개발 국가에도 모바일 기기와 무선인터넷이 보급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사용성을 넓히기 위해 웹서비스도 제공한다. ‘유리두피디아' (Uridupedia)라고 불리는 가상공간은 유리두닷컴 (http://uridu.com)으로 접속하면 된다. 생존을 위한 정보가 저장된 일종의 백과사전이라는 의미다. 웹사이트는 네트워크가 불안정한 지역에서 접속하는 사용자들을 배려해 2G 네트워크와 모바일에 최적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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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두피디아(Uridupedia)는 다양한 언어로 지원된다. 사이트는 모바일에 최적화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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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상세페이지 모습. 카테고리별 대표 질문들이 나열돼 있고 클릭해서 들어가면 질문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나온다.

질문과 답은 1만여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10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했다. MP3에 들어있는 음성은 기기가 보급되는 지역의 사람들이 쉽게 질문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현지언어 사용자의 도움을 받아 녹음했다. 지금까지 MP3 플레이어가 보급된 지역은 모로코, 우간다, 탄자니아 세 곳이다. 시골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에게 기기가 전달됐다. 말라위, 아프카니스탄, 네팔에는 곧 기기가 보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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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두가 활동하고 있는 지역을 나타내는 지도. 현재 MP3 기기가 보급된 지역은 3곳이다.

왜 그런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가난한 나라에선 여성들의 어깨가 더 무겁다. 여성은 가족을 보살피는 가장이고, 소일거리로 생계를 책임진다. 자녀를 양육하며, 지역사회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동시에 맡는다. 유리두의 MP3플레이어는 여성에게만 전달된다. 설립자 하이넨은 여성에게 집중하는 까닭을 이렇게 밝혔다. “여성은 각 나라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핵심축입니다. 어느 곳에서든 여성이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면 좋은 변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건강과 교육이 개선되면 인구가 안정되고 경제가 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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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두는 누구나 자신들의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돕고싶은 사람이라면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다. 유리두의 활동을 SNS를 통해 공유할 수 있고, 돈을 후원하거나, 번역에 참여할 수 있다. 한국어도 번역대상 언어다. 유리두피아의 한국어 번역 현황은 1%다. 자원봉사자가 번역한 내용은 별도의 검수 과정을 거치니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겁먹지 말고 도전해보자. 최소 500자 이상 번역하면 참여확인서를 PDF로 발급해준다. 영어에 자신있는 사람이라면 여름방학 혹은 여름휴가를 맞아 의미있는 일에 시간을 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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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두가 발급해주는 번역 자원봉사 확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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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번역할때 실수하면 어떡하죠? A: 걱정마세요! 우리는 모두 실수를 하며 살아갑니다. 모든 번역물은 검수과정을 거칩니다. 당신이 번역한 것은 언제든지 직접 고치거나 삭제할 수 있습니다.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당신이 하는 일은 잘못될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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