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매너온도, 나만 확인하는거 아니지?

조회수 2021. 5. 14. 15: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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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러가 24시간을 활용하는 방법!

‘당신 근처의 마켓’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당근마켓’(‘당근’으로 줄여 쓰기도 한다)은 중고 물품 직거래 및 동네 기반 서비스로 많은 사람의 일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집 근처 주민에게 물건을 구매하게 만드는가 하면, 지난겨울엔 붕어빵 등 사용자 근처의 간식 판매 정보를 볼 수 있는 ‘겨울 간식 지도’를 서비스하기도 했다. 중고 거래를 넘어 이웃과 연결될 기회를 마련하는 서비스인 셈이다. 당근마켓 앱을 이용하며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프로당근러’ 직장인 A씨의 하루를 재구성했다. 당근은 우리의 소비생활뿐 아니라, 시간과 공간 활용 습관에도 자리 잡았다.

21:00, 이런 것도 판다고?


마사지 건 구매 후기를 쓴 후에도 나의 당근 여행은 멈출 줄 몰랐다. 1960년대에 생산됐다는 ‘후지’사의 중형 필름 카메라를 발견했다. 사진이 찍히긴 할까 의심스러웠지만 판매자의 글 마지막 줄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문장이 쓰여 있었다. ‘소니’ 워크맨이나 ‘백산전자’ 카세트는 골동품으로 분류됐다. 빈티지나 레트로 등의 키워드로 검색했다면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나온 지 33년이 됐다는 ‘금성’ 전자레인지 역시 정상적으로 작동된다고 한다. 

빈티지 컵이라는 이름으로 개당 2만 원에 거래되는 유리잔도 눈에 띄었다. 그다지 큰 잔도 아닌데… 선뜻 구매하기는 망설여졌다. 일단 하트를 눌러두고 가격 인하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귀하게 모셔졌을 자개 문짝 한 조를 1만5000원에 파는 글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대체 어디에 달려 있던 문짝일까. 직거래를 하러 가면 그 문짝에 얽힌 스펙터클한 사연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게 팔리긴 할까?’ 의문과 실소도 잠시. 그런 물건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23:00, 내일은 내일의 ‘신상’이 있다


당근마켓에서 물건이나 동네생활 탭을 구경하는 건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알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가 저녁때 산 마사지 건을 파는 사람이, 예상 밖의 물건을 사고팔기도 하니 말이다. 예를 들어, 나는 모유 유축기가 중고 거래 금지 품목이라는 사실을 동네생활 탭에서 처음 알았다. 의약품을 거래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잠깐 사용하는 유축기를 지인에게 빌려주거나 어쩔 수 없이 집 한구석에 보관한다고 했다. 이 외에도 야간 진료를 하는 병원의 위치, OO동엔 벌써 모기가 날아다닌다는 소식, 심지어 가수 모 씨가 우리 동네 떡볶이집을 즐겨 찾는다는 재미난 정보까지 알게 되곤 한다.

당근을 하며 초조해지는 순간이 있다. 거래자가 남긴 후기, 그리고 나의 ‘매너온도’를 확인하는 때다. 내 첫 매너온도는 36.5℃에서 출발해, 이제는 45.1℃가 됐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이 온도는 사용자에게 받은 칭찬이나 후기, 비매너 평가를 종합해 산정한다. 거래자 37명 중 37명이 만족. 앱 이용으로 자존감이 상승하는, 돈을 쓰면서 자괴감만 남지 않는 경험을 하는 건 신기한 일이다. 동네 사람이라 공감하기 쉬운 이야기, 놓치기 싫은 ‘n차 신상’까지. 내게 남은 건 새로 산 물건만이 아니다. 내일을 기다리게 하는 설렘 또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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