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슈코리아

최근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치유 능력을 지닌 히어로로 분한 염혜란에게 실제 초능력이 있다면 아마 변신술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증인'에서 살인 용의자로 지목돼 마지막에 소름 끼치는 반전을 선사한 ‘미란’, 그리고 당당한 전문직 여성인 동시에 속 썩이는 남편을 사랑하는 '동백꽃 필 무렵'의 ‘자영’. 그 사이 무수히 많은 염혜란의 얼굴들이 있다. 발을 들인지는 20년, 연극과 영화만 하다가 '디어 마이 프렌즈'로 TV 드라마 연기에 도전하면서 ‘잘할 수 있을까?’ 싶었다던 그는 이제 시청자가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하반기 기대작 여러 편에 이름을 올려놓은 염혜란이 이 다음에 보여줄 얼굴은 무엇일까.

Q.

‘화보 천재’라는 별명이 생겼다. 오늘 촬영은 어땠나?

A.

아유.(웃음) 예전에는 사진에 거부감과 공포가 좀 있어서 힘들었는데, 스태프들이 잘 도와주니까 (사진이) 잘 나오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카메라 앞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여전히 잘 모르지만 예전보다는 좀 편해졌다. 그동안은 걸 크러시를 보여주는 센 콘셉트로 많이 찍었는데 오늘 밝은 모습으로 찍으니까 리프레시 되고 좋다. 

Q.

작년엔 '동백꽃 필 무렵', '증인', '야구소녀', '걸캅스'에 출연했고, 올해 벌써 '경이로운 소문', '아이', '새해전야', '빛과 철'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다작하는 배우가 된 소감은?

A.

코로나19로 몹시 힘든 환경에서 일이 많이 들어오는 건 아주 행복한 일이라고 느끼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더욱 그럴 것 같다. ‘아, 그때 참 행복했어요.’ 하고. 작품이 들어온다는 건 배우로서 무척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우려되는 점도 있다. 너무 식상해하진 않을까, 내가 가진 모습을 지나치게 일찍 다 드러내 보이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것 같다. 작품을 골라서 하겠다는 얘기는 아니고(웃음) 지금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많았으니 이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 같다. 

Q.

출연작마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소화하는 배우다. 최근작으로 말하면 '빛과 철'에서는 서늘하고 미스터리한 ‘영남’으로, '경이로운 소문'에서는 동료를 가족처럼 챙기는 따뜻한 히어로 ‘매옥’을 연기했다. 두 작품의 촬영 기간이 겹쳐 어려움이 있진 않았나. 각각의 인물을 연기할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나?

A.

촬영 기간은 완전히 달랐다. '빛과 철'은 거의 2년 전에 찍어놓고 시간이 한참 지난 뒤 개봉했고, '경이로운 소문'은 최근 촬영했다.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생겨서 영화 개봉 시기에 변화가 많다. 그래서 더 많은 작품을 동시에 하는 배우처럼 보이는 것 같다.(웃음) 보자마자 어떤 이미지나 생각이 딱 떠오르는 인물이 있고 그렇지 않기도 하고 캐릭터마다 다르다. 그리고 (캐릭터를)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찍는 과정에서 바뀌기도 한다. 나한테 온 캐릭터들은 사실은 엄청난 역사를 가진 인물이다. 인물 하나하나가 다 책 한 권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며 태어나 자란 성장 배경을 다 생각하면서 만들어간다. 

Q.

오늘 화보 찍을 때 보니까 웃는 표정과 무표정의 갭이 크더라. 그래서 상반된 역할을 만났을 때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 같다. 

A.

그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 연극 할 때는 센 역할보다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 역할을 더 많이 했다. 그런데 TV 드라마에서 센 캐릭터들을 만나면서 이미지가 달라졌다. '도깨비'에 나올 때 밖에서 상냥한 모습을 보였더니, “어머, 원래는 안 그러시는 분이….” 이런 얘기를 많이 하더라. 나 원래 그런 사람인데.(웃음) 요즘도 밖에서 “연예인이시죠?”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아직 연예인이라는 단어가 너무 낯설어서 “연예인 아니에요.”라고 한다. 그러면 되게 세고 불친절해 보인다고 하는데, 부끄럽고 쑥스러운 마음 때문이다. 아무래도 밖에선 방실방실 더 많이 웃어야겠다. 

Q.

조연 연기를 주로 하다가 이제는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했다. 연기 생활의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 뭐라고 생각하나?

A.

사실은 '빛과 철'에서 두 주요 인물 중 하나고, 나보다 (김)시은 씨가 오히려 더 큰 주인공이다. '경이로운 소문'에서도 소문이(조병규)가 원 톱 주인공이고 나는 도와주는 주연이다. 그래서 벌써 주연급이 됐다는 생각은 잘 안 드는데, 책임감은 많이 느끼고 있다. 뭐랄까, 조연일 땐 몰랐던 무게감을 느낀다. 생각보다 힘든 자리고 선배들이 많은 고민을 했겠구나 싶다. 

Q.

어떤 고민이 생겼나?

A.

아무래도 중심에서 사건을 이끌어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축을 감당하지 못하고 성실히 해내지 못하면 작품에 큰 타격을 주는 것 같다. 책임감을 느낀다. 관객 수도 의식하게 된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 일 같고, 내가 책임질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초조하다. 관객이 들지 않으면 내 잘못이 뭔가 고민한다.

글. 양수복 

사진. 신중혁 

스타일리스트. 이진혁 

헤어. 조은혜 

메이크업. 김민지

*전문은 빅이슈 250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