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가 남성을 사랑하는 일

조회수 2021. 3. 31. 21: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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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 선정 이주의 책

편안한 주말, 무한정 돌려보는 스트리밍 서비스도 이제 지겹다면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책을 들춰보는 건 어떨까. 빅이슈가 선택한 이달의 책 2권을 소개한다. 

<지구 멸망 일주일 전, 뭐 먹을까?>

출처: 사진. 푸른숲

호객 행위를 거절하지 못하는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 신서경이 길을 걷는데 누군가 ‘설문 조사’를 가장해 물었다. “지구가 멸망한다면, 당신을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곰곰이 고민하던 신 작가는 말했다. “저는 맛있는 밥을 먹고 싶어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이 책은 그 우연한 질문에서부터 탄생했다. 


먹방 BJ 봉구는 일주일 후 지구가 멸망한다는 소식을 듣고 구독자들에게 이왕에 가족도 친구도 없는 거 최후의 날까지 먹방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봉구는 누구와, 무엇을 먹으며 멸망을 맞이하게 될까. 재난SF 요리 만화의 주인공으로서 봉구는 만 칼로리짜리 케이크부터 최후의 만찬까지 성심성의껏 요리해(식당이 문을 안 열 테니) 자신의 곁에 남은 이들을 대접한다. 책을 덮을 때쯤엔 내 앞에 닥칠지 모르는 멸망과 내 앞에 놓일 최후의 끼니를 상상하게 된다. 무엇을, 누구와 먹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신서경 씀, 송비 그림, 푸른숲 펴냄

<연중무휴의 사랑>

출처: 사진. 사이드웨이

1990년은 백말띠의 해였다. 이때 태어난 여성은 팔자가 사납고 성격이 드세다고 근거 없는 비난을 당해야만 했다. 작가 임지은은 백말띠 여성이다. 살아남았고, ‘백말띠 여성’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글을 쓴다. 어떤 글엔 통렬한 분노가 느껴지고 어떤 글에선 따뜻한 위로가 느껴지는데, 관통하는 정서는 사랑이다. 


작가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해 모진 말을 내뱉고 말지만 페미니즘의 언어로 식당에서 새벽까지 일하는 엄마를 안아주고 싶어 하고, 페미니스트가 남자를 사랑하는 일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확신에 찬 날보다 갈팡질팡 고뇌에 휩싸이는 날이 더 많지만 그 ‘애매한 마음들’을 활짝 열어젖혀 보여주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어떤 다부진 언어보다도 힘이 되어줄 것 같다. 


임지은 지음, 사이드웨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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