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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며든' 당신, 이 흐름에 올라타

조회수 2021. 3. 18.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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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간 코미디언들

67만여 명의 구독자(3월 5일 기준)를 이끌며 순항 중인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콘텐츠는 지상파 방송에서 데뷔한 개그맨 김민수(SBS 16기 공채)·이용주(SBS 16기 공채)·정재형(KBS 29기 공채) 개그맨들이 창작하고 있다. 여기에 카페사장 ‘최준’과 쇼핑몰 모델 ‘쿨제이’를 연기하는 김해준 (2018년 tvN 코미디빅리그 데뷔), 한사랑산악회 부회장 ‘이택조’와 재벌3세 ‘이호창’을 연기하는 이창호(KBS 29기 공채) 역시 출연진으로 나서 콘텐츠를 풍성하게 한다. 한 명의 코미디언이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는 ‘피식대학’의 세계관은 서로 그물처럼 중첩된다. 인기 비결은 ‘리얼’한 인물 모사만이 아니라, 그것을 꾸준히 이끌어갈 수 있는 희극인으로서의 에너지다.

‘피식대학’의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들은 실제로 보았거나 혹은 자기 자신이었던 인물을 만나게 된다. 운동을 하기 위해 찾아간 헬스장에서 특유의 말투로 회원권 결제를 종용하는 헬스트레이너 ‘로니(김민수)’와 ‘스티브(이용주)’를 보면서 ‘호구’가 됐던 경험을 회상한다. ‘혁’(정재형)과 ‘용남’(이용주), ‘쿨제이’(김해준), ‘길은지’(이은지), ‘반유니’(김진주)의 모습에선 얼짱들의 코디를 따라잡기 위해 기를 썼던 흑역사를 떠올린다. ‘피식대학’의 콘텐츠 중 하나인 '05학번 이즈백'에서 ‘가상현실’에 제일 가까운 건 과거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한 용남과 혁을 2020년대로 안내해야 하는 민수의 역할로 느껴질 정도다.

특히 'B대면데이트'는 여성들이 질색하는 포인트를 생생하게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느끼한 멘트와 표정으로 무장한 카페사장 ‘최준(김해준)’과 시도 때도 없이 욕과 영어를 섞어 쓰는 래퍼 ‘임플란티드 키드(김민수)’, 재벌3세로서 재력과 집안을 과시하는 ‘이호창(이창호)’, ‘여자들은 다 이런 걸 좋아할 것’이라고 함부로 넘겨짚는 중고차딜러 ‘차진석(이용주)’, 물건 하나라도 더 팔려고 안달 난 다단계 회사 직원 '방재호(정재형)'까지. 출연자들은 소개팅이라는 상호작용 속에 있음에도, 결국 스스로만 생각하는 남성들을 맘껏 비웃고 풍자한다. 

웃긴 애 옆에 또 웃긴 애

한 에피소드를 만드는 데 각본이 어느 정도로 준비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콘텐츠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가 콩트적 설정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다만 공개 코미디처럼 발단과 전개를 거쳐 큰 펀치 라인을 던지기 위해 필요한 주변부 인물 대신, 등장인물 모두 폭넓은 서사를 지닌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들은 용길의 아들이 용남, 광용의 아들이 혁, 택조의 딸이 유니라는 구체적인 인물 관계를 발견해내고, 여기에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살린 스핀오프식 콘텐츠까지 더해져 ‘피식대학 유니버스’는 더욱 거대해진다. PD 등 상급 결정권자가 아닌 개그맨들 스스로 분량을 결정하고 시즌제처럼 쉬어가는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는 점도 기존 지상파 공개코미디와의 차이다.

'개그콘서트' 이후의 코미디언들

‘부캐’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드는 시도도 눈에 띈다. 이창호는 'B대면 데이트'의 재벌 3세 ‘이호창’과 함께, '한사랑 산악회'에서 딸을 끔찍이 아끼는 ‘이택조’를 동시에 연기한다. 그는 유튜브 채널 ‘이택조’를 개설해 요리 등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물론 만들어낸 이택조라는 인물의 모습이다. 김해준도 ‘최준’의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고, 김민수 역시 ‘임플란티드 키드’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라이브방송을 진행한다. 하고 싶은 캐릭터를 맘껏 연기하고, 시청자들은 디테일을 발견하는 재미를 만끽하니 더할 나위 없는 쌍방향 엔터테인먼트다.

'개그콘서트' 폐지 후 한국 코미디와 예능 프로는 ‘위기’로 여겨져왔다. 이 위기를 타개하는 길과 함께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부분은 그간 공채 개그맨이 된 후에도 자기가 번 돈으로 끼니조차 제대로 해결할 수 없던, 여전히 다음 날 일거리를 걱정해야 했던 코미디 환경의 열악함일 것이다. 자신의 거취와 진로를 고민하는 개그맨들은 공개·방송 코미디 이외의 방향성을 학습하고, 또 제시하는 중이다. 공채가 아닌 다른 길로 코미디를 추구하는 이들은 앞으로 더 늘어나지 않을까. 피곤한 하루의 끝, 한순간의 웃음을 기대하며 TV 속 코미디언들을 기다렸던 것처럼, 뉴미디어 콩트의 팬들은 이제 크리에이터들의 새 게시물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사진. 피식대학 유튜브 채널 캡쳐

전문은 빅이슈 247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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