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과 '사프'의 상관관계
스타트업에서 사회 초년생으로서 발걸음을 뗀 Y씨는 현재 프리랜서로 일하며 다음 출발을 도모하고 있다. 그가 IT 스타트업에서 경험을 쌓은 건 자신에게 좀 더 잘 맞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스타트업 시장이 과도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하는 Y씨는 자신의 다음 직장 역시 스타트업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첫 직장으로 스타트업을 고른 이유가 있었나요?
영화제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다가 정식으로 취직한 곳이 스타트업이었어요. 광고나 콘텐츠 쪽 직무를 해보고 싶어서 알아보다가 자연스레 스타트업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어요. 콘텐츠를 만들고 다루는 팀에서 에디터로 1년 정도 일했어요.
퇴사를 결정한 이유도 그런 업무 특성과 관련이 있나요?
체계가 부족한 점이 아쉬워서 전문성을 갖춘 스타트업으로 가기 위해 퇴사를 결정했어요. 일을 수행하는 게 아니라 빨리 쳐내는 데 가깝고, 일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부족했거든요.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시는데 맡은 일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전 직장에서 일할 때 월급 외의 부수입을 원했기 때문에 조금씩 시작하게 됐어요. 프리랜서로서 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얻은 일은 콘텐츠 등을 소개하는 웹페이지에 올릴 글을 쓰는 것이었어요. 지금은 한 채용 플랫폼을 통해 업무 제안을 받아 에디팅을 하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요. 스타트업 종사자들은 이런 방법으로 부수입을 올리는 경우가 아주 많아요. 마케터는 다른 회사 마케팅을 맡아주고, 개발자는 다른 곳의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식이죠.
‘N잡’, 사이드 프로젝트의 개념이 혼재되어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저 역시 프리랜서 상태를 선호한다기보다 사이드 프로젝트 성격으로 이런저런 일을 시작하게 된 것에 가까워요. 스타트업 업계에는 직함을 여러 개 갖는 사람이 많아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친구들도 소속된 회사에서는 본인이 하고 싶은 걸 다 하지 못하니까 새로운 일을 만들어서 욕구를 해소하는 것 같아요
많은 스타트업이 기업 소개나 채용 공고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잖아요. 공감하시나요?
맞긴 맞아요. 다만, 사람을 ‘갈아서’ 성장할 수밖에 없어요. 스타트업은 사업 하나하나에 기업의 생존이 걸려 있어요. 무조건 성장해야만 해요. 성장과 자율에 따르는 책임이 철저하다고 느껴요. 이런 자유로운 조직 문화에 잘 적응하는 친구들도 많긴 해요. 한 친구는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스타트업으로 돌아가기도 했어요. 자신의 니즈에 맞춰 문을 두드리는 것 같아요.
스타트업의 ‘성장’과 ‘혁신’은 어떤 기업 문화를 바탕으로 가능할까요?
기업 문화를 잘 정의할 필요가 있어요. 어떤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는 원하는 인재상은 확실한데, 그걸 뒷받침할 문화가 드물어요. 반말을 하거나 닉네임으로 호칭을 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요. 매출과 성장만을 지향하는 곳에선 ‘내가 어떤 직무에 적합한지’ 고민해주는 게 아니라 ‘안 맞으면 네가 나가라’ 하는 식인 경우도 많거든요.
‘워라밸’ 보장, 회식 자제 등이 스타트업의 ‘복지’로 알려지기도 하는데요. 이런 문화가 실제로 존재하나요?
높은 자율성이나 편안한 분위기를 복지로 생각하는 스타트업이 많잖아요. 저 역시 전 직장에서 그랬어요. 맥주 회사랑 협업하면 맥주를 마시면서 일하기도 하고, 업무 시간에 카페에 앉아 있든, 공유 오피스에서 낮잠을 자든 맡은 일만 해내면 상관없었거든요.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복지라도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기업처럼 재무구조가 탄탄한곳은 혜택이 더 크겠지만요. 스타트업에선 무엇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 조직 문화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