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청소년들의 마지막 쉼터가 사라진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정부의 제한 조치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하지만 하소연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중에는 갈 곳을 잃은 거리의 청소년들이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전국 13곳의 청소년 아웃리치 버스는 운영을 중단했다. 사진 속 버스가 현재 유일하게 지속되고 있는 ‘움직이는 청소년 센터 엑시트(EXIT)’이다.
움직이는 청소년 센터 엑시트는 매주 금요일 저녁 6시 서울 신림사거리 봉림교 인근에 자리를 잡는다.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버스를 활용하지 않고 외부에 천막을 설치해 운영한다. 활동가들은 약 두 시간 동안 활동 준비와 청소년들의 상황 등을 공유하는 회의 시간을 갖은 후, 8시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다.
거리의 청소년들은 탈가정 후 끼니와 주거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활동에 앞서 식사를 제공한다. 그러고 나서 고민상담, 법률상담 등을 진행하고, 생리대, 세면용품 등 생필품을 지원한다.
활동가들의 중요한 역할은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거리의 청소년 상황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묻자 활동가들은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이윤경 활동가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한다. “청소년들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었고,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이미 오래된 문제다. 위험한 환경에 놓여 있는 사람들은 되려 위험을 감지하기가 어렵다.”라고 전한다.
재난 상황이 거리의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그들의 삶이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리의 청소년에게 비상구 역할을 해온 엑시트 버스는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올해 12월을 마지막으로 운영이 중단된다고 한다. 엑시트 버스가 사라지면 비상구를 잃은 거리의 청소년들은 우리 사회에 더 이상 희망을 품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글/ 홍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