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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미용을 하던 내가 도시공학을 공부하게 된 사연

조회수 2021. 2. 22. 2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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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할 것이라 믿었던 직업이나 공부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조급해지는 것도 당연하다.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피부미용을 전공한 후 실습 및 관련 업무를 했던 H는 이제 도시공학을 공부하고 있다. H는 우리에게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야말로 정말 적당한 때가 아닐까.”라고 묻는다. 

사진. H의 피부미용 공부 노트

Q.

예전에 하던 일과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소개 부탁한다.

A.

전에는 피부미용을 공부하고, 이후 피부관리 숍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등의 서비스 업무를 했다. 현재 도시공학을 전공하며 어떠한 도시계획이 바람직한지 탐구하고 고민하는 일을 하고 있다.

Q.

전혀 다른 분야로 하는 일을 바꿨는데, 그렇게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

A.

서비스직이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에게 친절을 한층 더 베풀어야 하는, 감정노동 성격의 서비스를 잘 못 하겠더라. 적성에 안 맞는다고 생각하게 됐다. 게다가 나는 늘 ‘남들 쉴 때 쉬고 남들 일할 때 일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특히 실무에서 부당한 일을 경험하면서 다른 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상사의 과도한 비난으로 큰 모욕감을 느꼈고, 일을 그만둬야겠다고 결심했다.

Q.

편입 공부를 시작하고 진로를 다시 정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A.

피부관리 숍을 그만둔 후 한 주 정도는 편하게 쉬었는데, 곧장 ‘뭐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전부터 서비스직이 아닌 다른 길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돌아왔다. 전공을 바꾸는 방법이 발길을 돌리기에 가장 간단하고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직장을 그만둔 후 2주 만에 편입 학원에 등록하게 됐다. 이런 추진력이 자주 발휘되지 않는다.(웃음)

사진. H의 도시공학 관련 서적.

Q.

편입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이 힘들진 않았나?

A.

편입을 결심한 후 소위 ‘스파르타 학원’에 등록했다. 혼자서는 마음을 다잡을 수 없을 것 같아서였는데, 거기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가 금지되어 있다. 대화나 친목도 마찬가지다. 외출은 점심, 저녁을 먹을 때만 가능하다. 처음엔 바짝 긴장된 분위기에서 생활했는데, 몇 개월 뒤엔 서로 사탕 같은 걸 주고받으면서 힘내자고 응원을 하기도 했다.

Q.

그동안 쌓은 커리어 대신 새로 시작하는 데에 망설임이나 두려움은 없었나.

A.

일단 나에겐 하는 일을 바꾸고 싶은 열망이 강했다. 전부터 수학을 매우 좋아했지만 끝까지 열심히 해보지 않은 아쉬움이 있었기에 다시 수학 공부를 할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있었다. 결정을 한 이후부터는 두려울 겨를이 없었다. 편입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카페에 들어가 보니, 내가 몇 년 전에 남긴 글이 있더라. “스물한 살인데 지금 준비해도 늦지 않을까요?”라는 내용이었다. 지금보다도 어린 나이에 그런 고민을 했다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사진. H의 경의선 스케치

Q.

지속 가능한 ‘나의 일’의 기준은 무엇일까.

A.

내가 딱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일이 좋은 일, 지속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견딜 수 없다면 더 이상 그 일을 지속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너무 힘들고 피하고 싶은 일이라면 말이다. 나 역시 커리어를 변경할 때, 타인이 나를 끈기 없는 사람으로 보는 게 무서웠는데, 막상 일을 그만두니 다들 격려해주더라.

Q.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었다.’는 말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이 들 것 같다.

A.

편입을 처음 고민했을 때 바로 시작했다면 물론 시간이 절약됐을 것이다. 하지만 피부미용 서비스직을 하면서 겪었던 일과 느낀 것들도 가치 있었고, 유의미했던 시간이라고 본다. 그래서 후회하지 않는다. 인생이 긴데, 1~2년 정도의 공백이나 준비 기간이 지금은 길어 보여도 나중엔 아주 짧은 순간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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