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쿨'한 X세대? 90년대 드라마가 결혼을 다루는 법

조회수 2021. 1. 23. 14: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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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쿨', '웨딩드레스'

겨우 서른인데도 주변에서 '노처녀'라 놀리고, 친구들 결혼식장에 가서 스트레스를 듬뿍 받다가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에 포장마차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이다가 우연히 만난 남자와 티격태격 싸우다 '우연히' 자꾸 마주쳐 사랑에 빠진다? 2000년대 초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설정이다. 90년대 후반, 2천년대 초반에는 신세대들의 결혼 인식이 달라지며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풍조가 뉴스에도 자주 오르내르기도 했다. 때문에 젊은이들의 결혼을 주제로 한 트렌디 드라마가 다수 제작되기도 했다. 소유진 구본승 주연의 '쿨'(2000)과 이승연 주연의 '웨딩드레스'(1997)은 지금 보면 뒷목 잡는 대사들도 다수 등장하지면 '저땐 저랬지' 하면서 웃으며 볼 수 있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출처: KBS '쿨' 방송화면

‘Cool한 42’, 밀레니얼 이후의 결혼법


2000년대 시작을 장식한 KBS의 드라마 '쿨'은 결혼대행업체를 다룬다. 당대 각광받았던 직업 웨딩플래너를 소재로, 소연(소유진)과 지훈(구본승), 세라(김지영), 승우(김승수)가 얽히고설킨 로맨틱코미디를 선사한다. 소연과 지훈은 가족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사랑의 결실’을 이뤄내고픈 내면의 욕망을 발견한다. 그리고 웨딩플래너로서 결혼 전 혼수 마련부터 식장 및 신혼여행과 관련된 모든 업무, 심지어는 결혼 후 벌어지는 고객들의 문제도 종종 해결한다.

출처: KBS '웨딩드레스' 방송화면

1997년 방영된 같은 방송사의 '웨딩드레스'는 이 드라마의 ‘진화 전’ 모습 같다. 극 중 웨딩드레스 숍을 운영하는 하나(이승연)는 결혼식에서 신부가 던진 부케가 분수대에 빠지자, 구두를 벗고 성큼성큼 들어가 부케를 건져낸다. 아무도 받지 못할 뻔한 꽃다발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부케에 대한 미신 따위는 자신에게 없다고 믿는다. 그의 남자 친구 풍도(김민종)는 독신주의자, 아니 비혼주의자다. 대화도 없이 하나에게 “당장은 못해!”라며 엄포를 놓는다. 하나와 그의 동생 두나(김희선)가 결혼을 선택하지 않거나, 그 결정을 유보했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갔을지 궁금해진다.

출처: KBS '쿨' 방송화면

비혼러의 웨딩 드라마


결혼으로 드라마를 마무리 짓는 일이 예전엔 어설프고 무리한 설정이라고 생각했었다. 아주 거대한 ‘결혼식’이라는 다리미가 나타나 주인공들을 꾹꾹 눌러 납작하게 만드는. 이제 보니 인물들은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생각도 든다. 결혼에 대한 경험치가 곧 인생의 총 경험치라고 믿는 어른들 사이에서 그들은 결혼이 아닌 다른 선택지를 고민할 수 없었다. 아무리 트렌디 드라마라 한들, 원가족과의 분리를 위해선 결혼이라는 장치가 우선될 수밖에 없었다. ‘저속한 웨딩 드라마’가 될 순 없었을 것이다. 

웨딩 드라마를 보며 다시 한번 깨닫는다. ‘결혼’과 ‘결혼식’의 차이점을 발견해야 할 이유를. 그리고 이 둘을 분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생각해보는 게 중요할 수 있겠다는 걸. 언젠가, ‘결혼식’이 빠진 메리지 드라마를 발견해내고 싶다.

전문은 빅이슈 243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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