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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마세요! 털실처럼 보이지만 케이크임

조회수 2020. 12. 11. 22: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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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실로 짠 케이크 맛집, 르몽블랑

어느덧 겨울이다. 올해는 수능이 뒤로 미뤄진 탓에 추위까지 덩달아 미뤄진 것 같다는 농담이 자연스레 나올 만큼 가을이 길었던 것 같지만 그럼에도 어느덧 12월, 어쨌든 겨울이다.


추운 것보다는 차라리 더운 것이 낫다고 여기는 사람인지라 한겨울의 시린 추위를 생각하면 이 계절이 썩 달갑지만은 않다. 하지만 또 겨울이어야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들이 있으니, 추위는 미워해도 겨울은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겨울의 즐거움이라면 추울수록 맛있어지는 제철 생선, 붕어빵(?)과 거리를 걷다가 춥고 힘들 때 포장마차에 들어가 먹는 어묵과 국물 한 컵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반죽해 기름에 지져 굽는 호떡은 또 어떤가! 사실은 꼭 겨울이 아니어도 먹을 수 있지만 겨울철에 유달리 더 각별하게 느껴지는 건 추위에 지친 몸을 녹여주는 따뜻한 기운을 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런 길거리 간식들처럼 디저트에도 녹진하고 달콤한 퐁당 쇼콜라나 갓 구운 애플파이처럼 따뜻한 온기를 품은 것이 더러 있지만, 그렇지 않은데도 보자마자 마음부터 따뜻해지는 케이크도 있다. 르몽블랑의 털실 케이크처럼 말이다.

털실로 짠 케이크

해방촌의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오르다 신흥시장으로 들어서서 내가 길을 제대로 찾아가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쯤 ‘르몽블랑(Le Monblanc)’이 나타난다. 르몽블랑이 이곳에 자리한 이유는 본래 그 자리에 파티시에의 남편이 오랫동안 운영하던 니트 공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된 공장을 디저트 카페로 리모델링하면서 이전과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수도 있었을 테지만, 르몽블랑은 공간이 가진 추억을 간직하고 카페의 콘셉트로 연결해 과거를 이어가는 쪽을 택했다. 주력하는 시그니처 케이크를 털실 모양으로 만들고, 실내도 실타래 등 옷과 관련된 소품으로 꾸몄다. 


특히 2층에 놓인 니트 짜는 기계는 마치 상징적인 오브제로 보일 만큼 인상적이다. 설령 누군가가 르몽블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왔다고 할지라도, 이런 요소요소를 둘러보다 보면 틀림없이 이곳이 분명한 특색을 지닌 곳이라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사실 위에 나열한 공간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를 전혀 모른다 해도 털실 케이크를 보는 순간 이곳만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너무나 귀엽고, 너무나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털실을 칭칭 감아둔 듯 동그란 털실 뭉치, 누군가 정성스레 한 코 한 코 떠서 만든 듯한 털실 니트. 근래에는 털실 모자까지 나왔는데, 보고 있으면 그 앙증맞은 모양새가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게 된다. 표면에 스프레이를 뿌려 생긴 보슬보슬한 질감이 마치 털실의 보풀 같아 더욱 사실적이다. 


이 자체로도 마냥 좋은데, 털실 케이크 위에 올린 단추와 케이크 아래를 받치고 있는 옷 모양 쿠키가 감동을 더한다. 세상에, 이렇게 꼼꼼하고 치밀하게 구현한 귀여움이라니! 이러니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간혹 모양은 예뻐도 맛은 기대보다 아쉬운 케이크가 있지만, 르몽블랑의 케이크는 맛과 식감마저 만족스럽다. 기본부터 확실하게 잘 쌓아 만든 케이크다. 털실 케이크 칭찬을 한참 늘어놓았지만, 사실 르몬블랑은 에클레어 역시 일품이다. 쫀득한 퐁당과 부드러운 슈, 달콤한 필링. 부드러운 에클레어를 좋아한다면 꼭 먹어봐야 할 맛이다.

에클레어를 비롯해 모든 케이크가 고유의 맛에 충실해 만족스럽지만,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해 추천 메뉴를 꼽는다면 얼그레이와 커피 티셔츠 무스다. 하얀 털실 뭉치 모양의 얼그레이는 얼그레이 무스와 카시스를 조합한 것으로, 무스의 질감이 부드러운 데다 향긋한 향과 상큼한 맛이 무척 잘 어울린다. 


이름마저 귀여운 커피 티셔츠 무스는 은은한 커피 무스에 달콤한 초콜릿 가나슈가 들어 있어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여기에 따뜻한 커피까지 곁들이면 제아무리 혹한이 닥치더라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이 케이크를 먹는 동안만큼은 정말로.

르몽블랑(Le Montblanc)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99-4

매일 12:00~19:00

인스타그램 @le_montblanc

글, 사진. 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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